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고 바움가르텐: Just Painting
2021.5.28-7.10
강남구 갤러리JJ

갤러리JJ는 도시의 다양한 건축물을 소재로 일상의 미학과 문화를 탐구하는 회화 작가 잉고 바움가르텐의 전시를 마련하였다. 그는 도시 전경을 이루고 있는 일상적인 건물을 특유의 기하학적 구성과 감각적인 톤으로 그려오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가 익숙한 공간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소박한 미적 요소나 혹은 바쁜 삶 속에서 잃어버리고 있던 사회문화적 기억을 세심하게 들춰낸다.
이번 전시는 바움가르텐의 신작을 중심으로 드로잉을 함께 선보이며, 한국의 건축물 외에 독일의 주택가와 지하철을 포함하여 더욱 풍요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현재 도시의 일상적 풍경을 만드는 건축물의 구조적 기능과 디자인, 사회적 효과와 도시의 분위기에 집중하고 예전에 비해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심미적이고 감성적 측면이 더 담겨있다. 건축물은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활을 규정짓는 사회적 구조물이기에 결국 작가의 작업은 사람들의 ‘삶’에 대한 투영이자 회화적 메타포가 된다. 전시는 우리에게 도시 일상에서의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시하며, 작품은 시간을 넘어 우리의 문화적 기억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잉고 바움가르텐, untitled (outdoor stairs, Namgajwa, Seoul), 120x100cm, oil on canvas, 2021
작품 기법을 살펴보면 화면은 마치 기하추상처럼 직선으로 분할된 엄격한 기하학적 조형성을 띠는 동시에 풍부한 색감으로 다가온다. 수평과 수직의 구도로 때로는 화면을 가로지르는 대각선을 사용하여 리듬이 있다. 그의 작업은 대부분 구조물의 전체가 아닌 부분을 응시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화면 속 적절한 비례와 각도를 맞춘 확대된 구조물의 일부는 구상적인 대상에서 추상적 요소를 이끌어낸다. 작품은 충분히 평면적인 구성을 갖추고 있음에도 한편으로 현실의 모방과는 다른 깊이감 있는 구도를 구현하고 있으며 부분에서 대상 전체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제유법적 방식을 보인다. 작가의 감각으로 재현된 색채와 함께 이러한 부분적 프레이밍은 우리에게 익숙한 대상을 추상적이고도 낯선 것으로 만든다.

잉고 바움가르텐, preparatory drawing for (green-blue house, Busan)), 36x26cm, (paper size), pencil, color pencil and watercolor on paper, 2021
이번 전시작에는 색에 관한 부제가 많다. 곧은 선으로 구획되어 차갑게 매끈거릴 것만 같은 색면에서는 의외로 따뜻한 감성이 묻어난다. 그것은 실체의 색이기보다 회화적인 터치이자, 주변의 색과 햇빛에 물들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랜 색채의 아련함, 세월의 흔적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들뢰즈에 의하면, 빛은 시간이고 색은 공간이다. 화면을 보면 색의 관계로서 형태가 강조될 뿐만 아니라 빛과 그림자, 그리고 시간이 만들어진다. 작업에는 빛의 질감과 촉감이 있다. 그것은 때로 석양의 분위기로, 대상에 비스듬하게 떨어지는 빛이 만들어내는 색이자 이웃하는 면끼리 반사되는 빛의 현상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시시각각 변할 테지만 또한 영원할 것 같은 순간이기도 하다.

잉고 바움가르텐, untitled (shifting roofs, Dongyodong, Seoul), 60x140cm, oil on canvas, 2020
그리고 빛과 그림자로 인해 더욱 대상의 구조와 리듬이 구체화된다. 여기에 작가의 직관과 미적 감성이 투영되어 색감과 촉감이 결정된다. 작가는 구성과 비례, 색채의 재조합을 통해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에서의 심미적 경험, 미학적 가치를 재고해 본다. 이로 인해 작업은 디테일에 집중하지만 결코 객관적 현실의 묘사 혹은 대상의 즉물적인 표현이기보다 감성적이고 회화적 분위기를 지니게 된다. 사물 혹은 객체를 보는 관습에 거리를 두고 회화적 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그래서 잘 드러나지 않는 사소한 것들, 경계의 ‘사이’에 놓인 것들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직접적으로 받쳐주는 것이며, 익숙함 속에서 문득 우리가 사는 세상이 또한 낯설고 비현실적임을 일깨운다.
김승주 rami10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