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성의 작품에는 동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동물을 좋아하는 그에게 동물들은 자신의 비유가 되어 작가로서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을 전해준다. 주로 등장하는 동물은 개, 곰, 소, 말 등 인간과 친숙한 동물들이다. 그러나 현대미술에서 자주 등장하는 동물은 단순히 인간으로 하여금 잘 먹고 잘 살게 하기 위한 교훈담이나 우화에 머물지 않는다. 또는 ‘인간 역시 동물이다’는 식의 싱거운, 그리고 대부분 퇴행적이며 반동적으로 기우는 자연주의적 결론에 머물지 않는다. 이의성의 작품에서 인간과 동물의 비유는 보다 심층적이다. 그것은 인류문명에 의해 타자화의 극단에 몰려있는 동물들의 운명이 정확히 그 가해자들에게 되돌아온다는 메시지이다. 가해자가 모두 같은 부류는 아니다. 동물을 비롯한 벌거벗은 생명에 군림하는 보이지 않는 권위는 따로 있으며, 근거가 확실치 않은 이 부당한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다수의 인간들 역시 타자로서의 운명을 공유한다.
 
특히 작가라는 존재는 스스로를 의식하면 할수록 타자화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다수의 타자를 억압하는 동일성의 논리는 다양성을 억압하며, 결국 그것들을 사라지게 한다. 대표적인 다양성의 산실은 자연이고 다른 하나는 예술이다. 그래서 자연과 예술은 그토록 많이 닮아 있는 것이다. 야성과 종 다양성을 소멸시키는 권력 아래에 아무런 보호막 없이 위험에 노출된 동물들은, 마찬가지로 한계선 상에 있는 예술가가 강하게 감정이입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동물 희생은 신화나 종교의 시대부터 공장화 된 대규모 동물농장과 동물실험실에 이르기까지 인간 문화의 근저에 깔려 있다. 자크 데리다는 [법에서 정의로]에서 동물희생은 주체성의 구조에 본질적이라고 본다. 인간 주체를 세우는 중심 논리로 로고스 중심주의(logocentrism)-여기에서 로고스는 이성, 의미, 기원, 근거, 현전 등을 포괄한다-를 지목했던 데리다는 이 논리가 억압하는 타자로 동물 및 생명체 일반의 희생 구조를 포함시킨다. 그는 이를 해체함으로서 인간중심적 공리계 전체를 재고하자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