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아 展 2.27-4.10 대안공간 루프


‘OMERTA-침묵의 계율’이라는 묵직한 전시부제와 달리, 전시장은 여성들이 서서 오줌을 누고 그 오줌물을 받아서 생명을 틔우는 장난스런 실험이 벌어지는 장이다. 지린내가 진동하는 이 유쾌한 반란은 해부학적 구조상, 앉아서 싸는 것과 서서 싸는 것 이상의 의미가 부여된 성별구분에 대한 침묵의 계율, 즉 금기가 위반되는 순간을 드러낸다. ‘서서 오줌누기’라는 공개적 배설행위는 사진과 비디오로 기록되고, 일탈의 결과물은 생명의 숨결처럼 나른한 형태로 구부러진 구조물에 주렁주렁 메달려있다. 오줌이 담긴 유리병에 강하게 쏘여진 조명은 여러개의 그림자를 벽에 투사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와중에 돋아나는 새싹들은 모든 것을 분리시키는 구조적 질서를 뚫고 생성된 긍정적 가치를 보여준다.





오줌 결정이 붙은 사물들이 수집물처럼 사진과 진열장에 배열되어 있는 1층 전시장은 천진한 장난기와 음침한 도착적인 분위기가 뒤섞여 있다. 다소 미친년같은 이러한 행동은 잠시나마 사회의 신성한 질서가 유지되기 위한 이성의 경계짓기를 흩어트린다. 어둑한 전시장은 합리적인 듯하나 억압적인 질서가 선(善)으로 위장되어 있는 현실세계의 이면을 드러내는 해방구가 되는 것이다. 반항과 전복은 현대미술의 상수처럼 존재해온 것이지만, 여기에 성적인 것이 개입되면 효과는 가히 폭발적이다. 앉아있다가 일어난 행동에 불과한 퍼포먼스는 보이지 않으면서 인간을 강제해온 건드릴 수 없는 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갈곳을 잃은 채 아랫도리를 적시며 흐르는 체액은 크리스테바가 [공포의 권력]에서 이론화 한 앱젝트(abject)이다.





앱젝트는 경계 상에 존재하면서 경계를 존중하지 않음으로서 체계와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으로, 정체성을 위협한다. 그러나 그것은 역겨운 느낌을 주면서도 마음을 홀린다. 장지아의 작품에서 탐스런 과일처럼 열린 오줌통이나 기이한 수집품들이 보여주는 것은 성애화된 앱젝트들이다. 그것은 성도착자와 예술가의 대상이다. 그녀의 작품은 선정적인 노출성과 내밀성이 결합되어 있다. 노출적이든 내밀하든 그것은 모두 소모적인 행위인데, 여기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고 남김없이 사라지려는 욕망이 존재한다. 오늘날 예술가로 하여금 그들의 맹목적인 욕망을 추동하게 하는 것은, 강고한 듯보이나 지표면에 얇게 도포되어 있을 뿐인 문명의 질서를 들쑤석거리는 파괴적인 힘이다. 사회의 타협적 질서를 위반하는 행위를 통해 쟁취된 것은 타자와의 직접적이고 격렬한 소통이다.

-출처: 월간미술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