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애호가, 컬렉터를 위한 미술강좌가 근래 부쩍 늘었다. ‘미술과 비즈니스’에 관한 강좌들은 미술애호가나 컬렉터에게 가르침을 주려는 듯하다. 그 가르침이란 상품이 될만한 작품을 고르는 안목, 마치 수익 가능성 있는 주식을 알아보듯 투자가치가 있는 작가를 선별하는 능력을 부여해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술계를 빠르게 파악하는 눈과 시장의 흐름에 대한 통찰력과 상품이 될 수 있는 작가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지혜와 전문성을 줄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 커리큘럼이다. 강좌가 투자설명회처럼 변질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시장을 잘 파악해야만 성공하는 아트컬렉터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짧은 몇 주의 과정을 통해 간추린 미술사와 글로벌 아트시장, 스타 작가와 컬렉팅되어야 할 작가, 아트페어에 대한 정보와 작가 작업실 탐방, 외국 미술계 순례까지 숨가쁜 내용을 속성으로 더듬고 있다.



이건용, 〈신체드로잉 76-2-08-02〉, 1976, 캔버스에 아크릴릭, 227×200cm


한국의 명문 사립대학에서 진행되는 ‘아트 앤 비즈니스’강좌 커리큘럼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제 아트와 비즈니스는 한 몸이 되었다. 대학 최고위 과정에 미술강좌가 개설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오늘날 미술에 관심을 가진 많은 이들이 사회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드문 편이기에 각 대학은 사회교육원과 최고위 과정을 통해 이들을 수용한다. 동시에 이러한 강좌가 대학 측에서는 나름 장사가 된다는 경제성 논리에 우선하고 있다. 수강생은 소정의 과정을 마치면 전문가에 이를 수 있다는 꿈을 학교 로고가 박힌 수료증이 보증해 준다고 믿으며, 명문 대학의 후광이 드리워진 좋은 강좌를 들을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각종 직업에 종사하는 원우들과 돈독한 관계를 도모하며 서로 간의 이해를 극대화할 수 있는 관계망을 구축하려 한다. 나는 다시 커리큘럼을 읽는다. 미술의 가치와 경매시장, 글로벌 아트시장에서 주목하는 작가와 트렌드 하이라이트, 홍콩 크리스티 참관, 꼭 알아야 할 근현대작가의 컬렉팅, 이건용 화백 스튜디오 방문, 주요 갤러리 투어, 아트 세법, 아트와 연계된 럭셔리 비즈니스…이 수업은 전적으로 사두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작품을 소개해주려는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엔 난제가 있다. 우선 미술작품을 보는 기준과 안목의 문제다. 미술작품의 질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까다롭고 전문적인 일이다. 작품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은 객관적인 듯 하지만 주관성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아니, 전적으로 그 개인성에 달린 일이기도 하다. 한 미술이론가 개인이 지닌 미술에 대한 인식, 가치관과 세계관에 힘입어 작품의 분별이 생기고 질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동시에 작품의 질과 시장에서의 평가와 판매가 일치하지 않는다. 화랑의 안목과 컬렉터의 수준이 만나 이룬 결과물이 시장에서의 판매라면 이 둘이 얼마나 작품을 전문성을 갖고 다루는지 말하기 어렵다. 그러니 상업화랑이 주축이 되어 소개하는 작가는 결국 그들이 거래하는 특정 작가로 한정될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투자가치가 있다고 여겨지고 추천되는 작가·작품은 관계자의 이해관계 아래 굴절된다. 그렇기에 이로부터 무관하면서도 엄격한 안목을 가진 전문가의 강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트렌드에 지나치게 민감해하지 말고 미술사를 넓게 바라보며 소외되고 저평가된 작가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투자가 우선되어서 허둥대는 게 아니라 차분하고 깊이 있게 미술사와 작가/작품을 이해하면서, 그림 보는 안목을 서서히 형성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신중하고 일관성 있는 나만의 컬렉션을 평생에 걸쳐 점진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좋은 강좌를 선별해서 듣고 진정한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미술 관련 강좌가 속성·단기과정을 통해 흡사 투기꾼을 조성하려는 듯 해서 못내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