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종교적 도상이 짬뽕된 조각상, 그리고 다차원적인 현실이 모순 없이 엉겨있는 회화는 인간이 종교나 예술에 기대하는 열망이 드러나 있다. 그것은 현실원칙이 지배하는 물질적 삶의 굴레로부터의 해방, 그 무한대의 자유가 구가되는 신천지를 향한 도정에 필수적인 ‘파라다이스 호르몬’(전시부제)을 방출하고자 한다. 8개의 패널로 된 [불꽃]은 부적을 그리는데 쓰는 주술적 재료인 경면주사가 발산하는 따스한 느낌과 불꽃, 물결, 몸의 내부와 외부 등으로 변화무쌍하게 변모하는 초자연적 이미지들이 우글거린다. 종잡을 수 없이 뭉게뭉게 솟아오르는 경이로운 상상력은 우주를 이루는 기본 원소들과 동식물, 작가의 무의식에서 명멸하는 다양한 이미지의 파편들이 자유연상에 따라 꼬리에 꼬리는 무는 선의 흐름으로 나타난다.

어디선가 떨어져 나온 파편들을 무원칙적으로 결합시키는 것은 깨진 도자기를 이어 붙인 이전 작품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와 같은 방식이다. [가장 멋진 조각상] 은 일본과 한국의 주민들이 작성한 설문지를 바탕으로 조합된 것으로, 성상에 대한 대중들의 무의식이 종합적으로 투사되어 있다. 설치 작품인 [이동식 사원]은 다양한 불상의 뒷모습을 상상하여 전통적인 기법으로 그린 6폭 병풍인데, 그려지지 않은 한 면에 얼룩덜룩 남아있는 자국들은 명확히 고정될 수 없는 확장된 현실을 예시한다.
여기에서 종교란 예술이 선택하는 다양한 소재 중의 하나가 아니라, 제도와 역사 속에서 어느덧 편협해진 가치로 환원된 미를 넘어서 보다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지향하려는 태도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그것이 종교적인 전통으로의 회귀는 아니다. 작품의 모티브는 기존의 종교적 도상과 닮은 것이기는 하지만, 원형과는 조금씩 어긋나면서 진행되는 유사(類似)의 계열 선을 따라 이루어진다. 의식의 중심을 해체하고 수동적으로 영감을 따라 흘러가나오는 마술적 이미지들은 현실의 경계선 너머로 뻗어나간다. 그것은 의식이나 존재의 중심을 해체하려는 현대미술의 경향을 따라가는 것이지만, 단지 파괴적인 충동이 아니라 생성이라는 보다 긍정적인 가치를 추구한다.
생성은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는 반쪽짜리 진실들을 상호 대립시키는 원리를 와해시키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회화작품에서 나타나는 착란에 가까운 혼란은 격렬함과 신비를 결합시키고, 조각과 설치작품에서 나타나는 기이한 조합은 현실의 깊숙한 곳에서 어느 때고 용출할 틈을 노리는 인류의 집단 무의식을 예시한다. 이수경의 이번 전시는 장르적 관습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그 내부로부터 파열되는 상상력을 통해 예술 너머로 작품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출전 | 월간 미술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