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에 함축된 사회적 메시지

김 석 2007.11.28-2008.12.4






‘부재한 진실, 21세기 비망록’이라는 다소 심각한 전시부제와 달리, 작품들은 그동안에 발표된 김석의 어느 작품들 보다 희극적이다. 실존적 고뇌로 묵직했던 90년대의 작품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의외일 수도 있다. 과거와의 연결점은 여전히 서사의 중심에 인간을 놓는다는 것뿐이다. ‘진실의 부재’라는 심각한 사태에 직면하여, 작가는 풍자와 위트라는 보다 가벼운 터치로 대응한다. 그 누구도 무엇이 핵심적인 진실이라고 자신할 수 없는 극도의 상대주의 시대이기에, 작가는 될 수 있는 한 많은 소재들을 끌어들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패로디나 풍자에 치중하는 작품들이 대개 사진이나 텍스트 등 가벼운 소재를 차용하는데 비해, 김석은 브론즈, 철, 스테인레스 등, 오랫동안 훈련된 조각가만이 다룰 수 있는 재료를 여전히 사용한다.





물론 영상이나 오브제 등도 활용되지만,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는데 있어서 조각적 솜씨나 사물을 다루는 기술은 작품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대개 전형적인 조각의 재료들을 사용하는 작품들은, 조각 자체의 탄생이 예시하듯, 무언가를 상징하며 영원히 서있어야 하는 기념비에 어울리는 격을 갖추려한다. 건축이나 조각이 그림보다 긍정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것은, 재료의 저항을 극복해야하는 매체의 특성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 아닐까. 어차피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있어서 조각이라는 매체가 가지는 함축성은 추상적일 수가 있다.

김석은 조각과 오브제를 적절히 섞는 전략을 취했으며, 형식들 간의 충돌은 풍자의 역설적 특징과 어우러진다. 그는 어떤 각성을 야기하기 위해 작품에 유모어를 심어 놓았다. 앙리 베르크손은 희극의 의미를 다룬 책에서 유연성 속에 있는 경직성이 드러날 때 웃음이 야기된다고 분석했다. 그에 의하면 희극은 생명적인 것에 심어진 기계적인 것이다. 반대로 기계적인 것에서 생명이 느껴질 때 기괴함이 발생한다. 김석은 인물들의 내면에 있는 기계장치를 드러내면서도, 실감 있는 인상을 전달한다. 기계적인 것의 일차적 특징은 반복이다. 가령 누군가 닮은 얼굴이나 목소리 같은 특징을 잡아낼 때 우리는 웃는다. 참으로 살아있는 생명에는 반복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OO는△△입니다’로 일률적으로 붙인 제목부터 시작하여, 십자가 모양의 라이트 박스 안에 채워진 빽빽한 간판들, 유방들이 흘러내리는 물질처럼 배열된 금속 판, 누더기로 기운 양복 등은 반복적 요소가 극대화되어 있다. ‘원반 던지는 사람’ 등 유명 작품을 패로디 한 것 역시 반복이다. 로봇처럼 90도 각도로 인사하는 사람, 원래 표정과는 다르게 꿰메어진 입, 털 묻은 혀가 들락거리는 거대한 사진, 선전가의 허풍을 스피커 꽂은 엉덩이와 비교하는 것 등은 ‘자연에 삽입된 기계주의의 요소, 사회의 자동적인 규칙, 본질을 능가하려는 형식’(베르크손)과 관련된 희극적 요소이다. 김석은 종교, 교육, 정치, 가족제도 등 사회적 의식(儀式)에 깔려있는 완고함과 경직성을 웃음꺼리로 만든다. 작품을 보는 관객의 웃음은 작가가 송신한 메시지가 정확하게 수신된 정도를 알려준다.
출전 | 계간 조각 2008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