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에게는 허공에 그린 드로잉 같은 조각, 공중에 매달려 있는 움직이는 조각으로 잘 알려진 20세기 대표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의 미술관이 지난 2025년 9월 그의 고향 필라델피아에 문을 열었다. 미술관의 공식 명칭은 ‘칼더가든(Calder Garden)’.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칼더의 조각과 정원을 결합한 이 미술관은 작가의 유족들이 운영하는 칼더재단과 반스(Barnes)재단의 운영 지원 하에, 필라델피아미술관, 반스재단, 프랭클린인스티튜트와 더불어 필라델피아의 박물관 단지(Parkway Museum District)를 대표하는 새로운 문화예술기관으로 자리잡았다.
무엇보다 이곳이 다른 예술 기관보다 눈에 띄는 점은 건물의 외관과 조경이다. 미술관에 도착하면 칼더가든이라는 이름처럼, 도심 속에 탁 트인 정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서로 다른 높낮이와 색채를 지닌 250여 종의 다년생 식물들이 초원 위를 가득 메우고, 그 시선 끝으로 단층집처럼 보이는 작은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집의 양쪽으로는 거울처럼 반사하는 벽면이 펼쳐지면서, 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초목들을 비추며 자연의 이미지를 배가 시킨다.
칼더가든은 자연을 먼저 충분히 느끼고 미술관 입구로 들어가 지하에 위치한 메인 전시장으로 이동하는 구조다. 흥미롭게도 지하로 이어지는 동선이지만, 외부의 빛을 효과적으로 끌어들이는 구조로 인해 ‘지하 공간은 어둡다’라는 편견을 금세 지워버린다. 안과 밖, 높낮이와 실제 전시장의 면적을 체감할 수 없는 공간들이 곳곳에 연출된다. 특히 칼더의 작품에서 면과 면, 형태들 사이의 간격 등으로 나타나는 물질과 공간을 이어주는 공백의 여러 형태들이 건물의 창, 휴식 공간, 뜻밖에 만나게 되는 유휴 공간, 관람 동선 안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는 공간과 빛, 주변 환경과 그 변화까지 작품의 요소로 끌어들인 작가의 작품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지점으로, 한 작가를 위해 지어진 미술관이 얼마나 작가의 작품 세계와 함께 호흡하며 생명력을 얻을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칼더가든
이곳은 영국의 테이트모던, 우리나라에서는 송은아트센터, 가까운 미래에 문을 열 서리풀보이는수장고(2028년 개관 예정)의 건축설계를 맡은 스위스의 건축가 그룹 헤르조그 앤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이 설계했으며, 뉴욕의 하이라인, 독일 비트라캠퍼스, 하우저앤워스서머셋 등을 디자인한 네덜란드 출신의 조경 디자이너 피에트 우돌프(Piet OUDOLF)가 조경을 담당했다.
참고로 칼더의 아버지와 조부 역시 조각가로, 필라델피아미술관의 대계단홀에 위치한 칼더의 작품 <유령(Ghost)>(1964)이 설치된 위치에서 창문 밖을 바라보면, 칼더의 아버지인 알렉산더 스털링 칼더(Alexander Stirling CALDER)의 조각상 <스완기념분수(Swann Memorial Fountain)>(1924), 이어서 그 뒤로는 필라델피아 시청 꼭대기에는 칼더의 조부 알렉산더 밀른 칼더(Alexander Milne CALDER)가 만든 < 윌리엄 펜(William Penn)>(1892) 동상을 만나볼 수 있다. 삼대에 걸쳐 박물관 단지의 중앙로에 일직선 상으로 위치한 칼더가의 조각 작품들, 이러한 직선상의 배치를 고려한 커다란 청사진 안에 칼더가든이 자리하면서 가문의 조각적 유산이 도심 속 공간 안에 비로소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칼더가든은 한 도시와 인연이 싶은 조각가의 유산이 새로운 세대와 미래를 고려한 도시 계획 안에서 과거와 동시대 문화유산들과 어떻게 호흡할 수 있는지, 그리고 건축과 자연, 도시 안의 다른 문화예술공동체와 함께 어우러지며 진화할 수 있는지, 도심 속에 펼쳐진 아름다운 초원과 함께하는 예술적 공간이 어떻게 일상 속 쉼터로 자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