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진의 그림은 작가의 주장처럼 관측된 존재를 그렸으니, 초현실적인 공상화는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고 평범한 인물풍경화라고도 보기도 힘듭니다. 작품 감상에 있어서 장르 구분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정수진의 그림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듯합니다. 실상 인물풍경화의 제작원리, 분명한 초현실적 느낌. 결국 ‘현실’과 ‘이상향’의 완벽한 공집합을 시도하는 ‘새로운 장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의 그림이 종교화처럼 보이는 원인이 조금은 이해됩니다. 작가의 그림이 묘한 포지셔닝을 유지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일반적인 초현실주의 그림에서 흔히 보는 ‘빈 공간’이 없고 ‘밀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그의 상상력은 머리가 아니라 손에서 비롯되었을지 모릅니다. 손에서 비롯된 상상은 결국 손에 잡히니까요.
- 정수진 작가는 1999년, 2001년 두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