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대 호텔의 로비 형태로 꾸며진 전시장 '익스프레스 284 라운지' 전경
오는 1월 8일부터 열리는 《호텔사회》를 관람하기 위해 문화역서울 284로 향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호텔로 변모한 구 서울역 공간을 만나볼 수 있다. 1880년대 근대 개항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호텔을 통해 문화가 도입되고 정착하는 과정과, 오늘날 호텔이 지닌 생활 문화플랫폼으로서의 다층적인 면모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근대 철도교통이 발달되면서 시작된 호텔이 우리의 삶에 지니는 의미를 생각보고, 문화를 즐기는 융합의 장소 역할을 했던 호텔을 다양한 프로그램과 50여 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서 보다 입체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 또한 한국 근현대사에서 문화예술의 보급로 역할을 했던 8개의 주요 호텔들의 협력으로 진행되어 더욱 의미 있다.
전시는 총 7개의 주제 <익스프레스 284 라운지>, <오아시스 풀ㆍ바ㆍ스파>, <여행ㆍ관광안내소>, <이발사회>, <호텔사회 아카이브>, <그릴 홀>, <객실>로 구성되어 호텔의 기능과 역할을 재해석한 각 공간에서 건축, 설치, 사진, 영상, 회화, 현대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중앙홀의 라운지 공간
중앙홀 공간은 로비로 꾸며져, 거대한 계단 뒤로 라운지 컨셉에 맞춰 관람객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호텔의 로비는 사람들이 만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써, 이 공간에서는 커피와 함께 근대 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어니언 스프가 제공될 예정이다.
교류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수용했던 근대 호텔을 나타내는 <익스프레스 284 라운지>, 스파나 수영장 등의 휴식과 여가의 기능을 했던 호텔 공간을 재해석한 <오아시스 풀ㆍ바ㆍ스파>, 여행 안내 거점으로 기능했던 호텔을 살펴보는 <여행ㆍ관광안내소>, 근현대 호텔이 선도했던 호텔의 미용 문화와 현재의 바버 문화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이발사회>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실제 한국 호텔들의 사료를 통해서 호텔의 관광산업을 살펴볼 수 있는 <호텔사회 아카이브>, 1960년대에 시작된 호텔 극장식당을 모티브로 공연과 식문화에 끼친 영향을 알아보는 <그릴 홀>, 마지막으로 호텔의 기본적 기능이자 개인의 수많은 이야기가 담긴 사적 공간 <객실>까지 만나볼 수 있다.

서측복도에 전시된 이동훈의 목조 조각과 이강혁의 사진 <나이트 플랜트 Night Plant>
라운지에서 연결되는 서측복도는 호텔 정원을 모티브로 하여 재해석된 공간으로 꾸며진다. 통로에는 이동훈 작가의 목조 조각인 <선인장>, <플라밍고와 풀>, <왕부리새와 아레카 야자>가 설치되었고, 벽면에는 이강혁 작가가 역사적 가치를 지닌 서울의 대표 호텔들을 밤에 몰래 침입하여 내부의 조경을 찍어 얇은 천에 인쇄한 사진들이 걸렸다. 복도에 나열된 희귀종 동식물 형태의 목조 조각품은 약탈의 상징물, 전리품을 떠올리게 하여, 호텔의 아름다운 휴식처이자 이를 만든 힘들의 약탈적 성격을 드러내는 정원 공간에서 관람객들로 하여금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우지영의 <라토나: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Latone: The Early Bird Eats the Worm>
우지영 작가가 베르사유 궁전에 있는 라토나 분수대의 양식적 특성을 연구하여 서울의 을지로에서 구할 수 있는 산업 재료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1층 복도에 설치된 샹들리에 작업 SWNA

3등 대합실 '오아시스 풀ㆍ바ㆍ스파' 설치 전경
풀장 구조로 구성된 3등 대합실 공간에 들어서면 여가문화의 기능을 하는 호텔 수영장을 경험할 수 있다. 1960년대 최초로 호텔에 실내 수영장이 생겨난 이후, 1970-80년대 타워 호텔, 워커힐 호텔 등을 중심으로 유흥과 여가를 위한 공간이었던 호텔의 야외 수영장과 온천 사우나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였다.

