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큰 작업실을 찾아 평택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간 선배 작가님들과 재단에게 받은 여러 도움이 생각이 나네요. 어느덧 8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며 평택은 이제 제 삶에 있어 너무나 중요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지난 10월, 평택시 통합 30주년 기념 기획 전시 《평택아트브릿지 : 잇는 예술, 여는 도시》의 교류회에서 작가 조용익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지난 시간을 반추했다. 평택시문화재단이 주최한 이 전시는 10월 16일부터 11월 29일까지 평택남부·북부문화예술회관과 평택시의회 청사에서 진행됐으며, ‘예술과 도시’를 주제로 평택 연고 작가 30명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교류회에서 자신의 성장기를 설명하고 있는 조문자, 2025.10.16

본 전시는 원로, 중견, 청년 작가가 각 7명씩 초대되었다. 원로 작가로는 조문자(1939- ), 이수연(1954- ), 최필규(1956- ), 이태용(1957- ), 김석환(1957- ), 차대영(1957- ), 이재복(1958- )이 초대되었다. 조문자는 내면의 영적 세계와 자연을 탐구하여 느낀 감정과 사유를 강렬한 동세가 느껴지는 서정추상 〈광야에서 Work〉 연작을 선보였다. 최필규는 평택에서의 유년 시절, 하얀 종이가 나부끼는 성줏대를 본 경험을 바탕으로 종이의 물성과 환영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작품을 선보였다. 차대영은 이번 전시에 맞춰 〈Moment-길 위에서〉 신작을 발표하여 전통 수묵화의 소재와 단색조 기법을 결합하여, 자연 풍경에서 느낀 감각을 화면 속에 풀어냈다.

중견 작가로는 김근배(1969- ), 이상용(1970- ), 한효석(1972- ), 권혜정(1972- ), 배춘효(1973- ), 이세준(1984- ), 장입규(1984- )가 초대되었다. 김근배는 돌과 금속 같은 조각의 전통적 재료를 사용해 현대인이 느끼는‘유랑’의 감정을 풀어내며 동시대의 감수성을 어루만지는 〈대장정〉 연작을 선보인다. 한효석은 인간 얼굴과 정육점에서 보았을 법한 고기 덩어리를 결합한 대표작 〈Unmasked exposing what lies beneath 15〉(2009-2010)로 시작하여, 최근 심미적 체험을 탐구하는 비정형 회화까지 화풍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세준은 보편적 미감을 지향하는 기존 풍경화의 역사적 관습과 시각적 도식을 해체하고, 특유의 색채와 붓질, 이미지의 중첩과 분열을 통해 원초적인 회화적 경험을 유도한다. 9폭의 캔버스로 이루어진 〈형용할 수 없는 것을 형용하기〉(2012-2013)는 작가가 회화의 매체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평면 작업을 확장하여 설치 오브제적 구조로 변형한 작품이다.



이병찬, 〈크리처〉, 2025, 혼합매체, 가변설치


청년 작가로는 박유선(1986- ), 이병찬(1987- ), 조용익(1988- ), 김수영(1991- ), 손희민(1992- ), 박정우(1992- ), 홍현조(2000- )가 초대되었다. 이병찬은 도시 일상에서 소비되는 플라스틱과 비닐로 구성된 대형 설치작품 〈크리처〉를 선보인다. 화려한 외관의 이 작업은 모터를 통해 바람을 주입해 부풀어 오르며, 보이지 않는 도시의 생명력과 불안정한 상태를 시각화해낸다. 김수영은 연관성이 약한 다양한 소재를 마치 조립식 장난감의 부품처럼 자신의 도자 오브제 작업 안에서 연결한다. 이를 통해 소소한 시각적 즐거움을 통해 일상의 순간도 관점이 바뀔 때 언제든 예술적 순간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손희민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생물과 멸종한 고대생물을 재현한 작업을 선보인다. 합성수지와 캐스팅 기법의 조각 작업으로, 생물학의 가설과 추론에 근거하여 예술과 생명, 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택 연고 작가를 원로부터 청년까지 모았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지역 미술사를 세워 가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평택남부문화예술회관 전시실 입구에 설치된 1940년부터 2025년까지의 ‘평택 미술의 궤적’ 연표는 “우리는 누구인가”를 묻고 공통감(sensus communis)의 토대를 세우기 위한 노력으로 특기할 만하다. 작가와 공간, 사건을 시간 축에 배치하고 상호 연관을 드러낼 때, 개인의 일상 기억은 예술적 기억과 접속되고 시민의 경험은 공유 가능한 언어로 변환된다. 지역 미술사는 이처럼 밖으로는 상호 번역 가능한 이야기 포맷을 제시하고, 안으로는 공통감을 조직함으로써 보편성과 특수성의 균형을 실천한다. 기획전 취지에 따라 평택남부문화예술회관에서는 원로·중견 작가들의 작품을‘예술’을 독해하기 위한 미학적 틀로서 ‘형식–표현–개념’으로 구분하였으며, 평택북부문화예술회관에서는 ‘도시’를 감각하기 위한 틀로서 ‘길–구역–교차점’의 구분을 두고 있다.


전시개막 행사

평택은 삼성의 반도체 공장 등으로 한국의 중요한 경제 거점이자, 세계 최대 해외 미군 기지가 위치한 안보 거점이라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동요 〈노을〉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뛰어난 자연 경관과, 오랜 시간 ‘기지촌’만이 지녀 온 특성으로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안긴 문화적 요람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평택은, 평택 미술은 어디로 갈 것인가. 이번 전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감과 동시에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이번 가을, 이번 전시를 통해 평택의 지역적 특성과 함께 이를 토대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확장해 가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