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 바탕 면 위에 놓여 진 뼈와 그 주변에 얽히고설켜 연결된 부속물은 구조 속의 발생, 재현 속의 생산, 죽음 속의 삶 같은 역설적 가치들을 동일한 평면 위에 배치한다. 작가가 뼈를 조형의 모티브로 삼은 것은 그것이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갱신되는 생명의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뼈가 지니는 분절구조는 자연적 대상을 넘어서 기계 같은 인공물로 확장된다. 원, 타원, 정사각형, 장방형 같은 여러 형태의 캔버스들에 그려진 이미지들이 전시장 벽면을 타고 흐르는 붉은 선, 또는 혈맥으로 연결되어 있어 전체 환경이 상호 연결된 생태계나 네트워크의 양상을 띈다. 현생하지 않기에 뼈 구조물로 각인되어 있는 환상적 동물 공룡이 유일하게 재현적 이미지와 관련될 뿐, ‘생성’, ‘발아’, ‘율동’같은 작품 제목은, 분절화 된 세포 형태나 파편인 채로 스스로 복제되는 줄기세포 같은 운동을 선과 색의 흐름만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검은 원 바탕 위에 얹힌 밝은 선의 움직임은 죽음의 무도라는 테마를 현미경 아래의 차원으로 번안한다. 뼈라는 재현적 모티브로 출발하지만, 그것이 구현되는 방식은 추상적이다. 평면성을 두드러지게 하는 단색의 바탕 면과 분절화 된 면들 사이를 흐르는 복잡한 선들은 중력의 힘을 초월하여, ‘비행’하고 ‘부유’하며, ‘도약’하고, ‘순환’한다. ‘생명’이라는 주제어가 들어간 작품들은 대개 검은 평면을 바탕으로 하여 분절 구조 위에 흐르는 선과 색의 흐름을 그자체로 부각시킨다. 분절구조 사이와 안팎을 넘나드는 선과 색의 흐름은 일련의 장(場)을 이루면서, 생명의 힘으로 충전된다. 얽히는 선들은 밀도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분절점nodes을 형성하고, 노드 사이의 관계는 작품의 다양한 골격을 구성한다. 특히 구조와 구조, 작품과 작품이 연결되는 방식이 흥미롭다. 여러 형태와 크기, 높이와 색깔, 내용물을 가진 것들이 끊일 듯 말듯 한 붉은 선들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 방식은 뿌리줄기의 양상을 가진다.
작품 자체가 유기체 특유의 위계적인 구조적 통일성을 가지기 보다는 기관과 기관, 기관과 세포, 세포와 세포 등이 중심적인 원칙이 없이 특정한 선들을 따라 연결 접속되어 있다. 그것은 거대 유기체적 몸통을 뚫고 들어가 또 다른 줄기들을 생산한다. 오경아의 작품에 나타나는 유기체적 형상은 재현적 이미지가 아니라, 들뢰즈와 가타리가 [천개의 고원]에서 말한, 시작도 끝도 분명치 않으며 고르게 펼쳐진 판 위에 펼쳐진 선형적 다양체들로 구성된다. 정처 없이 움직이는 변이하는 선을 통해, 점들과 위치들의 집합에 의해 정의 되는 기하학적 구조를 넘어서 생성의 차원을 획득한다. 유목하는 선들은 유기체에 한정된 생명의 역량을 해방시킨다. 그것은 윤곽이나 형태에 제한되지 않는 선들이며 안과 밖, 시작과 끝, 형태와 배경을 갖지 않는 선들로, 상태들이 순환하고 있을 뿐인 하나의 체계를 이루면서 다양한 배치를 생산한다. 이렇게 해서 오경아의 유기체는 순수한 강도의 흔적으로 남게 된다.
출전 | 퍼블릭 아트 12월호
출전 | 퍼블릭 아트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