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시는 부산 미술계의 전례 없는 거대한 저항에 직면해 있다. 2022년 1월 세계적인 퐁피두센터와 분관 유치에 원론적으로 합의 후, 2024년 9월 본격적인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부산시는 이 과정에서 부산은 물론 서울 등 전국 각지의 문화 예술인들이 합리적인 반대의견을 개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단순했던 우려를 조직적인 반대 운동으로 바뀌게 했다. 그 저항의 정점에 바로 《퐁·반 500》(1.24-2.8)이란 전시가 있다. 《퐁·반 500》은 ‘퐁’피두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부산 지역 작가 500명이 뜻을 모아 기획한 연대 전시로 부산시가 퐁피두센터 부산 유치를 일방적으로 추진해 온 ‘밀실 행정’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퐁피두센터 부산은 약 1,100억 원의 건립비와 함께 로열티·전시 대여료·인건비·작품 운송비·보험료 등이 매년 약 120-125억 원, 거기에 더해 시설 및 전시장 유지관리비·교육 등의 비용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부산시는 지금까지 유래가 없는 비용이 들어가는 문화예술 관련 거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시민들은 물론 정작 지역 예술인과도 실질적인 소통을 생략한 채 밀실에서 진행해 오면서 일을 키웠다.

2025.11.7 부산서면 시민선전전 ⓒ 촬영: 이기대난개발 퐁피두분관반대대책위
부산시의 일방적인 행정을 작가들이 붓을 들어 저항하고 비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부산의 문화적 정체성이 ‘퐁피두’라는 프랑스 외래 브랜드의 하부 구조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역 미술계의 자존심을 건 정체성 수호 의지가 이들을 ‘전시’라는 점잖은 저항의 대열에 불러 모은 것이다. 이를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지극히 현실적이며 날카롭고 적확하다. 첫째 ‘경제적 불공정성’이다. 수백억 원의 브랜드 사용료를 주면서, 전시 주도권조차 프랑스에 내주는 계약 조건을 강력히 비판한다. 특히 향후 매년 약 60-80억 원으로 예상되는 적자를 부산시가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 운영은 결국 부산시민의 혈세가 외국으로 유출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둘째는 ‘문화적 사대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국제화 시대에 외국 유명 미술관 유치가 도시 경쟁력을 높인다는 시각도 있지만, 반대 측은 이를 ‘문화 식민주의’, ‘문화 제국주의’의 변종으로 본다. 서구의 문화가 우리보다 우월하다는 시각은 문화가 우열이 아닌‘다름’의 문제란 점을 망각한 낡은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산시의 관점과 생각이 이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 특히 문제다. 부산이 가진 자생적 예술 생태계를 육성하기보다, 검증된 외국 브랜드를 빌려와 ‘겉치레’에 집중하는 방식은 지역 미술을 빠르게 고사시킬 뿐이다. 마지막으로 입지 선정의 부적절성이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가진 이기대 도시자연공원에 대규모 건축물을 건립하는 것은 환경 파괴일 뿐만 아니라, 시민 공공 자산을 특정 외국 브랜드의 영업소로 내어주는 꼴이라는 것이 《퐁·반 500》의 주장이다.
여기에 민간이 운영하는 서울 퐁피두센터 한화, 기존의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현대미술관과의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답도 없다. 부산은 대한민국 중앙정부도 운영하지 못하는 근대미술 전문인 부산시립미술관과 동시대미술 전문 부산현대미술관을 가진 도시다. 퐁피두센터 부산이 개관하면 지금도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허덕이는 이들의 처지는 어찌 될까?
퐁피두에 지급할 로열티로 이들 미술관을 지원하고, 1,000억 원이 넘는 건립비를 동시대 작품 수집에 쓴다면 적어도 20년 이내에 부산에 세계 굴지의 우리 브랜드를 가진 미술관을 만들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결국 《퐁·반 500》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어떤 문화를 원하는가?” 화려한 프랑스제 껍데기인가, 아니면 부산의 토양에서 자라난 진솔한 한국의 예술인가. 부산시는 지금이라도 ‘글로벌 허브 도시’라는 허울 좋은 명분 뒤에 숨지 말고, 지역 예술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문화는 수입하는 상품이 아니라, 그 땅의 사람들이 일구어내는 삶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 정준모(1957- )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1996-2006), 2011 청주공예비엔날레 총감독 등 역임.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공동대표. 국립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 상임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