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서 소수집단인 한국계 문화에 대한 관심은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지난 몇 년 간 한국에 대한 열기가 뜨겁게 달구어졌다. 이는 민주화의 물결과 경제 성장이 뒷받침된, K-팝·K-드라마·화장품·요리·자동차·핸드폰·심지어 노벨문학상 수상으로까지 이어지며, 그야말로 한국 문화의 대분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부만 해도 필라델피아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스미소니언미술관 등에서 한국미술 특별전 또는 소장품 하이라이트 전시를 했거나 할 예정이고, 한국국제교류재단의 노력으로 스미소니언국립아시아미술관, 버지니아미술관(VMFA),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클리블랜드미술관 등에 한국미술 큐레이터직을 신설하거나 한국미술 소장·전시를 강화했다. 늘어나는 한국학과와 한국어 교육도 빼놓을 수 없는 성장을 보였다.

홍이현숙, 〈폐경의례 1 & 2)〉, 2012, 단채널 비디오, 3분 17초 © 작가 제공
필자도 글로벌 모더니스트로서 대학에서 동서양 미술사를 아우르며 가르쳐 왔는데, 이러한 배경에 힘입어, 한국 근현대미술사 수업을 새롭게 만들 수 있었다. 수업은 예상했던 것보다 열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한국 학생은 극소수지만, 수강생 중에는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도 상당수 있었다. 드라마를 보기 위해 공부한다는 학생도 있었고, 한국에 가기 위해 배운다는 학생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한국에 대해 알아가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강한 매력을 느끼는 듯 했다. 결국 한국 문화에 대해서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고동연 박사와 공동 저자로 교재로 쓰기 위한 『맥락으로 본 근현대 한국미술』(블룸스베리, 2025)을 출판하게 되었다. 이는 제목에서 나타나듯이 한국의 근대화 과정과 현대미술의 특수한 상황을 면밀히 소개하고자 하였다. 또한 우리는 한국·한국계 여성작가를 미국에 소개하는 전시를 공동기획하였다. 2025년 10월에서 11월 중순까지, 한국과 재미 교포 여성 작가의 작품을 워싱턴DC의 코코란미술관과 힐리어아트센터, 그리고 한국문화원 세 곳에서 동시에 선보일 예정이다. 《몸으로 글쓰기》라는 제목의 이 전시는 한국 여성이 역사적으로 겪었어야 했던 차별과 불합리함을 글이나 문자를 미술 작품 속에 사용한 작품에 관한 것이다. 즉, 문인화나 서예에서 배제되었던 여성의 글쓰기에서 시작해서, 재미교포 작가 차학경을 비롯, 언어 이전의 언어, 몸으로 쓰는 언어, 여성 특유의 언어에 대한 고찰을 한 작가 곽수, 국동완, 김옥선, 김지평, 진 진호 김, 김현정, 진 신, 안성민, 안옥현, 오민선, 윤정미, 윤석남, 이수경, 이재이, 정정엽, 조영주, 차학경, 홍이현숙을 소개하고자 한다.

안성민, 〈Ornamented Curse_YOUAREDELUSIONAL_01〉, 2021,
한지에 먹과 채색, 91×183cm © 작가 제공
미국 내 한국 작가들을 한가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없듯이—전통을 새롭게 재해석하거나, 하이브리드를 창조해 내거나, 한국적인 것을 초월한‘포스트 아이덴티디’—미국에서의 한국 전시도, 전통적인 모티브나 미디움을 재해석하거나, 전통성과 현대성을 독창적으로 조화시킨 작가, 또는 한국적인 것을 초월한 동시대 작가를 소개하기도 한다. 점점 더 미국의 미술 관계자와 관람객은 “한국적인 것”의 다양성과 깊이에 대해 알게 되었고, 단일한 이미지로 환원되거나 정의될 수 없는 한국 미술의 다층적 정체성에 대해 열린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국제적인 주제—여성, 식민지, 소수자, 이민자, 차별, 디아스포라의 경험, 여성의 글쓰기—를 다루는 이 전시를 통해 “개별적인 것이 보편적”이 되는 공감대가 형성되길 기대한다.
이제는 한국미술이 단순히 “아시아미술”의 일부가 아니라, 글로벌 동시대 미술 담론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미술은 미국 현지에서 문화 간 대화와 정체성에 대한 담론, 탈식민주의 재구성의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교류와 연구가 한국과 미국의 미술사학자, 큐레이터, 작가 사이에 요구된다.
- 이정실(1963- ) 이화여대 미술사 석사, 메릴랜드대 미술사 박사. 조지워싱턴대 전임강사, 전시기획사 아트리오(미국)와 트리오앤드비트(한국) 디렉터. 『맥락으로 본 근현대 한국 미술』(2025, 블룸스베리, 공저), 『위안부: 미국내 에서 여성권리와 정의를 위한 운동』(2022, 할림) 저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