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미술가는 사후에도 그 예술적 유산이 잊히지 않도록 유작전이나 학술 연구를 통해 재조명되어야 미술사에서 생명력을 얻는다. 이러한 사후 재조명의 흐름 속에서 올해 초 한국 현대미술의 두 작가를 기리는 전시가 잇따라 열렸다.
전북 정읍 출신 작가 전수천(1947-2018) 타계 8년만에 전북도립미술관 전북미술사 연구시리즈의 일환으로 유작전(3.13-6.21)이 마련되었다. 4월 8일 공식행사에서는 갑작스러운 이별로 정말 막막했다는 유족 대표 부인 한미경 여사의 회고를 시작으로 작가와 인연이 있던 6인이 각각의 사연을 공유 했다. 화가 김강용은 고향 선배, 화가 곽남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료 교수, 주경희는 한예종 제자, 소설가 신경숙은 이웃 주민, 홍익대 정연심 교수는 전수천의 2005년 미국대륙 횡단 열차 암트랙 〈움직이는 드로잉〉 프로젝트 탑승자, 여행탐험가 한길수는 2005년 프로젝트를 뒤쫓은 사진작가 이야기를 공유했다.
전수천은 생전에 설치·드로잉·회화·퍼포먼스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세계로 확장한 실험적인 예술가였다. 그의 작품세계는 문명과 자연, 인간 존재와 시간의 흐름에 대한 깊은 사유를 바탕으로 하며, 1995년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한국인 최초로 특별상을 수상한 〈방황하는 혹성들 속의 토우-그 한국인의 정신〉을 통해 한국적 정체성을 국제 무대에 강렬하게 각인시켰고, 한강을 배경으로 한 거대한 수상 드로잉 등 파격적이고 거대한 서사를 보여주었다. 타계 후 8년 희미해져가는 기억속에서 ‘언젠가 거인은 온다’를 보여준 작품은 인간의 실존적 조건, 시베리아 횡단까지를 큰 꿈, 다양한 매체를 섭렵했으며 향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기대한다.

《이두식_다시 만난 ‘축제’: 표현·색·추상.. 그 너머》 전시 전경
‘색채의 마술사’로 불린 이두식(1947-2013) 회고전(4.15-5.5)이 작고 13년 만에 주태석 선생을 중심으로 선화랑 공동 주관 형태로 성사되었다. 생전에 화려한 색채와 거침없는 필치로 한국적 추상표현주의를 정립한 거장이자, 홍익대 미대학장과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미술 행정가이자 교육자로도 족적을 남겼던 이두식은 문체부 장관·국회의원으로써 미술계를 위한 행정과 정책을 입안해주길 바라는 기대도 모았었다.
홍익대 정년퇴임 기념전시로 홍익대현대미술관 개막식에서 만났는데 이튿날 부음 전화를 받고 놀랐던 기억이 선명하다. 선화랑 3개층에서 열린 4월 15일 개막식날, 소리꾼 장사익은 이두식의 노제에서 불렀던 〈귀천〉을 다시 불렀다. 이두식의 작품세계는 한국 고유의 오방색과 깊은 먹빛을 조화롭게 융합하여 삶의 환희와 신명을 시각적 쾌감으로 승화시킨 격정적인 기운생동의 미학이 핵심이며, 특히 20여 년 천착해 온 대표 연작 <축제(Festival, 잔칫날)> 시리즈는 동양적 풍류와 즉흥적 에너지를 현대적 추상 언어로 풀어내어 대중과 평단의 큰 사랑을 받았다.
탄생 110주년 기념전시로 이중섭 전(1.30-6.14)이 아트스페이스조선, 유영국 전(5.19-10.25)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작고 20주기 전시로 백남준 전시를 메인으로 백남준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을 7월 개막한다. 작고 3주기로 방혜자 전(4.24-9.27)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박서보 전시가 국제갤러리에서 9월에 열린다.
『월간춤』 2월호에서 올해 탄생 100주년인 미술인으로 권영우, 김상유, 김찬식, 박인경, 변시지, 변종하, 신금례, 이의주, 장운상, 조요한 10인을 거론했는데, 그 가운데 김상유 전시(4.1-8.17)는 서울미술관, 조요한 전시(5.7-6.26)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진행 중이다. 10인 중 2인, 유작전 개최는 이처럼 쉽지 않다. 우리 미술계의 미술사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기 위해 유명작가 따라잡기에서 탈피하여 세월 속에 덮인 작가 발굴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