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하 염성순 展-Between the lines | 7.1-7.30 | 사루비아 다방

입체적 공간과 농밀한 색채가 어우러지는 염성순의 그림과 출처불명의 기표들이 얹혀있는 표층들이 집약된 문지하의 그림은 상호 보완적이다. 거기에는 다성적 화음과 그것이 메아리로 울려 퍼질 침묵의 시공간이 공존한다. 그들의 작품은 고착되지 않고 천천히 혹은 빠르게 움직이며, 보편적인 코드로 모든 존재를 구획하려는 보이지 않는 힘에 저항한다. 색채는 서서히 전이되고, 형태는 또 다른 형태들과 접속, 또는 접목된다. 그림들은 예기치 못한 항목들로 끊임없이 횡단하면서 부자연스럽게 응고된 현실적 질서로부터 탈주를 시도한다. 탈주는 자아로 후퇴하거나 유폐되는 식이 아니라, 진한 밀도 또는 다양한 타자 복합체로의 변이를 통해 이루어진다. 회화가 보유한 진한 밀도는 굳이 움직이려 하지 않아도 운동을 발생시키며, 변이는 동질적 질서를 내부로부터 와해시키는 동력이다. 염성순은 두 개의 캔버스를 앞뒤로 붙여서 밤과 낮을 형상화 했다.



심해의 풍경을 떠오르게 하는 블루 계열로 이루어진 밤이 서늘한 신비로움을 연출한다면, 옐로우 계열로 이루어진 낮은 아찔한 현기증을 자아낸다. 밤과 낮은 모든 것을 품고 가라앉히는 상태와 모든 존재의 무게를 비워낸 상태에 상응한다. 그림의 등을 마주 붙인 설치 방식을 통해, 양자는 한 몸의 두 얼굴이라는 것을 예시한다. 작품 [물과 모래]에서는 녹색 바탕에 붉은 색 형태라는 상보적 관계를 통해, 대조되는 항 사이의 낙차에서 발생되는 회화적 에너지를 풀어헤친다. 염성순은 밤과 낮, 물과 모래 같이, 상호 연결되면서도 대조되는 상징적 구조를 가동시키면서 모종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이러한 구조는 고정된 이항대립에 의존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구조는 동형성을 강조하지만, 최근에 도입된 직선적 요소는 무정형 형태로 이루어진 무의식적 이미지의 이질성을 강화한다. 떠도는 형태들은 기존의 질서에 포획당하기 보다는 미지의 것을 포획하기 위해 움직인다.




문지하의 회화적 구성요소는 훨씬 더 잡다하다. 동서고금의 복잡하고 다양한 도상의 파편들을 일정한 상태로 고정시키는 것은 정사각형 형태의 화면뿐이다. 내부가 무한대의 자유를 구가하니 외연은 더욱 엄격하다. 도상들의 복잡함을 말할 것도 없고, 화면들은 원색을 넘어서 형광 빛이 돌며 자수와 페인팅이 한 화면에 공존하기도 한다. 다양한 층과 차원이 복합된 방식은, 크지 않은 화면에도 불구하고 고정된 동일자로부터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 타자들을 넉넉하게 품는다. 문지하의 작품은 화면 안으로 한정시킬 수 없는 외부의 흐름과 연결된다. 그리하여 화면은 활성화된 접촉 경계면이 된다. 현실과 가상, 육체와 정신 등에서 발췌한 구성요소들은 단지 우연적으로 흩어져 있거나, 어떤 보편적인 질서에 의해 자리매김 되는 것이 아니라, 분열하면서 생성하는 특이한 운동감을 보유한다. 여기에서 회화는 모든 수직적 위계와 수평적 경계를 허물고,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하는 욕망들로 충전된 집합적 장이 된다.

출전 | 월간미술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