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tional reality’ 전은 ‘픽션’과 ‘리얼리티’라는 상반되어 보이는 두 개념을 결합시켜, 허구와 현실간의 관계라는 미학의 오랜 문제를 프랑스와 한국의 젊은 작가의 작품을 통해 살펴본다. 예술은 현실과 허구 간에 설정될 수 있는 역동적인 방식들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예이다. 그러나 현실과 허구의 관계는 흑백의 관계처럼 명료한 것이 아니다. 어떤 허구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며, 어떤 현실은 허구보다도 더 허구적으로 보일 때가 있다. 현실과 허구의 문제는 본질의 차이라기보다는 맥락의 차이를 가질 뿐이다. 그러나 지식과 자본의 힘에 의해 모든 것이 코드화 되는 시대에 원초적인 현실의 몫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프랑스 작가 줄리앙 꼬와녜는 인터넷에서 검색한 정보를 재구성하여 그린 드로잉과 회화를 선보였다. 그의 작품에는 지도, 과녁, 숫자, 단어, 바코드, 도형, 도표, 낙서 등이 등장한다. 모두 2차원적인 것이다. 그것은 소재들로부터 온 특성이며, 회화라는 평면에서 재구성되고 필치와 색채가 덧입혀진다. 그의 작품은 코드의 조합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실체이다. 코드가 실체가 되려면, 몸을 매개로 한 경험과 물질적 변모과정이 개입되어야 한다.

김현준은 제품 포장상자로 의자와 개를 만들었다. 포장 박스에 새겨진 ‘부서지기 쉬운 제품’이라는 경고 문구가 그대로 드러난 작품은 종이 의자를 위한 진짜 메시지가 되었다. 상반신이나 하반신이 아직 재료의 형태로 남아있는 개들은, 이 작품들이 실제의 개가 아니라 종이로 만든 개라는 것을, 그리고 얼마나 근사하게 나머지 반쪽이 재현되었는가를 새삼 강조한다. 줄리앙 꼬와녜의 평면 작품과 김현준의 조각 작품은 작품 소재와 재료를 감추지 않고 노출한다. 그러면서도 관객이 그림이나 조각에 기대하는 바의 형태와 의미를 제공한다. 그것들은 사물 자체가 아니라, 무엇인가로 구성된, 또는 해석된 실체라는 것을 예시한다. 현실은 자명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루고 있는 잡다한 구성요소들, 즉 허구에 의해 우회적으로 접근된다. 허구는 어디쯤에선가 현실이 되고, 현실은 허구의 구성이나 조합의 결과물인 것이다.

현실에 도달한 후 허구라는 사다리는 치워지기 마련이지만, 이 전시의 작가들은 그 과정 자체를 작품으로 보여준다. 이들 작품에 나타나는 여러 기원을 가진 코드들은 모종의 현실에 접근할 수 있는 매개 고리가 된다. 이 전시의 작품들에서 현실은 (허구적으로)구성되는 것이며, 그 원동력은 작가의 주관적 의식과 상상력의 산물이기 보다는, 떠도는 기표들에서 선택한 것들이다. 그것은 통일된 시공간 형식을 가지기 보다는, 조립된 실체 또는 해체된 기호가 가지는 불확실성을 노출한다. 현실은 허구로 구성된 것이지만, 구성물은 자족적이고 자율적인 공간을 가지지 못한다. 줄리앙 꼬와녜의 작품에서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수집된 코드들은 유기적 총체성을 이루고 있지 못하며, 김현준의 작품에서 수집된 박스들은 원재료의 저항을 완전히 극복하지 않은 중간 단계들이다. 그것들은 동질이상(同質異像)의 것들로 변신 중인 듯하다. 작품들은 현실을 반영하거나 재현하는 투명한 언어를 자임하지 않으며, 임의적이고 가공된 매개물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출전 | 퍼블릭 아트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