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성 Into the Unknown
@플레이스막2
2021.09.10-10.02

불완성. 이런 단어는 사전에 없다. 비완성이나 불완성도 없다. 비슷한 건 미완성이다. 아직 덜하다 덜됐다는 뜻이다. 불완전이란 말도 있는데, 완전하지 않다는 말이다. 不 아니부 혹은 아니불자는 꽃 밑에 씨방의 모양에서 출발한 글자로, (그래서) '나중에/~하지 않다/~는 아니다'란 말을 나타나게 됐다고 한다.
전시는 영문까지 포함한, '불완성=Into the Unknown'의 등식으로 이해해본다. 은 그 유명한 디즈니의 겨울 동화, 58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인 'Frozen II=겨울왕국 2'편의 주제가 제목으로 익숙한 말이다. 여기서 은 지금은 알 수 없거나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숨겨진 세상/미래라고 보인다. 미완성이 아직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언젠가 완성될 예정이라면. 불완성은 계속해서 완성되지 않는 상태로 읽힌다. 그래서 이 또한 미래로 읽힌다. 현재의 우리가 알 수 있는 끝(완성)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박다솜, 머리 말리기(After a Shower), 2020
박다솜, 샤워(Shower), 2021
작가 박다솜의 작품에는 뭔가가 등장한다. 대상은 조각나 재조합되는 형식으로 구성되는데, 그는 '특히 애착을 갖는 가족이나 자신의 생활공간과 밀착된 다양한 대상들을 작품의 요소로 가져온다'라고 한다. 〈머리 말리기〉와 〈샤워〉는 머리가 의미하는 대상은 같고 나머지는 다른 형태로 보인다. 해체-교환-조립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놀이 같은 이 작업은 '임시적 완성'상태다. 무한대로 이어질 가능성을 여전히 갖는 작품은 또 다른 데서 다른 모습으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일까. 문득 수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을 걸었던 작가 초헌 장두건의 90세 전시가 떠오른다.

백경호, Strokes, 2021

백경호, Untitled, 2021

백경호, Untitled, 2021
작가 백경호의 작품은, 전혀 뭔지 모르겠을 선들의 나열에 가끔 알아볼 수 있는 해골 등의 표기가 눈에 들어왔다. 2020년부터 '줄긋기(Line Structure)' 작업 중이라는 그는, '잘 모르겠다'라는 세상을 모험 중이다. 점, 선, 면은 조형의 원초적인 구성물들이라 반복적인 선 그리기를 통해 새 작업의 실마리를 찾는 작가들은 생각보다 많다. 단지 결과물이 각각 다를 뿐이고. 내 경우엔 그의 작업 <Strokes>가 맘에 들었다.

서원미, 파랑(Blue), 2021

서원미, 포옹(Hug), 2021
작가 서원미의 작품을 마주한 첫 감상은 '섬뜩하다' 였다. 어쩐지 내가 아는 정곡이 찔린 느낌에 가깝다. 작품 〈파랑(Blue)〉의 디스플레이는 극적인 느낌도 준다. 전시소개가 적힌 종이를 비치한 오른쪽 아래에 걸린 이 작품은 눈이 둘인 대상으로 보이는데, 단순한 듯 그려졌지만, 왼쪽 눈의 동공 표현이 그를 생명이 있는 무언가로 만들었다. 설명글을 보니, 사실은 반대였다. 사실적으로 그렸던 것을 뭉개서 완성하는 방법이었다. 즉, 내 눈길을 끈 눈동자는 그려졌다기보다 남겨졌다고 하는 것이 맞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회화작업에서 시작-과정-끝 순서의 의미를 흐트러뜨린 작가는, '그림의 끝과 완성은 '발견'하는 것에 가깝다'라는 고백까지 맘에 들었다.

유창창, 야.왜(Hey.Why), 2019
유창창, 야.왜(Hey.Why), 2019

유창창, 야.왜(Hey.Why), 2019-2021
작가 유창창의 작업은 재미있다. 커다란 화면에 큼직하게 그려진 만화 캐릭터스런 〈야.왜〉의 대상들은, 비슷한데 다른 표정/다른 느낌이다. 누군가 불렀을 때 껄렁하게 답하는 두 컷을 한 컷으로 합친 듯 보이는 표현으로 형식 면에서도 만화의 느낌과 회화의 느낌을 동시에 준다. 회화/만화, 사실적/단순표현, 긍정적/부정적표정의 이중성 속에서 균형 잡기. 어쩌면 그것은 '웃프다'는 신조어나 본캐/부캐를 말하는 요즘의 세태에 걸맞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전시 제목으로 인해 이런저런 생각을 더 하게 됐다. 끝(완성)은 그 선 뒤에 있는 사람이라야 알 수 있다. 끝나기 전까지의 미래는 언제나 미완성이다. 완성이 멈춤이라면 불완성은 멈추지 않음이다. 전시해설에서 밝히듯 움직임은 크던 작던 변화를 만들 것이고, 멈춤이라는 안정 혹은 안주를 벗어나 변화한다는 것은 곧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기획자는 전시장에서 흔하게 듣는, '이게 뭐야, 끝이야?' '이게 완성이야?' '이 정도면 나도 그리겠다'라는 관객들의 대사에서 비웃듯이 착안했을지도 모르겠단 쓸데없는 생각도 해보고.
사실 양자역학의 미세 세계로 들어가면, 세상에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존재는 없다고 한다. 모두 진동을 갖고 있어서 떨고 있다나. 완성은 어쩌면 불완성보다 더 세상에 없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참고)
不 : 네이버 한자사전
https://hanja.dict.naver.com/#/entry/ccko/99415c9efec34a08ae1b19b6a88484e9
더플레이스막2 홈페이지, 전시설명-김소원
사진.글.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