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무길 전 (12.23-12.29, 인사아트센타)

우무길은 밀집된 도시의 풍경을 스티로폼으로 모델화 시키고 여기에 다채로운 선과 색을 입혀 도시가 가지는 활기, 또는 숨 막힘 등을 표현한다. 스펙터클처럼 펼쳐지는 도시풍경을 눈덩이처럼 뭉쳐 공중에 번쩍 들어 올린 작품은 마치 처리중인 거대한 폐기물처럼 보인다. 그것은 둥근 지구 자체가 도시화된 모습, 즉 도시의 지구화를 표현한다. 근대주의는 세계 어디를 가도 비슷한 풍경을 낳았기 때문이다. 밀림이 불태워져 농지로 개간되고, 온난화로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 거기에서도 이렇게 인공적으로 분절된 풍경을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의 작품에서 지구별은 울툭불툭 튀어나온 인공 구조물로 가득 덮여 있다. 스티로폼은 가볍고 다루기 쉬운 재료라서 그런지, 작품의 수가 많고 재료의 용이성이 아니라면 불가능해 보이는 대규모의 많았다. 빌딩과 도로 같은 이미지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부조 작품은 마치 구글을 통해서 본 지도의 모양새와 비슷하다. 그것은 이미 작은 골목길까지 세밀하게 지도화 되고 있는 정보화 사회를 반영한다.




근대주의는 정보화를 통해 또 다른 단계로 진입했는데, 그것은 코드화 시킬 수 있는 범위의 비약적인 상승이다. 풍경은 어느 높이에서 보았는가에 따라 구상과 추상의 정도가 가늠된다. 근대도시의 경우 애초에 추상적 그리드를 바탕으로 조직화되었기 때문에 표면과 구조는 대개 일치된다. 공중 어디에선가 포착된 듯한 도시의 외관은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반듯한 선들--물론 현미경이나 천체 망원경 같은 미시, 또는 거시적 차원의 스케일에서 자연의 추상적 패턴은 관찰될 수 있다--로 가득하다. 우무길은 선과 면 외에, 네가티브 공간을 덮은 철망으로 다채로움과 통일성을 꾀했다. 그것은 특정한 구성 원리에 의해 설계되었으나, 이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복잡한 미로처럼 분열 발생하는 도시의 양상을 보여준다. 도시를 이루는 기하학은 처음에는 미지의 땅들을 정복하다가, 그 끝에 이르면 이제 내부로부터 분열한다. 도시는 세포처럼 분열하고 융합하면서 살아있는 유기체의 특성을 띄게 된다. 그의 작품은 더욱 잘게 구획되어 가는 도시 풍경을 잘 표현하고 있다.

우무길의 도시풍경은 단순히 외관의 재현이 아니라, 구조적 재현이다. 명확히 칠해진 색과 외곽선은 시각적 리듬감을 발생시키며, 복잡한 와중에도 소유관계가 분명한 삶의 터전을 예시한다. 바늘하나 꽂을 틈 없이 빽빽한 도시를 멀리서 바라보고, 때로는 마음껏 주물러 보는 행위는 레고 블록을 가지고 노는 아이가 가질 법한 세계이다. 체계 바깥에서 바라보는 시점은 다소간 대상으로부터 초월적인 거리 유지를 가능하게 하고, 도시를 공놀이나 주사위 놀이 같은 유희의 대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공작도시’라는 작품 제목들은 그의 작품이 가지는 놀이적 특성을 잘 드러낸다. 한정된 시공간 속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행해지는 놀이는 현실과 가상의 중간에 있는 매개 지대가 된다. 우무길의 경우, 놀이하는 블록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스티로폼 등으로 다양하게 만드는 차이가 있다. 구성된 평면을 세우고 접고 굴리는 식의 다양한 변주가 행해진다. 그러나 창안된 구성요소들조차도 한정된 조합에 따르다보니, 비슷한 시각 상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코드화 된 근대 도시의 특성이자, 근대적 삶의 양상인 것이다.

출전-2009 경기문화 재단 시각예술 부문 지원 사업 모니터링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