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업을 하시며 항상 현장에서 여름 더위와 싸우시던 아버지께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은 선크림을 추천해 드리는 것 정도였어요. 가상의 공장근로자를 시원하게 해주는 부채 제작이 그래서 더 마음이 갔던 것 같아요”, 참여 동기를 말하는 한 참가자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작가님과 함께 찾은 공장은 어둡고 천장에서 들어오는 빛만 있었기 때문에 마치 물 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어요. 그래서 제가 만들 부채는 움직임에 따라 물을 길어오르고 물을 떨어뜨리면서 소리와 파장을 만들어내게끔 하고 싶어요.”

꿈의 스튜디오 워크숍 현장
지난 8-9월 매주 토요일, 구로구 양정욱스튜디오에 청소년 8인이 모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한 창작 교육 중심, 아동·청소년 시각문화예술교육‘2025 꿈의 스튜디오’시범사업의 일환이다. 이들은 부평의 한 공장 내 위치한 8개의 기둥에 설치될 작품을 양정욱 작가와 함께 제작하고 있다. 올해 처음 운영되는 ‘꿈의 스튜디오’의 핵심은 참가자에게 예술가의 실제 작업실에서 예술가와 함께하는 창작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예술가의 사고와 감각을 체득해 자신의 상상을 구체화하고 표현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하는 것이다. 영국 어셈블(ASSEMBLE), 프랑스 라빌레트(La Villette), 전인건 간송미술관장, 조세현 사진작가, 양정욱 현대미술작가, 이순종 (사)자문밖문화포럼 이사장, 배성우 SBSPD, 장운규 운생동건축사사무소 건축가,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9인/팀의 앰배서더와 영은미술관, 김해공예창작지원센터, 피크닉, (사)한국건축가협회 전문예술기관 4곳이 창작 파트너로 활동한다. 지난 9월 13일, 네 번째 워크숍을 준비 중인 양정욱 작가를 만났다.
Q. 앰배서더 참여 동기는?
A. 저는 단순한 워크숍을 제안 받으면 불편해서 거절합니다. 대부분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요. 하지만 이번엔 한 작가의 창작 과정을 따라가며 깊이 있는 시각예술의 방식과 의미를 보여줄 수 있다고 봤어요. ‘꿈의 스튜디오’사업이 앞으로 발전 되어가길 바라며 참여를 결정했습니다.
Q. 〈단 한 명을 위한 바람〉 워크숍은?
A. 아이들에게 예술이 사회와 연결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참여하고 있는 전시에 함께하는 기획이 되었어요. 이번 전시는 사용이 잠시 중지된 자동차 제조공장에서 이루어져요. 아이들은 생산의 양과 속도를 중점으로 만들어진 공간 속에서 사람의 흔적을 찾아내고 있어요. 이번 워크숍과 전시는 그 흔적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예술을 이용해요.
Q. 워크숍 결과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있었다면?
A. 세상에 대부분은 일들은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아요. 삶도 그렇고 작업도 그렇죠. 다만 주어진 시간과 환경 속에서 최선을 하는 것뿐이에요. 이번 결과물은 현장에서 완료되기 때문에 생각과 현실 사이에 많은 타협을 찾아야 해요. 아이들이 이번 워크숍에서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양정욱 작가는 경비원·주차안내원처럼 일상에서 마주치는 인간 군상의 소소한 서사를 기반으로 하는 키네틱아트를 선보여 왔으며, 이러한 작품세계의 예술성을 인정받아 2024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본상을 수상하였다. 목재·실·전구 등 평범한 오브제를 사용해 소리·빛·움직임을 더하여, 고난과 희망이 공존하는 인간의 감정과 경험을 시적으로 풀어내고 있다고 평가를 받는다.


꿈의 스튜디오 워크숍 현장
워크숍을 위해 참여자 작업책상을 마련하고 작가와 함께 창작할 수 있도록 준비된 작업실에서 참가자는 어떤 시간을 보내었는지도 들어보았다. 서두의 인터뷰이인 서울미술고 2학년 이다윤 학생은 “미술이란 것이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어요. 작가님의 작업실에서 창작의 고충을 들으면서, 새삼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됩니다”라며, 워크숍이 준 긍정적 자극에서 동력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홍익디자인고 2학년 김나은 학생은“작가님이 첫인상과 달리 푸근하고 친절하게 작업을 안내해주셔서 즐거웠어요. 저는 공간디자이너가 꿈인데, 이번 경험을 통해 컴퓨터를 주로 이용했던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상과 작업 방법을 경험할 수 있어 좋았어요” 라며 직관적 방식이 아닌 은유적 접근 방식에 대한 경험이 인상 깊다고 설명하였다. 홍익대학교사범대학부속여고 2학년 강예인 학생은“이모티콘을 좋아하던 제가 1:1로 작가님과 창작을 함께 하는 이런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 만들고 있는 작업은 생각해 볼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근로자 분의 MBTI는 ISTJ와 ISFP 사이에 있으신 분이에요”라며 자신의 작업을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테너색소폰 연주자였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고교밴드 참여와 음악수업이 없었다면 자신의 삶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예술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A.I 시대에 창의적 사고와 서사 구성 능력, 감수성은 어느 때보다 모든 업무 부문에서 필수 요소가 되었다. ‘꿈의 스튜디오’를 통해 참가자들이 얻은 예술적 감수성과 창의성이 앞으로 각자의 삶에서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같은 공간에서 긴 시간을 보낸 작가와 참가자들이 형성한 느슨한 공동체가 모든 구성원에게 특별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작가와 참가자들의 마지막 워크숍은 《모던타임즈》(부평공장, 10.18-11.16)에서 이루어진다. 8개의 기둥에서 불어올 8개의 바람을 그곳에서 만나보자.

- 양정욱(1982- ) 경원대 조소과 학사. 갤러리소소(2013), 두산갤러리 뉴욕(2015), 프랑스 케르게넥미술관(2017), 부천아트벙커B39(2020), OCI미술관(2021) 등 국내외 개인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본상(2024), 김세중청년조각상(2020), 중앙미술대전 우수상(2013)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