바 공간에서 석류 모히또를 만들고 있는 장경준 바텐더 겸 작가
'오아시스 풀ㆍ바ㆍ스파'에는 수영장 안에 머물며 칵테일을 마시며 경험할 수 있는 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매주 금, 토, 일 선착순으로 바텐더가 직접 제공하는 무알콜 석류 모히또를 마시면서 수영장에서 신나는 놀이를 하는 듯한 청량감을 느껴볼 수 있다.

자연을 연상시키는 초록색으로 꾸며진 '휴(HUE, 休) 스파 - 웰빙 클럽' 공간
'휴(HUE, 休) 스파 - 웰빙 클럽'은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웰빙과 힐링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물품보관소,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매점, 앉아서 쉬는 족욕탕으로 이루어진 공간에서 관람객들이 건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우리나라 1세대 이발사 정철수 원장이 귀빈예비실에서 바버샵을 재현하고 있다.
'이발사회'를 다룬 귀빈예비실에서는 우리나라 최고의 이발사인 정철수 원장을 포함한 12팀의 바버들에게 머리 손질을 받을 수 있다. 1895년 단발령이 내려지고 국내 최초 이발소가 개점하면서 이후에 구 서울역에도 이발소가 생겨났다. 근ㆍ현대 시기 남성들의 사교의 장이자 문화공간으로써 기능했던 이발소가 현대적으로 재현된다. 바버샵 이용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화역서울 284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 가능하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귀빈실, 역장실, 그릴 앞 복도, 그릴 준비실에 전시된 '《호텔사회》 아카이브'
귀빈실에서는 초기 호텔문화의 이질적인 시간을 보여주는 사물들이 전시되어 관람객들에게 오늘날의 호텔문화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한다. 호텔과 철도, 식문화 그리고 공연문화 아카이브를 통해 1920년대에 실제 사용했던 수영복이나 조선호텔의 근대주방의 모습, 호텔 열쇠 등의 초창기 호텔문화를 엿볼 수 있다.

그릴 준비실에 설치된 김이박의 <사물의 정원>
김이박 작가는 화분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본인이 생각하는 여행과 이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투숙객과 호텔 직원들이 만들어낸 문화적 다양성을 나타내고자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양식당이었던 구 서울역 대식당 그릴(Grill)의 음식을 준비하던 공간에 1960-70년대에 실제 사용하던 화분을 이용하고, 냅킨과 나이프, 잔 등 식사를 위한 도구들을 사용하여 <사물의 정원>을 제작했다.

백현진의 <낮잠용 대객실>이 설치된 객실 201호실
구 서울역사의 사무실과 회의실로 사용했던 공간은 호텔의 사적인 공간인 각기 다른 5개의 객실로 꾸며졌다. 호텔 객실에 대한 작가들의 다양한 해석을 통해서 호텔의 사회문화적 역할을 살펴볼 수 있다.
구회의실에 들어서면 어두운 공간 속에 흘러나오는 자장가를 들으며 켜켜이 쌓인 매트리스 위에서 낮잠을 자는 방이 펼쳐진다. 이 공간에서는 백현진 작가의 자장가 퍼포먼스가 진행될 예정이며, 관람객들은 호텔 객실의 매트리스 촉감을 감각적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다.

객실 205호실에 전시된 <호텔, 루시드 드림 Hotel, Lucid Dream>
이번 《호텔사회》 전시 공간에서는 단순히 현대미술이나 건축, 공예, 디자인 뿐만 아니라 실제 해프닝 같은 배우들의 공연이 주기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벨보이가 징을 울리거나, 하우스키퍼가 방 청소를 하는 등의 호텔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행동들을 퍼포먼스와 공연을 통해 선보인다. 호텔의 해프닝을 퍼포먼스로 구성한 <살롱 도뗄>, 문화 교류의 장이었던 호텔을 재해석한 음악을 선보이는 <에이-멜팅 팟> 등의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은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호텔사회》는 2020년 1월 8일부터 3월 1일까지 문화역서울 284에서 감상할 수 있다. 호텔 안에서 일어나는 여가, 유흥, 의식주 등의 문화 접변 현상을 담아낸 이번 전시를 통해서, 근대에 들어온 새로운 문화가 어떻게 확산되고 정착되었는지 그 과정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원고작성 및 사진촬영 : 홍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