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체와 기계의 유사관계

임동열 2008.1.4-1.18 덕원갤러리



기계와 동물의 합체이자 새로운 변종인 임동열의 ‘Machinimal’은 유기체와 기계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준다. 오토바이 안팎을 휘감은 혈관계는 유기적 기관과 기계부품과의 구조적 유사성을 가지며, 핏줄만 따로 분리해 블랙 라이트를 비춘 작품은 유기물을 구성하는 물성을 재차 강조한다. 꼬여진 선들이 명백히 보이지만 그자체로 꿈틀거릴 것 같은 느낌을 숨기지 않는다. 이전 작업에서 그는 투명소재에 핏줄을 넣어 만든 디지털 기기를 통해, 단순한 기계를 넘어 몸의 일부로 교감하는 것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의 엔진소리 요란하게 울리며 굴러가는 오토바이에서는 강한 심장과 근육을 갖춘 동물이 달려가는 모습이 연상된다.





유기체와 무기물의 접속이라는 주제는 인간이 우주를 기계로 이해했을 때부터 그 씨앗이 내포되어 있었다. 17세기 과학혁명의 시대 이후, 세계는 ‘장엄한 시계장치’의 지배를 받는다고 생각되었다. 임동열의 작품에 나타나듯이 동물과 기계는 겉모습만 닮은 것이 아니고, 호흡, 소화, 배설같은 생리적 기능과 체계를 공유한다. 마찬가지로 뼈, 신경, 혈관, 내장 등은 부품으로 이루어진 기계이다. 결국 유기체와 기계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계몽주의 시대의 과학자들이 언급한 기계적 비유는 그들이 물려받는 신학적 사고와 크게 모순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세계는 기계일지도 모르지만, 기계를 작동시키는 이는 바로 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신론(理神論)은 정신까지 역학의 원리로 설명하려한 19세기 유물론의 시대를 거치면서 물질에 더 방점이 찍혀진다. 과학의 발달로 유기체와 기계 사이에 놓여진 간극은 좁혀진 것이다. B. 매즐리시는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에서 기계는 신체에 덧붙여진 보조 기구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보다 공격적인 형태의 보철로, 그리고 기계부품을 실제로 인간의 신체에 이식하는 단계로 진전했다고 말한다. 임동열의 작품에서 기계와 유기체는 깊숙이 접속한다. 여기에서는 인공과 자연의 대립이 아니라, 일종의 잡종 공동체같은 면모가 있다. 프로그래밍이나 인공지능이라는 고도의 기술을 통해 스스로를 복제할 수 있는 기계가 탄생한다면, 유기체와 기계 사이에 놓인 결정적인 심연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전체 뿐 아니라, 부분별로 세세히 기계와 유기체 사이에 얽힌 관계를 묘사하고 설명하는 임동열의 작품은 생명의 인공성, 인공적인 것의 생명성을 예시한다. 도구와 기계의 진화를 낳은 것은 생존을 위한 경쟁이었다. 이 과정에서 기계는 진화하여 인간의 지위를 위협한다. 이제 인간은 자기가 만든 기계에 둘러싸이게 되며, 기계에 적응해야 한다. 오늘날 많은 S.F 작품에서 유기체와 기계의 경계가 와해되는 것에 대한 공포를 다루지만, 끝없이 비교 우위에 서려는 인간의 욕망이 착종된 기술의 방향을 되돌릴 수 없다. 기술이라는 것은 인간과 세계 사이의 효과적인 매개물이라는 점에서, 오래 전 부터 삶의 전략이었던 것이다. 기와 유기체가 분리불가능하게 착종된 임동열의 작품은 양자가 공(共)진화하는 상황을 예시한다.
출전 | 계간 조각 2008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