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대양, 청춘의 개화 전
10.31-11.18 | 갤러리 벨벳, 심여 화랑, 갤러리 175
각 미술대학마다 두툼한 원색 화보집 발간과 더불어 졸업 전시가 열리고 있는 시즌이다. 사간동 일대에 흩어져있는 3개 전시장에서 열린 이 전시는 대학문을 나선지 얼마 안 되는 새내기 작가들을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묶어낸다. 기획자(강수미)는 학부 때부터 작업을 지켜봐온 작가 23명을 통해 ‘동시대의 젊음과 이제 막 개화하는 그들의 미적 감수성’을 살펴보고자 했다. 여러 협력자들과 함께 1년 동안 준비를 거친 이 전시는 작품뿐 아니라 포트폴리오 전시, 작가론과 인터뷰가 실린 작은 책자까지 같이 출판되어, 담론과 현장(작업장, 시장)이 따로 놀고 있는 현 미술계의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참여 작가들은 대부분 70-80년대 생으로, 본격 소비자본주의 문화에서 자라난 세대이다. 소비문화는 상품교환으로 매개되는 체계를 통해 보편적 규범을 만들고, 기호나 체계를 구성하며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해체하면서 작품제작의 깊숙한 면까지 스며든다.
패션이나 장식적 소재를 팝적인 스타일로 소화한 김지혜, 문화산업이 만들어내는 나르시시즘적인 여성상을 보여주는 홍세정, 가득 차려진 음식물을 통해서 과잉의 욕망과 폭력이 교차하는 화면을 만들어낸 홍주연, 김청진, 박종필의 작품은 소비문화의 단면이다. 소비문화는 실체와 대상보다는 유사품과 대용품이 강화된 문화로, 의미의 핵심을 지향하는 언어는 존재의 표면으로 분산된다. 화면의 초점이 없이 정물이나 건물 등을 전면(all over) 구도로 죽 배열해 놓은 차영석, 양화선, 최수연의 어법이 그러하다. 백정기의 입체는 중심 없는 구도에 대한 3차원적 버전이다.
무의미한 환경을 벗어나 자기만의 공간으로 칩거하려는 욕망이 김선미와 이경민의 작품에 나타나고, 최지영과 박금화의 작품에는 개인이 애호하는 물건이나 환상에서 위안을 받으려는 충동이 엿보인다. 정체성의 문제 또한 소비문화의 코드를 이용하여 표현된다. 똑같은 형식으로 구현되어 선택(소비)되기를 기다리는 개인의 모습을 표현한 김민경, 이주호의 작품, 같은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진 인간을 풍자한 북한출신 작가 선무의 작품은 전체주의에는 좌우가 따로 없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익명적 대중과 무심한 인간관계를 표현한 김윤정의 작품은 물신이 지배하는 사회의 결과이다.
무의미한 환경을 벗어나 자기만의 공간으로 칩거하려는 욕망이 김선미와 이경민의 작품에 나타나고, 최지영과 박금화의 작품에는 개인이 애호하는 물건이나 환상에서 위안을 받으려는 충동이 엿보인다. 정체성의 문제 또한 소비문화의 코드를 이용하여 표현된다. 똑같은 형식으로 구현되어 선택(소비)되기를 기다리는 개인의 모습을 표현한 김민경, 이주호의 작품, 같은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진 인간을 풍자한 북한출신 작가 선무의 작품은 전체주의에는 좌우가 따로 없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익명적 대중과 무심한 인간관계를 표현한 김윤정의 작품은 물신이 지배하는 사회의 결과이다.
변덕스런 소비문화에서 정체성은 변모, 또는 변질된다. 천진한 어린이라는 선입견을 불식시키는 김영주와 이승민의 악동들이 그러하다. 문미영은 기괴하게 변형된 사육 동물 속에서 애착과 폭력을 동시에 읽는다. 조종성, 안준홍, 윤경철은 전통이나 정보사회, 잔잔한 일상을 통해 보다 멀찍이서 현대 문명을 바라본다. 그러나 이전 세대의 관조적 자세보다는 역동성이 두드러진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젊은 작가들에 대한 배려와 기회가 많이 있는 듯한 지금, 이들 앞에는 생존을 위한 전략만이 판치는 상대주의로의 길과, 예술의 진정한 가치가 놓여있는 다원주의로의 길이 표지판도 없이 펼쳐져 있다.
출전 | 퍼블릭 아트 12월호
출전 | 퍼블릭 아트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