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공장 단지 안에 있는 창작 스튜디오 내건너 창작마을, 그곳에서 열린 ‘공장 단지 내의 특별한 선물 꾸러미’는 입주 작가들과 주민들, 지역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함께하는, 공공성이 강한 문화 프로그램이다. 컨테이너 두 대를 2층으로 쌓아 만든 공간 외부의 장식은 내건너 창작 마을의 입주 작가들이 맡아 했고, 그 내부에서는 주민, 작가, 노동자들이 함께하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이 진행된다. 지역 공동체 내에서 서로 주고받는 선물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컨테이너는 붉은 리본(이칠재, 김원)으로 전체를 감싸 안았으며, 컨테이너 외벽의 풍선에 떠올려지는 집들(이준미)은 선물이 가지는 부푼 기대감을 표현하였다. 꽃(유형석)과 나비(김병진), 동물(배수관)과 자전거 타는 사람(이윤숙) 등으로 장식된 외부 공간은 대중과 쉽고 친근하게 소통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 있다. 이 공간은 우선 프리마켓이라는 행사로 오픈 하지만, 향후에 지속적인 공동체 활동의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프리마켓은 서로의 실용성도 충족시켜주며, 일단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소통방식이라고 생각된다.

2008년 12월에 오픈한 컨테이너 북카페가 아직도 진행 중인 프로젝트임을 감안하면, 이번 행사 역시 일회성에 머물지 않는 ‘진행형 프로젝트’가 되리라 믿는다. 국적이 다른 이주 노동자과 함께하는 수업과 워크숍은 미술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자원 봉사자는 풍물꾼, 소설가, 시인, 대학생 등 다양한 계층에 걸쳐 있다. 행사 오픈 날도 화성문화재단에서 협찬하는 ‘찾아가는 공연장’이 열려 국악이 연주되었다. 그곳은 이 땅이 각자의 이해만을 추구하는 단절된 사회가 아니라, 타자와 더불어 사는 곳이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다양한 교류의 장소로 활용될 예정이다. 그것은 타자들을 배제하는 개인의 성취보다는 문화적 다원주의를 인정하는 진정한 평등의 가치관에 입각해 있다. 사회학자 탈코트 파슨스에 의하면 평등주의의 주제는 공동체와 참여이다. 그것은 공통의 이익, 즉 공동체로서 파악되는 사회적 이익을 추구한다. 이곳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각자의 생존을 위해 흘러든 사람들이지만, 지금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일만 하는 기계가 아니라는 명확한 사실이 무시되고 있다. 또 다른 문화적 블록에서 온 타자들과의 교류는 분명 우리를 풍요롭게 해줄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화성 시는 서울보다 면적이 넓고, 50만의 인구가 살지만 선뜻 떠올려지는 문화공간이 부족한 곳이다. 창작마을이 있는 봉담읍 당하리는 화장 솜, 부앙기, 자동차 백미러, 가구 등을 제조하는 군소공장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이곳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컨테이너에서 산다. 2008년의 컨테이너 북카페와 2009년 ‘선물 꾸러미’ 프로젝트가 컨테이너에서 진행된 것은 단지 편리한 공간 확보 때문만은 아니다. 컨테이너를 활용한 공간은 타국에서의 열악한 주거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창작마을 근처에는 노동자들의 식당이 있는데, 컨테이너 문화공간들은 그들에게 잠시나마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준다. 그곳은 급격한 외국인 인력의 유입으로 다소간 소원해진 외국인 노동자들과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매개하는 공간이 된다. 또한 그곳은 가까이 있는 작가들이 자신의 예술을 사회와 어떻게 소통시킬 수 있는가를 실험하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들의 참여는 아직까지는 주어진 공간을 조형적으로 꾸며주는 단계, 즉 대중들에게 봉사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창작 공간의 입주 조건은 작업을 열심히 하여 개인전을 여는 것 외에, 지역주민과 이주 노동자들에게 봉사 좀 하라는 무언의 압력(?)이 있다고 한다. 이런 종류의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수행될 수 있는 것은 기획자(이윤숙, 김정집)의 강한 의지와 더불어 그곳이 작가들이 입주해 있는 공간과 중첩되기 때문이다. 내건너 창작마을은 2010년이면 5년을 맞는 수원의 대안 공간 눈에서 운영하는 공동 창작 스튜디오로, 2009년 현재 2기 입주 작가로 김병진, 김원, 김지훈, 배수관, 양성근, 이윤숙, 이칠재, 장세일 등이 있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이 레지던시는 고속 전철이 지나가는 시끄러운 동네라서, 오히려 작업과정에 소음이 발생하기 쉬운 조각가들이 주로 입주해 있다. 이들은 자기 작업 외에 지역 주민을 위한 활동에 참여한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회에서 이러한 미술 봉사는 그자체로도 의미 있는 것이지만, 작가의 참여는 공공적 차원으로까지 고양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참여 작가 작품의 내적인 요소와 공공성이 결합될 필요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는 ‘예술성이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현장에 갖다 놓으라는 것이 아니다.

개성이 다른 여러 작가들이 지역 거주민들과의 소통으로 설정된 특수한 목표에 몰두하게 될 때 작품은 공공성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공공미술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공공과 효과적인 접촉 및 소통을 추구하는 분야인 공공미술은 근 몇 년간 적어도 제도적인 차원에서는 활성화 되어 있다. 공공미술에 참여한 작가 군들이나 그것만을 전문적으로 작업 목표로 삼은 기획자 및 작가들도 꽤 있다. 제도적으로 확대된 기회의 장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채워가는 일이 필요한데, 내 건너 창작마을 같은 지역 거점의 민간 문화공간은 그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입주 작가로 공공미술 기획가나 활동가, 작가 등을 한명 쯤 참여시키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젊은 작가들에게 작업장을 제공하고 동네 주민들이나 노동자들이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공간을 일구어 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본다. 필자가 그곳에 들른 날도 지역에 거주하는 문화기획자와 주민들이 스스럼없이 들어와 대화하고, 북 카페에는 누군가 기증한 새로운 책이 놓여 있는 등, 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는 공동체 문화가 활성화되려는 조짐들이 감지되었다.
출전-2009 경기문화재단 시각 부문 지원 사업 모니터링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