
매리 더피, 〈Cutting the ties that bind〉 Still, 1987
ⓒ Mary DUFFY, ArtsCouncil.eMuseum.com
인간은 누구인가? 인간은 존재하는가? 철학자이자 생태학자인 티모시 모턴은 대문자 인간, Humanity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백인의 성인 남성이라는 표준화된 신체와 정상성 개념으로 우리는 ‘인간’을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미의 여신 비너스의 대표적 표상인 〈밀로의 비너스〉는 두 팔이 없다. 조각상을 약탈하는 과정에서 파손되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여하튼 그 자체로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인식된다. 두 팔이 없는 상태로 태어난 매리 더피(Mary DUFFY, 1961- )는 자신의 몸에 밴드를 감고 〈밀로의 비너스〉처럼 포즈를 취하다가 그것을 풀며 자신의 신체를 드러내는 퍼포먼스 〈Cutting the ties that bind〉(1987)를 선보였다. 매리 더피는 두 팔이 없는 비너스 상과 다를 바 없이 자신의 몸 역시 완전할 뿐만 아니라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신체를 ‘예술’로 제시하며 ‘정상성’과 ‘아름다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미디어시티서울 2016》에 선보인 농인예술가 크리스틴 선 킴(Christine Sun Kim 1980- )의 작품 〈기술을 요하는 게임 2.0〉은 대화의 불완전성을 드러낸다. 서로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것을 게임의 방식으로 보여주었다. 소통이라 보기 어려운 여러 위계적 대화뿐만 아니라 소통의 방식이 ‘말’을 하고 듣는 ‘일반’적 형식으로 이해될 때 상황은 더 어렵고 복잡하다. 청각 장애를 포함해 언어의 차이 등 여러 다른 장애를 고려한다면 대화는 결코 ‘표준’적 방식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청각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대화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을 고려하지 않은 대화는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게임과 같다고 우회적으로 비판을 한다.
2015년 아르코미술관에서 개최되었던 니나 카넬(Nina CANELL, 1979- )의 전시 〈새틴 이온(Satin Ions)〉은 인간(?) 감각의 한계를 보여준다. 가시 범위와 가청 범위 바깥의 감각 세계를 드러내면서 정상적(?) 인간의 불능을 폭로한다. 위 세 작품은 인간의 신체와 감각에 대해 보다 폭넓은 성찰을 준다. 신체의 정상성과 함께 마련되는 아름다움의 기준, 그리고 표준화된 감각과 이를 중심으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방식에 대하여 비판한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사회적 구분으로 니나 카넬은 비장애인 예술가이다. 그간 많은 예술가들과 현대철학자들은 이성 중심의 동일성 개념과 여기서 비롯되는 인간중심주의에 대하여 비판해 왔다. 그 최전선에 페미니즘 예술이 있었다면 이제 장애예술이 그 바통을 잇고 있는 것이다.
대문자 인간, 즉 동일성의 개념 속에 지워지고, 가려진 다양한 신체와 감각의 존재가 있다. 이를 자신의 신체로, 또는 다양한 예술적 언어로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 장애예술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장애예술은 장애인이 창작한 예술작품을 지시하거나, 장애인이 재현된 예술작품이 아니다. 장애예술은 장애라는 사회적 구분에 의해 규정된 질서의 문제를 다루거나 신체의 다양한 감각적 역량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함으로써 각각의 신체와 존재를 ‘새로운 가능성’으로 제시하는 예술이다. 이상적 신체를 기준으로 하는 미적 규범이나 신체에 고정된 인식을 해체하고, 인간 신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물의 가치를 새롭게 이해하게 해주는 그런 예술 말이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는 예술을 식별하는 특정한 체제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미학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설명을 변용하여 장애예술을 식별하고 이해하는 체제로 장애미학을 이해해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장애미학은 장애인의 신체를 불능이나 아름답지 못한 몸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감각세계를 분할하는 질서 체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인간을 넘어 다양한 신체와 다양한 감각적 주체들의 세계를 연결하고 소통하게 하는 것이다.
- 최창희(1974- ) 홍익대 일반대학원 미학과 박사. 영은미술관 학예사, 예술경영지원센터 차장, 오산문화도시 사무국장 등 역임. 부산광역시립미술관 소장품수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