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립김영원미술관 개막 현장


4월 4일 오후 2시, 김해 시내 김해종합운동장에서 성대한 문화행사가 열렸다. 김해시립김영원미술관이 드디어 문을 연 것이다. 원형 종합운동장 파사드 건물 지하 3개 층에 위치한 미술관은 3개의 크고 넓은 전시장 외에도 수장고, 교육체험실, 영상실, 도서공간, 카페와 아트숍을 갖추어 김해시민의 정서함양에 큰 몫을 할 전망이다. 보통 독립 건물인 여타 지자체미술관과 달리 체육 시설 내에 위치하여 ‘생활 속의 미술’, ‘시민과 함께 하는 미술’을 지향하는 공립미술관의 일반적인 취지에도 잘 부합한다. 명실공히 한국 구상조각계의 거장인 김영원 작가는 이번 개관을 위하여 조각 165점, 회화 93점 총 258점을 기증해 미술관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한마디로 환영할만한 일이다.

1947년생인 조각가 김영원은 김해 진영 출신이다. 고향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친 그는 홍익대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한 후 구상조각에 매진, 인체를 중심으로 한 장대한 작품세계를 이룩하였다. 모교인 홍익대의 조소과 교수로 봉직한 그는 오랜 세월 후학 양성에 힘썼다. 광화문 광장에 거대한 크기로 세워진 〈세종대왕상〉은 그의 필생의 역작으로, 김해 미술관에 같은 크기의 흰색 원형 조각이 설치돼 향후 방문기념촬영을 위한 명소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부디 “예술로 그리는 미래, 모두와 함께 하는 미술관”이라는 설립이념을 실현하는 공공미술관으로 성장하기 바란다. 

김영원 조각의 요체는 인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해석에 있다. 1980년, 제1회 개인전에 출품한 〈벌거숭이 인간군상〉은 바로 화학에서의 분자와도 같다. 그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그가 만들어 낸 수많은 인체조각은 이 작품에서 파생되어 변형되거나 확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가령,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광장에 우뚝 서 있는 높이 8m 대작 〈그림자의 그림자_꽃이 피다〉(2016)는 이러한 변형의 대표적인 경우이다. 인체를 테마로 한 구상조각의 오랜 추구를 거쳐 도달한 〈그림자의 그림자〉 시리즈는 마치 세포 분열처럼 인체의 단면과 증식되는 동일한 인체형태가 반복되어 ‘단순과 반복’의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일군 성공적인 사례이다. 
아주 오래 전, 김영원의 작품세계를 다룬 글에서 나는 그를 가리켜 ‘안주형(安住型)’의 작가는 아니라고 썼다. 하나의 작품 스타일을 창출한 뒤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는 스타일을 ‘안주형’이라면, 끝없는 자기계발을 통해 연속성을 유지하며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창조형’의 작가가 바로 김영원이다. 군살없이 쭉 빠진 인간군상으로 대표되는 70년대 후반의 〈중력·무중력〉 시리즈에서 발원한 김영원의 작품세계는, 초현실적인 상황성이 부여된 군집형태의 조각상을 거쳐 80년대 후반에 윤회(輪回)의 세계로 접어들었다. 이 짧은 글에서 50여 년에 걸친 김영원 조각의 변천을 요약할 수는 없지만, 특기할 사항은 윤회 이후 김영원의 관심이 ‘기(氣)의 세계’로 옮겨간 것이다. 오랜 기간의 기공수련을 통해 형성된 기에 대한 관심은 회화와 퍼포먼스로 표출되었다. 이번 개관전에 출품된 일련의 추상화는 기운생동(氣運生動)하는 김영원의 화의(畫意)가 순간적으로 폭발하듯이 뿜어져 나온 기(氣)의 결과물이다. 빨강, 노랑, 파랑, 흰색, 검정 등 오방색의 바탕에 즉발적으로 휘갈긴 붓자국은 작가의 정신과 물질(물감)이 행위를 매개로 화지(畫紙) 위애 피어난 것이다. 그것은 오랜 기다림 끝에 한송이 꽃이 피어나듯이, 소우주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예술에서 노는, 유어예(遊於藝)의 한 행각(行脚)일 것이다. 

개관전시로 《김영원, 형상을 넘어 울림으로》(4.4-10.11)와 동시에 뉴미디어전 《경계는 울리고 생은 넘친다》(4.4-8.16)와 국립한글박물관과 공동기획인 《글(자)감(각): 쓰기와 도구》(4.4-11.1)전이 개최되며 지역 미술계는 물론 한국미술계의 발전에 기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