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한국 비엔날레의 여섯 풍경


한국에는 지역의 특성과 문화적 자원을 바탕으로 한 많은 비엔날레가 홀수·짝수 해를 번갈아 개최하고 있다. 올가을에 6개 비엔날레가 잇달아 열리는데 각각의 주제와 장소, 매체가 달라 한국 동시대미술의 다양한 지형을 보여준다.

개막 날짜 순으로 제주비엔날레〈허끄곡 모닥치곡 이야홍: 변용의 기술>을 내걸었다. ‘흩어진 것을 뒤섞고 한데 합친다’는 제주어와 제주 민요의 후렴구를 제목에 담아 제주라는 섬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동시대미술과 연결한다. 부산비엔날레 〈불협하는 합창〉은 서로 다른 목소리와 차이가 공존하는 상황에 주목한다. 항구도시 부산의 개방성과 다문화적 성격을 바탕으로 갈등과 긴장 속에서도 함께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올해는 라이브 퍼포먼스와 음악, 몸의 움직임 등 다양한 형식을 활용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광주비엔날레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는 광주라는 역사적 장소성을 넘어 삶의 변화와 새로운 가능성을 국제적인 시각에서 다룬다. 호 추 니엔 예술감독과 여러 큐레이터가 참여해 다양한 세대와 지역의 목소리를 아우르며 특히 파빌리온이 늘어나 16개국 28개의 전시관이 별도로 열린다. 


광주비엔날레 5전시실, 재클린 키오미 고크 Jacqueline Kiyomi Gork, 미국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도시자연미술-나의 창에 햇볕을 드리워줘〉는 그동안 대표적인 장소였던 연미산자연미술공원을 벗어나 공주 원도심으로 전시장을 확장했다. 자연 속에서 이루어져 온 자연미술을 생활공간으로 끌어들여 자연과 인간, 도시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본다는 점에서 올해의 중요한 변화다. 경기도자비엔날레 〈땅이 만든다〉는 흙과 도자라는 물질에 집중한다. 도자를 단순한 인간의 창작물이 아니라 지구와 재료, 인간이 함께 만들어가는 결과로 바라보며 도예의 전통적인 경계를 현대미술과 연결한다. 이천·여주·광주 등 경기 지역을 무대로 펼쳐진다. 창원조각비엔날레 〈공명장〉은 조각을 중심으로 창원·마산·진해의 역사와 도시공간을 연결한다. 이번에 처음으로 외국인 공동예술감독 체제를 도입하고, 조각을 미술관 안의 작품에 한정하지 않고 도시와 지역의 기억 속으로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비엔날레 개선 방향
그러나 비엔날레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과제도 분명해진다. 비슷한 시기에 행사가 집중되면서 관람객과 미술계의 관심이 분산되고, 국제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각 지역만의 정체성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는 무엇보다 각 비엔날레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전시기간에만 집중하기보다 학술행사·교육·시민참여·아카이브를 강화해 지역의 문화자산으로 축적해야 한다. 

국제작가를 초청하는 것 못지않게 지역 작가와 연구자, 미술관·박물관, 대학과의 지속적인 협력도 중요하다. 지자체의 일회성 행사와 예산에만 의존하지 않는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체계를 갖추는 것도 과제다. 결국 한국의 비엔날레가 숫자의 경쟁을 넘어 각 지역에서만 만들어낼 수 있는 고유한 문화적 가치와 지속 가능한 미술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의 방향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