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20세기의 100년간이 이전의 전체 역사와 맞먹을 만큼이나 격한 변화를 겪었다고들 흔히 말한다. 이는 그만큼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의 감정을 반영한 것이리라. 여기에는 미술 역시 예외일 수가 없다. 특히 1950년대 말 피에르 레스타니가 조직한 누보 레알리즘은 현대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자신의 똥을 캔에 담거나(예술가의 똥) 또는 봉지에 자신의 숨을 불어넣어 밀봉한(예술가의 숨결) 피에르 만조니, 폐차를 찌그러트리거나(압축조각) 또는 자기발포성 도료를 바닥에 흘려 굳힌(팽창조각) 세자르, 고철더미에다 운동성을 부여하거나(키네틱아트) 이를 폭발시켜 해체한(소멸예술) 장 팅겔리, 그리고 텅 빈 갤러리에서 관객들이 자기 내면의 푸른색을 인식하도록 유도한 이브 클라인. 이들 누보 레알리즘 작가들의 행위는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정신을 계승하여 이를 더 급진적인 형태로 발전시킨 것이다.
니키 드 생팔은 누보 레알리즘 작가 군에 속하는 유일한 여성이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한 니키는 이탈리아 등지의 유럽 대륙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한 다국적 작가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그녀의 작업은 귀족 집안이라는 자신의 출신 성분을 끊임없이 부정하고 거부하는 것으로서 나타난다. 초기의 아상블라주 작업에서부터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는데, 이는 폐기처분된 일상용품에서 시대적 리얼리티를 발견한 누보 레알리즘의 예술정신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이후, 니키는 사격회화를 선보인다. 그러니까 패널에다 잡동사니 물건들을 부착한 후, 그 위에 석고를 부어 이를 고정시킨다. 그런 연후에 이를 과녁 삼아 총질을 하는데, 이때 그 속에 은닉돼 있던 안료가 터지면서 석고 위로 흘러내린다. 여기서 하얀 석고로 덧칠된 패널은 순결과 함께 모든 종류의 위선을 상징하게 되는데, 그럼으로써 니키는 그 위선에다가 총질을 한 셈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니키는 여성성의 한 전형으로서 <나나>를 제안한다. 임산부를 소재로 한 나나는 뚱뚱하고 발랄한 여성으로써 날씬하고 조신한 여성과는 대비된다. 나나는 사랑스럽기는 하지만, 그 속에 괴물과도 같은 혐오스러운 모습을 숨기고 있는 이중적인 모습을 띤다. 때로 나나는 그 거대한 몸을 바닥에 뉘여서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질을 통해 몸 안쪽으로 들어가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이로써 니키는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고정관념을 공격하는 한편, 지모(땅신)로서의 위대한 여성신화를 되살려낸다.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된 니키의 전기인 <여신이여, 가장 큰 소리로 웃어라>는 니키의 이러한 예술정신을 함축하고 있다. 그러니까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의문시해온 니키 자신의 삶의 과정이 느껴지는 한편, 어떠한 고정관념으로도 정의내릴 수 없는 여성성 자체의 발현의 요구가 느껴진다. 니키의 삶과 예술 그리고 누보 레알리즘 작가 군들과의 교류가 상세하게 기술돼 있어서, 그녀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그들 예술가 그룹과의 격렬하고 따스했던 관계가 재미나게 읽힌다. 예술로써 부르주아의 위선을 타파하고,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한 니키의 아름다운 반란과 건강한 도발이 생생하게 전해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