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 city를 비롯하여 다년간 각지에서 공공미술 사업을 수행해왔던 ‘퍼블릭 아트 달 무지개’(감독 박지현)의 작업으로 재탄생한 인천 만석 초등학교의 교문은 ‘머무름이 있는 생태 플랫폼’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검은 색 기와 형 벽돌로 어른 허리춤까지 쌓아올린 구조에, 좌우로 여닫는 기다란 철제 대문이 걸려 있다. 교문은 동일한 형태의 3개의 문짝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기둥과 같은 높이여서, 문이 열릴 때 문과 같은 색조의 기와 벽과 겹쳐진다. ‘생태 플랫폼’이란 주제에 걸맞게 교문 옆에는 같은 재질로 작은 쉼터가 조성되어 있다. 쉼터는 기존의 벽을 허물어 건물과 벽 사이의 자투리땅에 조성한 만남의 공간이다. 교문과 연계되어 있는 쉼터는 교문을 단절이 아닌 소통의 공간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들은 기존의 높다란 교문 기둥을 헐어내고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면서 개방감 높은 방식으로 재탄생시켰다.

학교는 오른 쪽 옆으로 고층 아파트 숲이 운동장을 내려다보고 있으며, 왼쪽은 찻길, 그리고 학교 앞은 낡은 상가로 문구점과 분식집이 늘어서 있는 지형적 조건을 가진다. 교문 왼편에는 신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만석초등학교 부속 씨름단 건물이 학교 건물과는 다소 이물감을 가진 채 들어서 있다. 교문의 부속 시설인 작은 쉼터는 씨름단 건물 앞에 조성되어 있다. 교문의 원래 형태는 흔히 그렇듯이 높이 2미터가 넘는 3개의 석재 기둥이라는 기본구조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 사이로 자바라 게이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자바라는 통상적인 쇠문과는 달리 나름대로 개방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높은 석재기둥과 연결되어 관공서 같은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자못 열려 있는 듯하지만, 그 앞에서 들고나는 차량과 사람들을 통제하는 그런 장소들 말이다. 석재 기둥과 자바라 게이트의 조합은 관료주의와 기능주의의 기계적 결합을 연상시키며, 수많은 아이들이 어린 시절의 상당 부분을 보내는 장소의 입구치고는 딱딱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것은 학교란 곳이 층층이 만들어진 관공서열로 진입하는 무대 같은 느낌을 재확인한다. 한국에서 학교는 현대의 소외 현상을 치유하는 곳이기 보다는, 그것이 시작되고 공고화 되는 곳이 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학교 왼편에 자리 잡은 고층 아파트 숲은 운동장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기존의 교문이 가졌던 수직적 구조에 대한 저항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환경적 조건을 고려한 듯, 달 무지개 팀의 새로운 교문은 수평성을 지향한다. 기둥과 문의 높이와 색이 같아 전체적으로 낮은 울타리 같을 뿐, 이전 같은 위압적인 면모가 없다. 기와 형 벽돌과 일일이 용접해 붙인 문살은 따뜻한 느낌과 견고함을 갖추고 있다. 문이 닫혀 있어도 이쪽과 저쪽 사이에 단절감 없이 마주할 수 있는 구조이다. 이러한 수평적 구조는 달 무지개 팀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표방한 생태성과 연결될 수 있다. 생태계에는 분명 약육강식이나 먹이사슬 같은 것이 존재하지만, 자연은 생태계 구성인자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준다. 그래서 자연에는 인간들끼리는 유지하기 힘든 공존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이전에 나무가 있던 자리를 되살리는 쉼터는 교문 기둥과 같은 재료와 색상으로 되어 있어 문의 연장선상에 있다. 문은 들어가거나 나오는 곳을 넘어 머무르고 소통하는 곳으로 간주된다. 그것은 교문 앞에서 불안하게 서성이는 이들에게 작은 자리를 마련해 준다. 기와 벽돌이나 문살의 이미지는 전통적인 모티브 이면서도 모더니즘적인 단순미를 동시에 보여준다. 그것으로만 끝났으면 단지 점잖거나 세련됨만이 돋보였을 것이다. 달 무지개 팀은 낮은 기둥과 교문에는 도시의 생태를 상징하는 고양이와 해양에 인접한 도시 인천을 상징하는 물고기를 끼워 넣었다. 그것은 묵직함 가운데 활기를 부여한다. 동시에 아이들의 정서에 호소하며 지역성도 살린다. 도시에서 천대받는 ‘도둑’ 고양이나 ‘생선’으로나 기억되는 놀래미 같은 소재는 인간과 함께 할 긍정적인 자연의 이미지로 되살려진다. 새로 제작된 학교 명패도 생동감을 부여한다. 새로운 명패는 마치 각기 다른 곳에서 오려낸 글자로 쓴 듯 한 다채롭고 불규칙적인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교문의 기본구조에 첨가된 고양이나 물고기 형상과 마찬가지로, 작은 크기라서 요란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새로운 교문은 차량이나 많은 아이들이 통과하는데 지장이 없는 기능성과 상징성, 그리고 친근함까지 갖추고 있다. 교문 로고 디자인과 상징물들이 가지는 친근함은 교문 옆의 어린이 씨름단 건물이 가지는 그것과 비교된다. 마치 민속 식당 간판 같기도 한 씨름단 건물의 상투적인 이미지와, 아이들과 시도한 소통의 산물로서의 그것이 비교된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기능적으로도 뛰어난 교문을 완성한 경우이기도 하지만, 공공미술은 단지 기능을 만족시켜 주는 것을 넘어선 어떤 것을 지향한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공공미술이 실현되는 장소와 관련된 이들과의 소통에 의해 이루어진다. 글자와 그림이 어우러진 자유분방한 학교 이름의 형태는 달 무지개 팀이 주변의 무관심 속에 어렵게 진행한 미술 교실로부터 온 것이다.

몇 년 전 달 무지개 팀이 시골의 한 초등학교에서 가능했던 공동체와의 성공적인 소통은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에서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 학교에 수백 명이 다니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학교 측의 지원이 필요한데 그것을 얻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고 제작자들은 토로한다. 이러한 주변의 무관심은 ‘아름다운 교문 만들기’ 사업의 발주와 진행에 얽힌 난맥상과도 연결된다. 그러나 학교 측의 무관심과 방기 아래 고투한 현장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탄생했는데, 이는 공공미술의 현장에서 축적된 개별적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다른 장소도 아닌 학교에서 공공미술가들의 활동을 또 다른 교육의 현장이 아니라, 단순히 기능적으로만 파악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기만 하다. 그나마 작가가 구상한 것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간섭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모른다. 새로 만들어진 교문은 이러한 관료제적인 무심함을 치유하는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본다.

출전 | 인천문화재단 공공미술 프로젝트 ‘아름다운 교문 만들기’ 참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