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전시중인 《넘어지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2021.5.4 - 6.30)를 보고왔다
작가- 박형지, 이지순

예술작품을 통해 현실 속 '넘어짐의 미학'을 즐겨보자 기획된 이번 전시는, 말하자면, 포털의 사회 정치 뉴스를 읽고 짜증이 났는데 그 '짜증 포인트'를 희화화 하여 쓴 누군가의 리플을 읽고 웃음이 터지는 지점들 그리고 그때의 감정들을 소환한다. 약간 극적으로 상상하면, 화가 머리끝까지 난 채 거리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새똥을 맞거나, 바나나 껍질을 밟고 미끄러지거나, 빙판을 헛디뎌 공중부양을 한 뒤에 밀려오는 감정 같은 것이라 하겠다. 그런 꼴을 당하면 0.1초 전의 '화'는 하찮아지고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기계적으로 웃음이 터지는데, 혹여 화만 더 날 뿐 웃지 않는 쪽이라면(흔하진 않지만...) 적어도 그 곁을 지나가던 누군가는 자동 반사적으로 웃음을 터트릴 것이다(그렇지 않겠는가). 분노 유발 뉴스를 비꼬는 촌철살인 리플에 웃음을 터트리거나 심각한 생각을 하며 걷다가 희한하게 넘어진 스스로가 어처구니 없어 헛웃음이 나는 것. 이 같은 '넘어짐'이 유발하는 '웃음'은 나쁜것인가 좋은것인가, 혹여 '깜짝 선물' 같은 아름다운 것인가? 이번 전시는 동시대 사회 현상에 대해 '넘어지고 웃음을 터트리는' 태도를 견지한 작품들을 소환하여, '넘어짐'이 가진 호소력과 설득력 그리고 관객을 환기시키는 에너지도 생각해본다.

(좌) 이지순, <5초도 보지 않는 것>, 116.8×91cm, acrylic on canvas, 2021
'죽음'을 멀리 치워버리려 하는 지금의 세상에 대한 작가의 불만을 담은 작품으로, 작가는 오랫동안 삶과 죽음의 밀접성, 모두의 삶 속에 들어와 있는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며 화두를 던지는 작업을 해왔다.
(우) 이지순, <평등과 제자리>, 116.8×91cm, acrylic on canvas, 2021
삶의 부정적인 면모를 음울한 유머감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있는 이지순 작가의 2021년 신작이다. '평등과 제자리'는 많은 이들의 안녕과 행복을 이야기하는 기득권의 논리가 결국 그 권력을 받치고 있는 하나의 지지대 정도로 사용되는게 아닐까, 라는 의문을 품고 그린 작품으로 의자를 받치고 있는 책이 인상적이다.

(좌) 이지순, <It's good>, 116.8×91cm, acrylic on canvas, 2021
'It's good'은 라이프이즈굿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F'를 더하기 (LIFE 인생)하여 말하고 있는 것을 보고, 'F'를 빼기 (LIE 거짓말)한 거잖아? 라고 틀어서 생각한 작가의 위트가 엿보인다.
(우) 이지순, <촛불은 어디로 갔나요>, 116.8×91cm, acrylic on canvas, 2021

<더 링크 The Rink>,1916 (러닝타임: 24min)
이 영화는 찰리 채플린이 1916년에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출연한 작품으로, 롤러스케이트장에서 벌어지는 일대의 난동을 코믹하게 담은 작품이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찰리는 롤러스케이트장에서 레스토랑의 진상 고객을 만나 서로 밀치고, 넘어지고, 엉키며 롤러스케이트를 신나게 즐긴다. 넘어져도 유쾌하게 일어나 초현실적인 퍼포먼스를 재차 보여준다.

박형지, <운석사냥꾼Ⅲ Meteorite HunterⅢ>, 45.5×38cm Oil on canvas, 2019
박형지 작가의 '운석사냥꾼' 시리즈는 2014년 3월 연일 뉴스에서 '하늘에서 온 로또' 라고 말하던 '운석' 사건이 모티프가 된 작품이다. 작가는 사람들이 운석이 떨어진 진주로 몰려가 운석을 한개라도 더 발견하려고 했던 그 소동을 연일 뉴스로 보며, '돈'이면 우주의 신비이든 가짜 운석이든 중요하지 않는 그 광경이 부조리하면서도 매우 코믹하게 느껴 작품의 모티프로 가져왔다.

박형지, <운석사냥꾼Ⅱ Meteorite HunterⅡ>, 180×200cm Oil on canvas, 2017

(좌) 박형지, <자연 알러지Ⅰ Treen AllergyⅠ>, 100×80cm Oil on canvas, 2017
(우) 박형지, <자연 알러지Ⅱ Treen AllergyⅡ>, 100×80cm Oil on canvas, 2017
'자연 알러지'는 작가 지인에 관한 이야기가 모티프가 된 작품이다. '인간은 자연과 가까이 살아야 하며, 자연은 사람을 낫게 한다'는 통념과 정반대로 작가의 지인은 자연, 말하자면 나무가 많은 '숲'근처에 가면 자신도 전혀 몰랐던 각종 알레르기가 올라와 고생을 했다고 한다. '자연 알러지' 작품은 대다수의 사람들, 혹은 세상의 통념으로 '좋다'고 하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고통이자 괴로움의 환경이 된다는 아이러니를 생각하며 멀리서 보면 무척 우스꽝스러운 사회의 경직된 통념과 부조리함에 대해 생각하며 작업한 것이다.
- 사진, 글(전시설명서 참고) 이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