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 80년이 갖는 의미와 의의
고충환 | 미술평론가
작년 한 해 아트인컬처는 한국현대미술의 지형도를 지역별 권역별로 나눠 심층 분석한 시리즈 <한국미술, 지역 페트롤>을 연재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후속 사업으로 올 한 해 한국현대미술의 지형도를 분야별 장르별로 나눠 심층 분석한 시리즈 <한국미술 80년>을 연재했다. 광복 80년에 맞춘 것이어서 그 의미가 크고, 이를 계기로 한국현대미술의 지형도가 크게 광복 이전과 이후로 분기되는 점도 주목된다. 전자가 한국현대미술의 지형도를 공간적으로 개괄한 것이라면, 후자는 그 시간적 깊이를 헤아린 것으로서, 여기에 심층 분석과 함께 관련 연보를 정리해 한국현대미술의 입체적인 조망과 함께 그 얼개를 가늠해 보는 기회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심층 분석을 통해 논의된 것이지만, 비평적 관점에서 주요 논쟁 지점을 다음과 같이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한국화와 관련해서는 한국화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한국성과 한국적 미의식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지, 수묵화 운동의 성과는 뭔지, 소위 도시 회화와 도시풍경으로 나타난 경향성의 회화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하는 문제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추상회화와 관련해서는 엥포르멜이 변형되고 정착되는 과정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념 대립이 첨예했던 시대에 소위 단색화가 어떻게 순수미술로 정립될 수 있었는지, 단색화가 어떻게 모더니즘 미술의 강령에 부합할 수 있었는지, 단색화와 후기 단색화는 어떻게 겹치고 다른지, 추상과 추상 이후 그러므로 추상이 해체와 결부되면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정도를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구상회화와 관련해서는 카프 그러므로 프로예술 논쟁과 향토성 논쟁이 어떻게 길항 했는지, 국전 중심의 아카데미즘 경향성의 회화를 어떻게 계승하고 극복했는지, 구상성과 형상성 논의는 어떻게 다른지, 새로운 형상 그러므로 신 형상을 통해 어떻게 서사를 다변화하고 확장할 수 있었는지를 짚어볼 수 있겠다.
그리고 퍼포먼스와 관련해서는 한국식 아방가르드 미술은 언제 어떻게 비롯했는지, 신체를 매개로 하는 만큼 신체 예술과 행위예술은 어떻게 다른지, 신체를 매개로 한 개념미술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정치미술과 페미니즘 미술 운동과의 연대는 어땠는지, 생태 담론에 바탕 한 자연 미술로의 확장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때로 팀워크를 보여주고 있는 경우에 집단적인 운동 형식은 어땠는지, 그리고 여기에 다원주의와 행동주의 예술의 전개 양상은 어땠는지, 정도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회참여미술과 관련해서는 그 원형적 뿌리랄 수 있는 카프 그러므로 프로예술 논쟁에 대한 연구성과가 어땠는지, 1980년대를 뜨겁게 달군 민중미술, 후기민중미술, 참여미술, 정치미술의 용어가 어떻게 전개되고 정리되었는지, 형상성 논의와 소위 신형상미술의 전개 양상은 어떠했는지, 매체미술과 일상성 담론을 통해 어떻게 서사를 확장할 수 있었는지, 공동체 사회가 위협받고 있는 시기에 타자와의 관계와 연대를 어떻게 재설정할 수 있는지, 정도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각과 관련해서는 인체 중심의 구상 조각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물성과 매스 중심의 추상 조각의 전개는 어땠는지, 그 전개 과정에서 일본의 모노하(물파)와의 영향 관계는 어땠는지, 정통적인 조각 개념이 어떻게 설치로, 공간예술로 확장될 수 있었는지, 장소 특정성 개념을 중심으로 어떻게 미술관 밖 미술을 실천할 수 있었는지, 소리를 매개한 소리조각과 빛을 매질로 한 라이트아트와 같은 소위 비물질 조각의 전개는 어땠는지를 살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디어아트와 관련해서는 소위 백남준 키드로 형용 되는 백남준 이후 세대 작가들이 백남준을 어떻게 계승하고 넘어섰는지, 회화적인 사진 이후 사진이 어떻게 회화와의 변별성을 기하고 자기만의 독자성을 획득할 수 있었는지, 감각적 현실과 가상현실, 원본과 복제 논쟁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첨단미디어 환경을 배경으로 현실을 어떻게 가상현실로, 증강현실로, 평행세계로 확장할 수 있었는지를 물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평과 관련해서는 작가 평론가에서 전문 평론가를 거쳐 기획 평론가로 연이어진 평론의 주체가 변화해온 양상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장르비평의 자리를 문화비평이 대체하고 있는 최근 추세에 대한 논의는 어떤지, 정도로 정리될 수 있겠다. 그렇게 이번 기획은 융합과 통섭, 종 다양성과 탈경계 담론 이후, 다원주의 시대의 달라진 한국현대미술의 지형도를 그려 보여주고 있다.
1차 게재 : 아트인컬처 특집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