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의 <think tree>는 복잡하게 뻗은 나뭇가지처럼 생각들이 싹트고 자라난다. 인류의 상징적 우주에서 생명 및 지식과 비유되곤 하는 나무는 연속적인 분기로 이루어져 있다. 복잡한 분지들은 보다 많은 것을 저장하고 전달한다. 선으로 이루어진 좌대 아래로 뻗어내려 간 것은 흙을 향하는 뿌리에 해당하고, 얼굴 실루엣을 만들며 위로 솟구치는 것은 하늘을 향하는 가지들에 해당된다. 그것들은 자연 속 나무 처럼 하늘과 땅을 이어준다. 위아래로 대칭의 구조를 이루는 형태를 살리기 위해서, 작가는 완성된 형태를 얹어놓는 좌대보다는, 중간에 걸쳐놓는 거치 대같은 형식을 취했다. 나무는 물론 해초나 산호초 같은 식물성 이미지를 가진 그것들은, 단숨에 차원을 달리하여 뇌 혈관계나 신경망으로 변모한다. 생각들을 가지에 가지를 쳐서 머리가 폭파되는 듯하고, 생각의 무게를 못이긴 듯 반으로 쪼개지기도 한다. 안쪽에 섬유 다발이 뭉쳐있는 거대한 안면에서 나타나듯이, 얼굴 윤곽과 내부의 신경다발이 동일한 계열로 안팎의 구별이 없다. 


계통수처럼 뻗어나간 사고의 전개, 그리고 혈액이나 신경전달 물질을 실어 나르는 망 또한 하나이다. 형태와 색상은 생각의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용접해서 붙여나간 가지들은 대략의 형태만 정해져 있기에, 분지의 방향이나 밀도는 작업 과정 중의 생각이 반영된다. 어떤 생각을 추후에 재현하거나 표현 한다기 보다는, 제작 과정에서 생겨나는 감정이나 생각 또한 결과를 좌우한다. 제작 시 가지가 연결되는 방향은 순간순간 정해진다. 자연 또는 인공에 존재하는 네트워크의 형상화에 인간의 얼굴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소통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세 토막으로 분리된 기타 몸체가 기타 줄로 이어진 작품은 제목이 아예 <커뮤니케이션>이다. 나무가 세 우주를 이어주듯, 튕겨짐으로서 우주의 하모니를 만들어낼 기타 또한 그러하다. 네트워크에는 인간의 표정이 있고, 녹슬려진 기타 몸체는 따스한 느낌이 남아 있다. 소통이라는 주제에 맞게 관객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위아래로 힘차게 뻗은 분지 체계는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을 반영하고 구조화한다. 위아래로 더 많은 양분과 햇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발달된 섬세한 분지 체계처럼, 인간의 사고 또한 미세한 촉수들을 요구한다. 로베르 뒤마는 [나무의 철학]에서 나무의 축조된 형태학과 복잡한 생리학에서 많은 은유를 발견한다. 그에 의하면 나무는 공간, 시간적으로 극대화된 양상으로 자신을 펼치면서 공기, 물, 빛, 광물을 수렴하고 종합하며, 가뭄과 강우, 한파와 바람의 내력을 자신의 문서고에 기록한다. 나무는 정신이 이론적 구상의 중심에 있는 것처럼 우주의 한복판에서 물질적으로 작용하며, 물질과 모형을 제공한다. 나무의 성장과정에는 인식의 역사라는 이미지가 발견된다. 뒤마에 의하면 헤겔은 나무가 지상에서 하늘로 밀어 올리는 기본적 개념과 정신을 지향하는 물질의 상승운동을 구체화한다고 보았다. 하나로 모으고 쇄신하면서 동일하지만 전혀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는 나무와 정신간의 경이로운 상동작용인 것이다. 

철학처럼 나무는 다원성 속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혼합된 요소들로 생장하는 특성을 취한다. 정신도 공간과 시간 속에서 꽃을 피우고 새싹을 틔우는 것이다. 김재범의 작품 속에 선명한 계통수 이미지는 단순한 구축위에 새로이 접목된 부분  뿐 아니라, 진화의 과정을 표현한다. 계통수는 시간의 흐름 위에 놓여있는 종들의 생산과정을 드러내는 것이다. 계통발생학적 나무에 내재된 시간성은 형상적 변이를 실현한다. 거기에는 단순함에서 복잡함으로 이동하는 점증의 개념이 있다. 그러나 김재범의 작품 속 계통수의 이미지는 19세기 진화론의 시대보다는 유연하다. 설치의 형식에 의해 각각의 단위는 수직적 위계를 해체하고 수평적 그물망으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서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사고의 도관으로서의 나무의 비유는, 뿌리줄기라는 우리시대의 패러다임에 더욱 가까운 방식으로 증식하고 있다.    

출전; 2012 수원신진작가 발굴 전(수원미술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