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호와 명동화랑, 그리고 미술평론가 이일의 활동
윤진섭 | 미술평론가
강남의 SPACE21에서 열린 [응답하라 명동화랑 1970-1982]전은 몇 가지 점에서 나의 관심을 끌었다. 첫째, 이 갤러리는 개관 초부터 70년대의 현대미술, 그중에서도 특히 단색화와 ‘무’, ‘신전’, ‘오리진’에 의한 1967년의 [청년작가연립전], <AG>, <ST> 등등의 실험그룹이 행한 전위미술에 기획의 초점을 맞추었다. 둘째, 이 갤러리는 비록 상업갤러리이긴 하지만 정작 전시는 70년대의 미술계를 중심으로 한 현대미술, 그중에서도 특히 ‘전위미술’을 표적으로 하여 미술사적 고찰을 꾀한다는 점 등이다. 이는 이 갤러리가 당대 화단의 움직임에만 시선을 고정시키기보다는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바라보는 복수적 관점을 유지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SPACE21이 이번 전시를 통해 발언하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 이를 살펴보기 위해 다소 길지만 화랑 측이 제시한 기획의도를 인용한다.
“이번 전시는 당시 개인전과 ST 그룹전 등에 참여했던 작가들의 작품을(공간의 제약상 2023년 AG전 참여작가 제외) 일부 선별해 전시한다. 명동화랑은 실험미술이나 비물질성과 입체, 설치를 강조한 작품들을 다수 전시했기 때문에 이들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참여작가들의 작품을 일부 전시함으로써 명동화랑의 역할과 기여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명동화랑에서 제작한 브로슈어 및 자료, 김문호의 유족 등이 보관한 아카이브 자료를 일부 재구성하여 당시의 전위적 호름과 명동화랑이 남긴 예술사적 의미를 기리고자 한다.”
선정된 초대작가 명단은 다음과 같다.
강국진, 김정숙, 김창열, 김태호, 박서보, 성능경, 윤형근, 이건용, 이우환, 진옥선, 하인두, 허황
이 명단을 통해 유추해 볼 때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이른바 단색화적 경향과 이건용과 성능경으로 대표되는 <ST> 그룹이 지향한 실험 내지는 전위적 경향이다. 이는 특히 서울 시내에 화랑이 드문 당시 상황을 염두에 둘 때, 실험과 전위미술이라고 하는 최신 경향을 고집한 명동화랑 대표 김문호의 선각자적 의식과 결부된다.
전위미술에 대한 김문호의 이같은 의식이 가장 잘 드러난 전시가 바로 1973년의 [한국현대미술 1957-1972 추상-상황, 조형과 반조형전]이다. 유근준, 유준상, 이일을 선정위원으로 위촉, 전시기획의 객관성을 확보한 이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사상 본격적인 전위의 기폭제가 된 비정형(앵포르멜) 회화운동의 중심인 현대미술가협회가 결성된 해를 출발점으로 잡았다. 그러니까 이 전시는 그때부터 20여 년 간의 미술계 상황을 사정거리로 잡아 그간의 흐름을 살펴보고자한 것이다.(이 점에 대한 보다 상새한 분석은 서울문화투데이 2025년 11월 26과 12월 10일자 ‘윤진섭의 비평프리즘’ 칼럼을 참고할 것)
이번 전시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박서보, 김창열, 윤형근, 이우환, 진옥선, 허황 등으로 대변되는 단색화적 경향이다. 물방울 작가로 잘 알려진 김창열은 박서보, 윤형근 등 1세대 단색화 작가들과의 친연과 단색 위주의 화면으로 인해 때로 단색화 군(群)에 포함되기도 한다. 그들과 이건용, 성능경 등의 전위그룹 <ST>, 거기서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무’, ‘신전’, ‘오리진’ 등 청년작가연립전 세대의 활동과 관련시켜 볼 때 가장 중요한 인물은 미술평론가 이일(1932-1997)이다. 파리 소르본느 대학에서 수학하고 1966년 귀국, 홍대 교수가 된 미술평론가 이일의 제자들이 바로 이들이며, 박서보, 윤형근, 김창열, 이우환 등은 화단 동료로 70년대 공간에서 다같이 단색화를 지향했다.
그렇다면 SPACE21이 이번 전시를 통해 발언하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 이를 살펴보기 위해 다소 길지만 화랑 측이 제시한 기획의도를 인용한다.
“이번 전시는 당시 개인전과 ST 그룹전 등에 참여했던 작가들의 작품을(공간의 제약상 2023년 AG전 참여작가 제외) 일부 선별해 전시한다. 명동화랑은 실험미술이나 비물질성과 입체, 설치를 강조한 작품들을 다수 전시했기 때문에 이들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참여작가들의 작품을 일부 전시함으로써 명동화랑의 역할과 기여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명동화랑에서 제작한 브로슈어 및 자료, 김문호의 유족 등이 보관한 아카이브 자료를 일부 재구성하여 당시의 전위적 호름과 명동화랑이 남긴 예술사적 의미를 기리고자 한다.”
선정된 초대작가 명단은 다음과 같다.
강국진, 김정숙, 김창열, 김태호, 박서보, 성능경, 윤형근, 이건용, 이우환, 진옥선, 하인두, 허황
이 명단을 통해 유추해 볼 때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이른바 단색화적 경향과 이건용과 성능경으로 대표되는 <ST> 그룹이 지향한 실험 내지는 전위적 경향이다. 이는 특히 서울 시내에 화랑이 드문 당시 상황을 염두에 둘 때, 실험과 전위미술이라고 하는 최신 경향을 고집한 명동화랑 대표 김문호의 선각자적 의식과 결부된다.
전위미술에 대한 김문호의 이같은 의식이 가장 잘 드러난 전시가 바로 1973년의 [한국현대미술 1957-1972 추상-상황, 조형과 반조형전]이다. 유근준, 유준상, 이일을 선정위원으로 위촉, 전시기획의 객관성을 확보한 이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사상 본격적인 전위의 기폭제가 된 비정형(앵포르멜) 회화운동의 중심인 현대미술가협회가 결성된 해를 출발점으로 잡았다. 그러니까 이 전시는 그때부터 20여 년 간의 미술계 상황을 사정거리로 잡아 그간의 흐름을 살펴보고자한 것이다.(이 점에 대한 보다 상새한 분석은 서울문화투데이 2025년 11월 26과 12월 10일자 ‘윤진섭의 비평프리즘’ 칼럼을 참고할 것)
이번 전시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박서보, 김창열, 윤형근, 이우환, 진옥선, 허황 등으로 대변되는 단색화적 경향이다. 물방울 작가로 잘 알려진 김창열은 박서보, 윤형근 등 1세대 단색화 작가들과의 친연과 단색 위주의 화면으로 인해 때로 단색화 군(群)에 포함되기도 한다. 그들과 이건용, 성능경 등의 전위그룹 <ST>, 거기서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무’, ‘신전’, ‘오리진’ 등 청년작가연립전 세대의 활동과 관련시켜 볼 때 가장 중요한 인물은 미술평론가 이일(1932-1997)이다. 파리 소르본느 대학에서 수학하고 1966년 귀국, 홍대 교수가 된 미술평론가 이일의 제자들이 바로 이들이며, 박서보, 윤형근, 김창열, 이우환 등은 화단 동료로 70년대 공간에서 다같이 단색화를 지향했다.
1처 게재: Public Art, 2026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