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경
11.23-2008.2.3 | 몽인 아트센터



소박한 달항아리나 화려한 상감무늬의 중국풍 도자기들이 명품에 걸 맞는 도도한 조명을 받고 있는 공간은 현대의 미술관이 아니라, 고대의 박물관에 온 느낌을 준다. 2층 전시장에는 유물들이 항공운송 박스에서 막 꺼내진 상태의 어수선한 모습이다. 진열과 설치의 차이는 있지만, 진귀한 물건이라는 느낌은 같다. 그러나 골동품의 아우라는 난데없는 비누향기에 의해 깨지고 만다. 비누향기의 진동은 근엄한 공적 공간을 변형시킨다. 시선이 지배하는 공간, 즉 만지지 말고 눈으로만 봐야할 대상에서 냄새는 억압되어야 할 감각이기 때문이다. 이 가짜 유물들은 본래는 화장실이나 욕실처럼 우리의 생활공간에서 사용되어져 닳고 깨진 모습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각인하고 있다.

그 후에 이 사물들은 사용이 아니라, 보여 지고 읽혀지는 용도로 전용된다. 특히 화장실에 비치된 불상모양의 비누를 전시한 [tanslation-toilet project]는 유물이 간직하고 있는 시간의 흐름을 압축 재생한다. 신미경은 2000년대 초반에 서양의 고전적인 대리석 조각상을 비누로 만들었는데, 그 후 불상이나 도자기 같은 동양적인 소재로 옮겨왔다. 이전 작품에서 벗은 여인의 상이 취하는 목욕이라는 알리바이는 비누라는 물건이 가지는 위생 및 아름다움이라는 코드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대리석 조각의 매끄러운 표면을 완벽하게 재현한 여인상들은 비누향기와 뒤섞이면서, 음침한 박물관이나 지킬 딱딱한 조각상들은 온기와 생기를 부여받았다. 요즘 작업에서 비누와 골동품의 조합도 연속선상에 있다. 우선 도자기의 경우에 인체와의 유비는 직접적이다. 다양하게 채색하거나 상감한 도자기나 은은한 백자, 반투명한 병들은 각각에 걸 맞는 여인상들을 떠오르게 한다. 유물의 측면에서 인간과 도자기의 비유는 도자 인형이나 장례용 항아리 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도자기와 달리 불상의 경우 훼손된 형태가 많이 전시되었다. 불상은 불가촉의 신성한 대상이지만, 생활 속의 불상은 사용의 대상--예를 들면 아들을 낳기 위해 불상의 코를 갉아 먹는 등의 미신--이 되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불상이나 도자기는 무기질의 단단한 소재이지만, 작가는 그것들을 유기질의 연성 소재로 ‘번역’했다. 전통적 조각의 기념비성에 시간성을 극대화 한 것이다. 물론 작가는 비누로 만든 작품들을 다시 유물로 전치함으로서 시간을 정지(보다 정확히는 완화)시키지만, 관객들은 비누라는 전형적인 소비재를 인지하고, 극적인 변형의 과정을 체험함으로서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모든 영원한 것들이 비누거품처럼 사라진다는 것도...

출전 | 월간미술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