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산의 정기를 받고 태어나고 자란다는 말을 하곤 한다.국토의 70%가 산인 우리나라에서 산은 그 만큼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풍수지리에서 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산에서 나고 다시 산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실감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산수화는 서양 회화사에서 인물화 만큼이나 동양 회화사에서 중요한 화목이었다.산수화란 단순히 산과 물이 있는 경치를 그린 풍경화와는 개념이 다르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이다. 산수화는 오묘하고 무궁무진한 자연의 이치와 조화를 담은 매우 이념적 이고 철학적인 그림이다. 산수화를 즐긴다는 것은 단순히 풍경을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 자연에 대해 사색하고 관조하는 것이다. 자연과 나를 하나로 여 겼던 동양인들이 산수화를 여러 화목 중에서 으뜸으로 생각했던 연유가 여기에 있었다.




현대 한국화의 패러다임에서 음풍농월하던 시대의 산수화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급변하는 현대 회화의 조류에서 한국화 또한 시대에 걸맞는 스타일의 변화와 창출을 요구 받고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우리 동양인들에게 사랑받아 온 산수화를 구 시대의 그림으로 치부해 버리기엔 무언가 아쉬움이 있다. 이 시대의 현대 회화로서 산수화의 길은 없는 것일까? 오늘날 우리 주변에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여러가지 것들이 산재해 있다. 그리고 날로 그 폐해는 심각해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는 어쩌면 우리 인간들이 자연과 멀어 지고,자연의 이치를 무시함으로써 초래된 문제이다.인간중심의 인본주의로서 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가 역부족일지도 모른다.나는 인본주의를 넘어 자연과 나를 동일시했던 동양사상에서 이들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대 문명의 편의성에서 벗어나 다시 옛날 농경시대로 우리의 생활패턴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보다는 자연의 소중함과 자연과 조화되는 삶을 환기시킴으로써 우리 주변의 위험요소들을 완화하고,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아가야 하리라. 이런 관점에서 동양인의 자연친화적 삶과 철학이 담겨있는 산수화는 자연과 가까웠던 옛 조상들 보다도 오히려 현대의 우리들에게 더욱 의미가 있고 절실한 것은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