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런던아트위크는 유럽의 경기침체로 인한 불확실한 시장 상황 속에서도 회복의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이는 우려했던 바와 달리 아트페어(Primary Market)와 경매(Secondary Market) 양쪽 모두에서 확인되었다. 프리즈와 프리즈 마스터스에 참여한 갤러리 다수가 개막과 동시에 작품을 완판했으며, 크리스티 20-21세기 이브닝 경매 또한 7년 만에 낙찰총액 최고치인 1억 6,925만 4,000 파운드(약 3,234억 원)를 기록하여 성공적인 분위기를 확고히 했다. 블루칩 작가와 신진 작가의 작품이 고루 관심을 받았다는 점 역시 긍정적인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 이면에는 미술시장의 구조적 모순과 상업적 논리가 선명히 드러나고 있다. 미술 시장이 특정 가치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현상은 아트페어와 경매 결과 양쪽에서 명확하게 관찰된다. 

이번 프리즈런던에서는 개인전 부스로 참여한 갤러리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가고시안갤러리는 미국 젊은 작가 로렌 할시의 신작으로 부스를 가득 채워 완판했고, 프리즈 스탠드 프라이즈를 수상한 모던아트갤러리도 산야 칸타로프스키의 신작을 모두 판매하며 작가의 또 다른 가치를 증명했다. 현재 테이트모던에서 개인전을 진행중인 서도호는 올해도 그의 오랜 동반자 리만 머핀과 함께 괄목할 만한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신진 갤러리인 진니 온 프레더릭 역시 영국 젊은 작가 알렉스 마르고 아든의 작품 전작을 오픈 두 시간 만에 완판하였고 이중 일부는 영국 예술위원회의 소장품이 되었다. 이러한 성과는 시장이 신진 작가와 새로운 작업에도 기꺼이 투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Discontinuità(불연속)〉, 1966, Ink on Schoeller cardboard,
58.6×57.1×2.8 cm/23.1×22.5×1.1 in © Lucia Di LUCIANO
Courtesy of the artist and Herald St, London. Photo by Jack Elliot Edwards


그러나 경매 시장에서는 검증된 ‘블루칩’ 작가에게 자금이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크리스티에서 1,427만 파운드에 낙찰된 피터 도이그의 〈Ski Jacket〉(1994)은 작가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고, 소더비 역시 데이비드 호크니의 아이패드 드로잉 연작 17점을 완판하는 등 시장은 위험을 회피하고 안정적인 자산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전체 경매 규모는 크리스티에 미치지 못했던 필립스 옥션에서 신진 작가 엠마 매킨타이어의 작품이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16만 7,700 파운드에 낙찰되는 개별적 성공이 있었을 뿐, 시장 전반에서 신진작가 거래는 여전히 불안정함을 방증했다.

이번 런던아트위크의 또 다른 특징은 미술 시장의 다층적 확장이었다. 런던의 헤럴드스트리트갤러리는 단순히 시장의 흐름을 좇는 대신, 오랫동안 주류 미술계에서 잊혀졌던 이탈리아 아방가르드 작가 루치아 디 루치아노(Lucia Di LUCIANO, 1933- )에게 기꺼이 플랫폼을 제공했다. 1960년대 키네틱 미술사조인 ‘아르테 프로그라마타(Arte Programmata)’의 선구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비자발적 단절의 시간을 가졌던 그의 작품을 체계적인 기획을 통해 재조명한 것이다. 더불어, 한국의 조현화랑은 김택상과 이배의 2인전을 통해 이들의 작품세계를 물과 불의 연금술로 조명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갤러리들의 행보는 상업적 이윤보다 예술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진정성을 보여준 중요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카멜라자르재단이 중동 및 북아프리카 예술을 조명하기 위해 런던에 오프라인 공간을 개관한 이브라즈재단(Ibraaz Foundation)의 사례는 런던 미술계의 지평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사우스의 다양한 예술과 문화를 아우르려는 이러한 시도들은 서구 중심의 미술 시장 내러티브에 새로운 균형추를 제시하는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이번 런던아트위크는 미술 시장의 회복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주었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검증된 가치에만 집중하는 자본의 논리가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어버린 미술사’를 복원하려는 기획이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포용하려는 움직임은 런던 미술계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시장의 성공을 넘어, 예술적 가치를 어떻게 확장하고 재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