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와 콘크리트:한국 현대건축 운동 1987-1997

2017.09.01-2018.02.18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청년건축인협의회, 건축운동연구회, 수도권건축학도협의회, 민족건축인협의회, 건축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4.3그룹, 서울건축학교, 경기대 건축전문대학원, 선경건축스튜디오, 한샘기행 및 출판.저널.비평 관련단체 등

+성재혁, 김경태, 더도슨트


마치 잘 적힌 책의 서지사항을 보는 듯한 작가소개의 이 전시는 건축에 대한 전시다. 건축은 말 그대로 건물이 대상이 된다. 그러다 보니 전시는 기록 위주의 전시가 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갖는다. 이러한 한계는 건축 관련 전시를 어떻게 보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더 깊게 하고 시도를 하게 한다. 건축전은 그런 시도를 찾는 재미가 있다.



(사진) 3전시실


3전시실은 각 집단들을 움직이게 한 내재된 열정과 이념적 기반이 무엇이었는지 영상과 이미지 아카이브를 통해 살펴봤다. 전시디스플레이는 제목을 각각 전시장에 적용하여 3전시실은 콘크리트를, 4전시실은 종이를 컨셉으로 잡았다고 했다. 벽과 바닥 기둥과 스크린까지도 단단하고 묵직함을 표현해냈다.


 

(사진) 3전시실 프로젝터 부분 / 서랍 부분


각각의 전시대의 서랍 안에는 아카이브 자료들이 그득하다. 비전공자의 경우 어디부터 어떻게 봐야하나 막막할 지경으로 내용이 방대하다. 전시 준비에만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을 것 같다. 단체가 많고 종류나 사업이 많다 보면 전부 보여주고픈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다 중요하고 다 소중하지만, 관람을 위해서 조금만 더 덜어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 편 이런 기회가 많지 않아 기회가 생겼을 때 몽땅 다 정리하고 보이고픈 마음도 또 이해가 간다.


 

(사진) 3전시실 바닥


전시와 연계된 포럼이 7건이고, 학술행사가 1건인데. 이들 중 6건의 포럼이 전시장에서 열린다. 내부의 설계 작업대를 연상시키는 전시대를 원래의 위치에서 점선을 따라 옮겨 포럼이 진행된다고 한다. 각 점선에는 어떤 포럼에 어떤 모양으로 작업대를 옮겨야 하는지 적혀있고, 덕분에 전시대는 모두 다리에 바퀴를 갖고 있다.



(사진) 재발견된 모더니즘: 한국 건축 집단의 지식 지형, 2017

진행: 이종우, 박정현, 정다영

디자인: 성재혁

(주요 인용 및 참고자료 - 박길룡, 『한국 현대건축 평전』, 공간서가, 2015 / 앨런 콜쿤, 『모던 아키텍처』, 옥스퍼드 예술사, 옥스퍼드대 출판부, 2002)


벽을 가득 채운 인포그래픽은, 건축운동 집단의 이념적 기반을 추적할 수 있는 간략한 지형도이다. 이는 한국 건축을 세계 건축의 흐름과 함께 이해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전부 읽다가는 전시시간이 끝날 것만 같다. 인포그래픽 역시 건축전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다. 복잡하고 많은 내용을 담을수록 이런 인포그래픽은 빛을 발하는데, 가끔은 미술 전시에서도 연대기를 그릴 때 본격적으로 시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진) 4전시실

4전시실은 종이를 전시디스플레이의 컨셉으로 잡아, 상단에 스크린이 3전시실과 다르게 종이처럼 얇은 느낌을 준다. 전체적으로 영상에 집중하라는 느낌이 강해서 3전시실에서보다 영상을 지켜보는 시간이 길었다.


(사진) 개념 나무: 한국 건축 집단의 언어, 2017

디자인: 성재혁

청건협, 건운연, 4.3그룹, 서울건축학교, 민건협이 생산한 문서 및 책자에서 발췌


 


 

(사진) 3, 4전시실에 있던 카피룸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 1990년대 주요 정보 전달 매체였던 종이와 복사기가 90년대 사회과학운동에 영향을 줬다. 이러한 이유로 각각의 전시관에는 카피룸이 설치되었다. 이들은 당대 이야기를 후대에 전달하는 매개체이자 커뮤니케이션의 허브로서 기능을 상징하며, 관객참여형 공간으로 운영된다. 1987-1997년에 이어 현재까지의 연결고리를 말하고자 함으로 보인다.


 
(사진) 아카이브 전시공간


전시장 입구부터 출구까지 길게 아카이브 전시공간도 마련되어있다. 복본을 통해 관객이 직접 책을 펼쳐 읽어볼 수 있도록 신경 썼다. 벽과 중간중간 걸린 그림처럼 걸린 사진작품도 인상적이다.

전반적으로 기록 중심이라 지루해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다양한 시도를 해봄으로써 알차게 꾸민 듯 보였다. 전시도록 역시 중간중간 내용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단체소개 등을 별지로 접어넣어 조합한 색다른 구성을 선보였다. 전시를 준비하며 시간과 공이 많이 들어갔다는 것이 느껴진다.


사진.글.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