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태: Perfect Picture》
2024.9.13 - 10.9
가나아트센터




일상적이고 평범한 소재에 따뜻한 감정과 동화적 해학을 깃들여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문형태(Moon Hyeongtae, b.1976)의 개인전 《Perfect Picture》이 2024년 9월 13일부터 10월 9일까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문형태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맺는 다양한 ‘관계’에 주목하고, 삶의 궤적을 따라 쌓여온 경험과 생각의 결과물을 독자적인 방식으로 화면에 구현한다. 2022년 《CHOCKABLOCK》 개인전 이후 2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문형태의 신작 50여점이 공개된다. 





‘관계’는 문형태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주제다. 그는 자기 자신이나 가족, 연인, 친구 등 ‘나’와 관계된 주변 사람들을 그리며 삶의 본질을 탐구한다. 문형태는 일상의 것들을 일상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관계에서 오는 양면적인 감정들과 삶의 이중성을 재치 있게 풀어낸다. 문형태의 회화는 내면의 감정이 표출된 듯 해체된 인물 묘사와 화려하면서도 묵직한 색채 그리고 거친 선이 특징이다. 또한 화면이 밀도 높게 구성되어 있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포개어지거나 중첩되면서 인물 간의 거리는 좁아지거나 결국에는 사라진다. 그 대신 인물 각각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어, 인물이 무엇으로 구성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문형태에게 작업의 근간은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으며, 삶의 내밀한 순간들을 포착하여 화면에 견고한 서사로 재구성한다. 일상적인 소재나 경험이 담긴 문형태의 작품 속 이야기에는 삶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며, 동화 속 이야기를 전달하는 듯한 상상적 내러티브를 함축하고 있다. 문형태는 “제 작업을 동화와 연결한다면 動(움직일 동)과 畫(그림 화)를 사용하고 싶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이라면 어떤 수식어도 마음에 들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되는 신작 <Chinese Fried Rice>(2024)는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 있는 작업이다. 전업 작가로 데뷔했지만 넉넉하지 못한 형편으로 생활이 어려웠던 당시, 문형태는 유일하게 배달이 가능했던 중국집에서 볶음밥을 주문했다. 밥, 짜장 소스, 짬뽕 국물을 따로 먹을 수 있어서 밥만 지어두면 한 끼를 1/3씩 셋으로 나눠 세 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몇 년 동안 볶음밥을 먹었는데도 그가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는 건 볶음밥이다. 환경이 바뀌고 주머니 사정이 좋아졌지만 작가로서의 일상이나 고단함, 노동의 시간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형태에게 볶음밥이란, 그 시간을 기억하게 하는 매개체로 꾸준함 혹은 희망을 상징한다. 작품 속 숫자는 하나를 셋으로 나누는 1/3을 적는 과정이지만 2처럼 보인다. 개인적인 서사가 담긴 작업이지만 작품을 보는 관람객과 소통하기 위한 단상이니 관계 코드 ‘2’를 떠올릴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다. 작품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숫자는 관계 코드로 1은 자신, 2는 관계, 3은 가족, 4는 사회, 5는 고독을 의미한다. 독특한 이 표현 방식은 유년시절 외조부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되었다. 외조부는 자신이 빌려준 돈을 달력 뒷면에 기록해 두었는데, 이를 보고 인간의 생전 기억이 숫자로 단순화되어 각인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문형태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기억의 코드화라는 독자적 방식을 통해 다양한 관계를 시각화했으며, 그 관계가 만들어 내는 희노애락에 집중했다. 






문형태는 일상에서 만난 사람들과 삶의 모습을 통해 캔버스 위에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며, 인간은 관계를 통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해 더 깊은 내면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문형태는 “그림을 그리는 제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는 그림입니다. 저에게 고독과 동시에 행복을 준 존재입니다. 어렵다면 어려울 수 있는 게 그림 속 이야기지만, 거창한 해석보다는 그저 보이는 그 순간의 감정에 몰입해 작품을 봐주길 바랍니다. 감정에 정해져 있는 답은 없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겪는 많은 일들과 거기서 탄생하는 수많은 감정, 그것을 함께 나누길 바랍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