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바로, 함께, 한국미술 1부
디지털 시대, 여정 또는 이정표로서의 사진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다시, 바로, 함께, 한국미술’이 2021년 12월 21일 오후 4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되었다. ‘다시, 바로, 함께, 한국미술’은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현상과 담론을 다루며 연구와 토론의 풍성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세미나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대구사진비엔날레, 미디어아트 전문채널 앨리스온과 공동으로 기획하였다. 

세미나는 1부 ‘디지털 시대, 여정 또는 이정표로서의 사진’과 2부 ‘On Air: Streaming Media’로 이루어지며 총 13인이 참여하였다. 다음은 1부의 내용 요약이다. 

[류성실 뉴미디어 작가 :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 시대의 사진과 영상]
류성실은 자신의 작업에 등장하는 ‘체리장’을 소개한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총 6편으로 진행된 체리장 시리즈는 북핵위기, 기후위기 등의 엄중한 이슈를 소재로 사기성이 다분한 마케팅을 진행한다. 이런 체리장은 극단적으로 보이지만 자극적인 요소들로 돈을 벌고자 하는 현실세계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체리장 시리즈는 캐릭터 마케팅 기법을 차용하여 온라인 플랫폼에 안착하였다. 관객의 댓글, 팬아트, 사칭 계정 등의 피드백이 존재하지만 체리장은 쌍방향 통신을 거부하고 있으며 이는 평등한 쌍방향 통신이라는 신기루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조영각 뉴미디어작가 : 가상과 실체의 경계]
조영각은 언택트 시대와 기술의 가속, 인공지능에 대해 논한다. 메타버스 개념은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팬데믹 상황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급부상하였다. 매체의 발전은 사회에도, 예술에도 큰 영향을 미쳐왔는데, 가상과 현실을 공존하는 시대에 사진 등 매체적 표현이 어떻게 인간에게 적용될지 알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가와 관람자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고민하더라도 느린 답이 될 것이다. 작가는 밈을 바탕으로 재생산 된 이미지를 인공지능이 새롭게 구성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공지능의 저작권이나 권리의 인정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공존한다. 이러한 혼돈의 상황에서 개별자들의 목소리를 엮어내는 것이 동시대를 이해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안종현 사진작가 : 기억으로서의 사진 그리고 이미지로서의 사진]
안종현은 기억의 이미지화에 대해 자신의 작업을 통해 논한다. 군 시절 정확한 이미지를 담기보다 당시의 감정과 분위기를 담으려고 하였는데, 사진의 기록적 특성을 넘어서는 사진 이미지에서만 보이는 기억의 흔적을 탐구하는 것이 기억으로서의 사진을 생각하는 방법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필름과는 다른 새로운 사진 이미지로서 가능성이 열렸다. 불타버린 숲, 종로, DMZ 등을 작업할 때 사진 속에 이미지 뿐만이 아닌 생각을 담으려 했다. 사진 이미지는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통해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이미지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정훈 계명대학교 사진미디어과 교수, 대구사진비엔날레 큐레이터(2018, 2021) : 디지털 시대 예술사진의 조건] 
정훈은 디지털 시대의 예술사진에 대해 논한다. 디지털의 일상화는 가변성 개념을 사진에 각인시켰고, 이제 진실로 사진을 믿는 사람은 없다. 이는 이미지를 소통하고 순환하는 차원에서 근원적인 변화가 생긴 것이다. 사진의 이미지가 갖는 의미는 끊임없이 바뀌므로 이제는 이미지의 의미보다 이미지를 조형한 행위자의 의도에 집중하게 된다. 디지털사진은 어떠한 진실에 관한 가능태로서만 존재한다. 이로 인해 형성되는 시각체제 또한 시각적 의미의 가변성이 중요해지는 체재로 바뀐다. 디지털 시대의 예술사진 역시 이러한 시각체제에 부합해야한다. 이미지를 생산하는 사람과 수용하는 사람은 더 이상 구분되지 않고, 예술사진은 이들 사이의 개방적이고 메타적인 의미형성의 장으로 존재해야한다. 타인의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출력하여 전시하는 리처드 프린스의 뉴 포트레이트가 그 예다. 

[이주행 페블러스 대표, UST 교수, 작가 : 메타 이미지_코드로 만든 이미지]
이주행은 컴퓨터 코드를 이용해서 이미지를 만드는 메타이미지 실험을 진행한다. 퓨터는 코드를 만들 뿐. 그림을 그리겠다는 동기, 함수 작성, 제어인수 고르기는 인간의 역할이다. 사진이미지의 픽셀의 위치를 바꾸는 픽셀스택 기법, 색상을 바꾸는 픽셀스왑 기술 등을 사용한다. 메타이미지란 실제와 가상의 이미지를 아울러서 차원을 높여서 동시에 생각할수 있는 것이며, 무한복제할 수 있는 디지털 작품과 질이 우수한 물리적 작품이 맞물려 공존하는 것이 메타이미지의 가능성이다.     

[고동연 미술비평가 : 현대미술과 디지털이 만났을 때 이야기하는 것들]
고동연은 현대미술과 디지털의 관계에 대해 논한다. 코드를 이용해 이미지를 만드는 이주행 작가는 디지털 매체를 창작수단으로 사용하는 예가 된다. 그러나 이 이미지들이 어떻게 미학적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갖게 한다. 2차 창작물 작가라 할 수 있는 조영각 작가 역시 정보 체계를 와해하고 혼돈시키는 것을 관객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갖는다. 류성실 작가의 체리장의 죽음은 역설적이다. 체리장은 죽었지만 유튜브에서 여전히 살아있다. 안종현 작가의 아카이브 사진도 이와 연관된다. 느리게 돌아가던 미술시장이 기술을 만나 확장성을 갖게 되었고, 이로 인해 현대미술이 다양한 대중과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고자 했던 꿈을 이루는 시점에 다다랐다. 

[심상용 서울대학교 조소과 교수,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예술감독 : 비평행위로서 사진 찍기]
심상용은 러셀을 인용하여 보잘 것 없는 나날 속 기품 있는 삶에 대해 논한다. 그는 기품 있는 나날들로 가기 위한 다섯 개의 코드를 제시한다. 이면(조지 오소디), 은폐(얀 밍가드), 세뇌(파브리스 몬테이로), 인지 왜곡(콜레트 베시 쿨로), 코비드19와 팬데믹(어윈 올라프)가 그것이다. 조지 오소디는 사진작업을 통해 자신의 고향에 일어난 일들을 지속적으로 추적해왔다. 얀 밍가드는 베일에 가린 비밀 현물 예탁 시설을 찾아 사진으로 남겼다. 파브리스 몬테이로는 1940년대의 검은 피부 인형과 흰 피부 인형 중 하나를 고르는 인종 관련 실험을 재현하고 결과를 사진으로 남겼다. 콜레트 베시쿨로는 사진 행위가 역사적, 사회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어윈 올라프는 코로나 상황에 사재기가 일어나 텅텅 빈 슈퍼마켓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다섯 개의 코드는 우리의 보잘 것 없는 나날들을 구성하고, 이는 또한 생각의 단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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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vmflxlzhzh1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