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A창고 전경


서울시 은평구, 3호선 불광역 근처에는 서울혁신파크가 있다. 이곳은 과거 국립보건원, 식품의약안전청, 질병관리본부 등으로 사용되던 곳으로, 건물들의 이모저모를 손봐 시민 중심의, 시민을 위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이곳에는 여러 시민단체와 스타트업 기업이 입주하고 있지만 이 밖에도 전시공간, 기록원, 목공장 등 시민을 위한 다양한 공간이 함께하고 있다. 


이 중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운영하는 전시공간인 SeMA 창고와 서울이라는 도시를 기록하는 서울기록원을 찾아갔다. 먼저 SeMA 창고는 과거 질병관리본부의 시약 창고로 사용하던 건물로, 리모델링을 거쳤지만 나무 선반과 목조 구조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이은솔, <It's Still Alive>, 3'00, webVR, 2021.




이은솔, <FIre Fly>, 9'00, 싱글채널 비디오(unity3d 프로젝트의 플레이 


이곳에서는 두 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 신진미술인 전시지원 프로그램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두 전시의 성격이 아주 달라 흥미로웠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커다란 스크린은 이은솔의 작품이다.(《Kimberly Extract》(2021.07.08.-08.01)) 전시장의 한 면에는 QR 코드가 있는데, 휴대폰으로 이를 촬영하여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그의 영상 작품을 체험할 수 있다. 휴대폰을 이리저리 움직이면 그에 따라 화면도 움직이는데, 휴대폰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영상은 움직이고 또 전환한다. 방을 옮길때마다 만나는 커다란 스크린에서는 머리만 달랑 있는 킴벌리(Kimberly)가 계속 등장한다.  




이현수 전시 전경



이현수 전시 전경


이은솔의 전시를 지나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과거에 사용되었던 나무 선반이  벽면을 채운 조용한 공간이 나타난다. 이현수의 전시다.(《난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EVERGREEN(2021.7.8.-8.1)》) 드로잉에 주목하고 있는 이현수의 작품은 넓은 공간에 비해 조그맣다. 그는 전시 리플릿을 A4용지 한 장으로 매우 단촐하게 제작하였는데, 뒷면에는 20개의 드로잉이 있다. 이 20가지의 드로잉은 전시장에서 드로잉의 형태로, 또 입체의 형태로 찾아볼 수 있다. 빛이 새어 들어오는 목조 구조물과 벽면을 가득 채운 나무 선반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이현수의 작품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서울사진아카이브》(2020.5.12-2021.12.31)



서울기록원 2층 벽면


SeMA 창고를 나와 서울혁신파크를 가로질러 서울기록원에 도착했다. 2019년 개원한 서울기록원은 서울에 대한 기억과 기록을 모아 아카이빙하는 곳으로, 이곳에서도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건물 2층으로 올라가면 거의 모든 벽면에 작은 전시도 있고 정보도 적혀있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기록된 사진들을 모으고 정돈하는 서울사진아카이브의 일부를 볼 수 있고, 서울기록원의 기록물 관리체계나 서울기록원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설명도 찾아볼 수 있다. 




《기록의 발현 : 주공아파트 주민기록》 전시 전경


현재 이곳에서는 《기록의 발견 : 목동 신시가지 개발기록》과 《기록의 발현 : 주공아파트 주민 기록》 두 개의 전시가 진행중이었다. 전시된 기록물들을 통해 현재의 목동이 형성된 과정을 알 수 있고 , 주공 아파트에 거주했던 사람들의 작은 시민기록들이 모여 공동체 아카이브가 되는 것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서울혁신파크



서울기록원 2층


SeMA 창고에서 서울기록원으로 걸어가는 길에, 이곳은 어딜 봐도 초록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뿐 아니라 넓은 운동장과 차 없는 도로에서는 시민들이 달리기를 하고 스케이트보드를 연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서울기록원은 아카이빙 업무와 전시 외에도 온라인 견학, 토크 콘서트, 체험 프로그램, 열람 서비스 등 방문객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한 도시의 역사를 기록하는 기관이 시민을 위해 만들어진 곳에 위치한다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진다.       

 

황수현 vmflxlzhzh1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