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삼의 근작은 고고하고 괴이하다. 음산한 밤의 기운과 서늘한 한기와 뾰족한 정신들이 무성하다. 빽빽한 대숲과 한줄기 폭포수, 얽힌 매화등걸 등은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이면서도 이상하게 낯설고 축축하다. 짙고 어두운 밤에 달빛에 의지해 드러난 자연계의 몸들인데 그 몸은 전면적으로, 본질적으로 다가온다. 그것 이외에 다른 것들과는 절연된 체 육박해오는 것이다. 고독하고 자존적인 이 대상들은 실은 작가 자신의 은유다. 폭포(물)와 달은 음기를 상징하고 대나무나 매화는 선비를 표상하는 기호들인데 이 이미지들이 검은 색, 밤을 배경으로 홀연히 출현한다. 적막하고 적요한 밤에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사물의 피부는 익숙한 대상을 무척 낯설게 보여준다. 그것은 또한 현실계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서식하는 존재성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일까, 김명숙의 어두운 숲의 풍경이나 윤해남의 파랑색으로 물든 숲이 떠오른다. 정신주의적 풍경이라고나 할까. 혹은 신비주의적이고 비의적인 장면에 가까워보인다. 그런 감정은 치밀한 묘사와 절대적인 어두움으로 더욱 납작해진 배경으로 인해 더욱 고조된다. 그 어둠, 검정은 너무 단호하다. 그것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흡수하고 먹어버리는 공간이자 색이라서 보는 이의 눈을 순간 무력화시킨다. 그것은 망막이 아닌 다른 것을 요구한다. 현실의 정교한 재현이면서도 비현실감을 자극한다. 그가 그린 대상은 실제이면서도 다분히 관념적이다. 목탄 역시 재료이면서 이를 넘어서고 검은 색 역시 색채 이상이다. 마치 목탄의 물성이 오브제화 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동시에 무한한 색감과 무한한 공간감을 준다. 목탄이라는 식물성 재료가 대나무가 되고 매화가 되었다. 식물을 태워서 이룬 결정으로 식물을 그린다는 것으로 이는 일종의 환원에 해당한다. 면천의 바탕 역시 자연적인 소재이다. 목탄이 면천에 스며들어 깊이 있는 색감을 내고 온전한 식물성의 세계를 표상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나무나 매화 같은 사군자, 식물성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고향과 연관된 이미지이자 다분히 전통적인 미감의 기호로도 다가오고 나아가 자존과 자아의 표상이자 내면의 상징들인 셈이다. 그 상징들을 절대적 침묵과 단호한 평면성, 그리고 ‘미니멀’(단색주의)하면서도 극사실주의를 통해 본질적인 깊이로서 선보이고자 한다. 한국적 정체성이나 내면의 은유와 함께 말이다. 70년대 한국미술의 유산과 방법론이 여전히 그의 그림 안에서 지속되고 연장되고 있음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