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도시사파리 예술시장 ⓒ bcf.or.kr
부천 문화도시 조성사업(2019-2024)은 “말할 수 있는 도시, 귀담아듣는 도시”라는 슬로건 아래, 시민 중심 문화 정책을 통해 도시 전반에 걸쳐 문화적인 전환을 시도한 공공 프로젝트이다. 시민이 자기 생각을 문화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삶과 문화도시 정책 결정의 주체가 되는 도시 민주주의를 구축하여 시민 스스로 가꾸어가는 지역 고유의 문화 가치를 통해 도시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비전 또한 선명했다. 이 비전이 현장의 예술가, 특히 시각예술씬에 어떤 기회와 한계를 남겼을까.
예술가는 문화정책을 통해 자신의 예술적 지향과 창작활동이 존중받고 지속할 수 있는 생태적 기반이 조성되길 기대한다. 문화도시사업도 여러 면에서 지역예술가의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기존 문화재단 사업은 창작지원금과 전시 기회, 지역 상권 연계 플랫폼 등을 통해 예술가의 작업을 지역 사회, 시장네트워크를 연결하려 시도했다. 특히 ‘도시사파리 예술시장’같은 아트페어 프로젝트는 상업갤러리가 없는 지역에서 시각예술가가 작품을 감상 대상에서 구매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며, 예술과 삶, 예술과 시장을 연결하려는 실험적 무대로 기능했다. 그러나 프로그램 참여 작가 수 대비 실제 성과를 체감한 비율은 어느 정도였는지, 작가들이 일회성 지원을 넘어 장기적으로 창작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는지, 그리고 예술가의 경력에 실질적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등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지원 프로그램과 공간 인프라가 신진 작가 위주로 설계되거나 단기적 형태에 머무른 것은 중견 작가나 실험적 예술을 추구하는 작가에겐 한계로 다가왔다. 소규모 작업실이나 장기임대형 공간, 공동 창작공간 등은 지역 예술가들이 반복적으로 요구해온 핵심 인프라였던, 접근 가능한 일상적 창작공간 확보가 여전히 아쉽다. 5년간 국비만 100억 원이 지원된 문화도시사업 이후 이러한 요구가 해소되었을까. 네트워크 프로그램은 지속가능한 예술 생태계로 이어졌나 아니면 일시적인 관계 맺기에 그쳤나. 커뮤니티의 생명력은 네트워킹의 횟수가 아니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신뢰·연대·상호작용에 달렸다. 문화재단이 시도한 예술가와 시민·산업 간의 다양한 접점은 실험으로서 가치 있으나, 예술가에게 “지속가능한 예술 활동”으로 이어졌는지 묻는 질문에는 더 정제된 답변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업에서 예술가가 정책의 객체가 아닌 기획자이자 설계자로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실질적으로 보장했는지 점검되어야 한다. 지역 문화권력을 확대하여 문화민주주의 절차를 따르고자 했으나, 의사결정 과정에 예술가의 목소리는 반영했는지, 예산 편성과 사업 방향에 반영되었는지는 미지수다. 지역 예술가의 전문성과 실천적 경험을 생성시키고 정책 안에서 존중되고 활용되는 체계적 거버넌스는 앞으로의 과제이다.
민간자율공간을 통해 예술생태계를 세워가려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평가할 사업 영역은 아니나 시민·생활예술 중심의 문화정책으로 진행된 부천의 문화도시사업의 실험적인 지역 문화 정치화 과정을 높이 평가한다. 다만 시민문화정책의 강화로 인해 예술가에 대한 지원이 희미해지지 않았는지, 지원금 제공을 넘어, 도시를 매개로 한 예술적 실천의 장과 지역 문화정책이 예술가를 존중하고 그 활동의 기반을 확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모델을 엿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질문까지가 지난 사업의 성과로 남겨둔다.
이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예술 생태계를 위한 예술 정책으로 발전되어 지역 예술가의 창작 의지, 생존 조건, 예술적 실험, 그리고 서로 간의 연대가 놓이고, 문화도시는 이 과정을 촘촘하게 지원하는 생태적 시스템이 되어야 시가 말하는 문화산업화가 그 위에 구현될 것이다.
이들을 연결하는 예술의 정치력·상상력이 선순환될 수 있는 생태계 형성을 위해 문화정책 안에서 예술정책이 분리되어야 한다.
- 이훈희(1972- ) 홍익대 미술대 회화과, 동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수료. 대안공간아트포럼리 대표 artforu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