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저작권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며, 미술 저작권료에 대한 오해도 불거지고 있다. 작가 유족이 과도한 저작권료를 요구하는 것처럼 언론에 비춰졌으나 이는 미술 저작권법의 본질과 현 상황에서 각자의 입장을 제대로 조망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해일 수 있다. 저작권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창작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법적 장치로, 창작물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보장하여 궁극적으로 문화와 지식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 저작권법은 국제 추세와 동일하게 창작자 사후 70년까지 저작권을 보호한다. 박수근(1914-65)과 김환기(1913-74)와 같은 작가의 작품은 저작권 보호 기간에 속해 있어, 유족이나 관리 단체가 무단 복제 및 사용을 막기 위하여 저작물 사용료를 받는 것은 정당한 법적 권리 행사이다. 작품 도판의 도서 게재에 한정해 저작권료를 면제하거나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출판사는 책을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상업적 주체이고, 에코백에 인쇄된 작품 도판과 마찬가지로 유료 판매 도서에 게재된 작품 도판 또한 상업적 이용이다.



박수근, 〈산〉, 1959, 캔버스에 유채, 36×70cm


저자나 출판사가 책이라는 저작물을 만들어냄으로써 저작권을 가지듯, 작품의 원저작자인 작가와 그 권리를 상속받은 유족의 권리 또한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미술 도서 출판 시장활성화의 어려움과, 도판마다 누적되는 작품 이미지 사용료가 책 판매가를 높인다는 출판사의 고충은 모두 공감하는 문제이나, 도서가 저자의 노고를 바탕으로 새로운 저작물을 만드는 행위이듯, 작품을 만든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창작 활동을 촉진한다는 저작권의 본질에 따라, 판매 도서에 게재된 작품 도판의 상업적 이용에 대해 미술저작물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미술 도서 출판 활성화와 한국 미술 대중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 제도를 마련하는 것 또한 좋은 방안 일 수 있다. 유럽연합(EU)에서 시행하는 추급권(Resale Royalty Right) 제도는 미술품이 재판매될 때마다 원저작자가 판매가의 일부를 받는 권리이다. 이는 저작권자가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경제적 권리를 지속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이다. 미술 저작물 사용료에 대한 기준을 법적으로 정하는 외국 사례는 드물지만, 저작권 관리 주체를 일원화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창작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이는 외국 저작권 관리 단체가 효율적으로 저작권을 관리하는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도 한국미술저작권관리협회(SACK)와 같은 저작권 신탁관리 단체가 있지만, 관리 대상 작가가 제한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허가한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KOLAA)처럼, 미술저작권도 신탁관리를 확대하여 더 많은 작가의 작품 이미지 저작권을 일원화된 기관이 관리하게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2021년 설립된 한국시각예술저작권협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각예술 분야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창립 되어, 저작물 사용료를 징수하고 분배하는 신탁관리단체로 승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단체는 개별 저작권자를 일일이 수소문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유족 간에 들쭉날쭉한 사용료에 대한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공식적인 권한을 가지면, 교육용/상업용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분 대신, 연구서·대중교양서 같은 도서의 종류, 발행 부수, 이미지의 게재 크기 등을 고려한 세분화된 요율 체계를 도입하여 출판사의 부담을 현실적으로 반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작권의 목적은 창작 생태계와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저작권자의 합법적인 권리 행사를 존중하는 것은 창작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출발점이다. 미술 저작권에 대한 오해를 풀고, 창작자와 저자, 출판사, 그리고 독자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 엄선미(1972- ) 경희대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석사졸업, 명지대 일반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 수료. 박수근미술연구센터 대표. 박수근미술관 관장 역임. 2022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박수근탄생 100주년 특별전》 등 전시기획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