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큰 기대를 했던 미술전시에 대해서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우리들의 감성에 맞지 않는 방식이어서인지 모르지만, 다가오는 느낌들이 그다지 인상 깊지 않았다는 점이다. 카셀도큐멘타의 경우 관람객의 미적체험을 위주로 전시를 구성하고 있다는 로저 M. 뷔르겔의 말처럼 다양한 장르와 경향의 작품들이 등장했다. 100여 명의 작가들의 작품 480여 점이 있었고, 회화 조각 사진 영상 설치 등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들이 망라되고 있었음을 볼 수 있었다.
전시의 전체 구성을 그 어떤 인위적인 포장보다는 자연스럽게 놓아둔다는 의미도 부여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베니스비엔날레와는 달리 지금 이 시대 미술에 적용될 수 있는 담론적 기능도 겸비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점에서 다소 실망스럽게 느껴졌다. 프레데치아눔 안에서 보았던 한방을 가득 채운 아이올 드 프라이티스의 설치작품과 가설 전시장에서 만난 사단 아피프의 음향과 시각적인 것 간의 통합적 형태를 선보인 <블랙코드> 등 몇몇 작품들에서 받은 신선함만이 기억에 남는다. 작품과 장소와의 관련성이라는 개념을 일찌감치 주장하고 나선 장소특정성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뮌스터 조각프로젝트에서는 36명의 작가 작품 34점을 대학도시인 뮌스터 시내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도시 가운데에 있는 호수 주변에 펼쳐진 로즈마리 트로켈의 나무숲 설치작품, 그리고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 아래서 퍼져 나오는 음악을 작품화한 수전 필립스의 작품 등이 주목된다. 카셀도큐멘타가 작품이 주어진 공간 안에서 어떤 효과를 만들어내는가라는 작품 중심적인 전시방식이었다면 뮌스터 전시는 장소가 작품에 미치는 영향과 역으로 작품이 장소를 어떻게 다르게 인식하게 만드느냐라는 과제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스위스를 거쳐 도착한 베니스 비엔날레는 본전시관에서 그야 말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갖는 각 장르별 특색을 볼 수 있었지만, 여전히 이번 전시의 주제인 감성과 이성의 흔적들을 어떻게 작품들과 관련을 지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점에서는 의아한 생각을 갖게 했다.
너무 짧은 시간에 둘러본 전시에 관한 소감이기에 나 자신도 철저한 성찰의 시간을 갖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전시장을 찾는 다양한 관람객들-작가, 작가 지망생, 평론가, 학생 그리고 미술에 관심을 갖는 일반인들-을 위한 최소한의 공통적인 가이드 라인이 주제로서 나타나 있어야만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또 모르는 사람들과 가졌던 신선한 만남만이 뇌리에 깊이 남아 있다
※ 박일호 교수는 내년 5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총감독에 선임되었으며 대전시립미술관장을 역임하였다.
사진제공│윤기섭(김달진미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