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고향을 그리다》
2025.8.14.-2026.02.22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와 광복, 분단과 전쟁, 산업화, 도시화의 흐름 속에서 ‘고향’이라는 주제로 《향수, 고향을 그리다》 전을 8월 14일부터 2026년 2월 22일까지 연장 개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전경

광복 8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데 있어 ‘고향’은 이 땅과 사람을 연결하는 주요한 개념이다. 이를 김환기, 유영국, 이상범, 오지호, 윤중식 등등 한국 근현대 미술가 75명의 작품을 통하여 관람객에게 그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80여 점 외에도  국내의 38개 기관 및 개인과 유족 분들이 전시에 대거 참여 했다. 

전시 전경

전시는 ‘향토’, ‘애향’, ‘실향’, ‘망향’ 네 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미술계에서 잘 볼 수 없었던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 근현대 미술의 다양한 층위를 살펴볼 수 있다. 김미금 학예연구사는 “전시의 초점을 고향으로 두며, 예술적 접근으로는 풍경화에 주목했고, 특히 지역작가들의 작품을 주목해 주셨으면 한다”라고 말하며 “지역작가들이 각각 어떤 시선으로 고향을 보았는지 살펴봐 주시길 바란다”라고 하였다.

이상범, <귀로>, 1937, 종이에 먹, 색, 135x445cm,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가장 먼저 1층의 왼쪽으로 들어가게 되면 ‘향토(鄕土)-빼앗긴 땅’이라는 주제로 일제강점기 속 우리 땅을 그린 각 지역의 풍경화를 만날 수 있다. 첫 번째로 보여주는 작품은 이상범의 <귀로>다. 작품 우측에 보이는 오솔길이 관람객을 ‘고향’으로 안내하는데, 그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마음속으로 상상하며 전시 관람을 시작할 수 있다.

그다음, 오지호와 김주경이 함께 출간한 『오지호, 김주경 이인화집』을 보여주며, 두 작가의 맑고 명랑한 색채의 그림들을 감상하며, 대구, 부산, 경북, 제주, 전북, 전남 등 다양한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변관식, <춘경>, 1944, 종이에 먹, 색, 124.5x117cm, 국립현대미술관

변관식의 <춘경>은 사경산수를 전통화법으로 조화롭게 표현한 1940년대 작가의 대표 작품 중 하나이다. 작가가 전주에 머무르던 시기에 그린 작품은 이상화 시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함께 전시되어 우리의 땅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전혁림, <통영풍경>, 1992, 캔버스에 유화 물감, 130x160cm, 통영시청

‘애향(愛鄕)-되찾은 땅’의 주제에서 김미금 학예연구사는 “우리의 국토가 해방의 시선에서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었다”라며 “앞선 향토를 주제는 우리의 땅을 거부하며 그림을 그렸다면, 이제는 바깥의 시선으로 돌아봤을 때 바라보는 우리의 고향이 예술적으로 어떻게 보였는지”에 대한 고민을 한 주제라고 설명했다.

그중 전혁림 작가의 푸른색이 전시장 깊은 곳에서 강렬하게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는 추상과 구상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만의 작업을 이어 나갔다. <통영풍경>은 다른 작품들과 달리 맑고 선명한 청색을 넓게 칠하여 작업을 하였다. 관람객은 코발트블루의 색채를 느끼며 그 시절 통영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만익, <서울역>, 1962, 캔버스에 유화 물감, 112x162cm, 이만익미술연구소

2층으로 올라가면, 3번째 주제인 ‘실향(失鄕)-폐허의 땅’을 관람할 수 있다. ‘실향’은 전쟁기와 함께 분단의 상황 속에서 그려낸 풍경화를 보여준다. 6.25 전쟁 속에 월북과 월남, 피란으로 인해 근거지를 잃은 작가들은 생존을 위하여 예술가의 길을 포기하기도 하고, 화단 활동을 멈추지 않고 이어가기도 했다. 그렇기에 전쟁의 참상을 예술가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는지 관람객이 작품을 보며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또한 1950년대 이후 전쟁을 겪은 화가들의 그림 속에는 ‘귀로’라는 주제의 작품이 자주 등장한다. 서석규의<귀로>, 윤중식의<귀로>, 이만익의<서울역>, 남관의<귀로>, 이달주의<귀로> 등등 작품을 보며, 귀로의 다양한 의미에 대해서 고찰해 볼 수 있다. 귀로는 생업을 접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뿐 아니라, 전쟁의 고통을 끝내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담기도 한다.

박노수, <노송배(老松背)-서울시가도>, 1956, 종이에 먹, 색, 115x200cm, 서울시립미술관

안쪽에는 다양한 서울의 전경 작품 세 점이 나란히 놓여 있다. 왼쪽부터 박노수의<서울 전경>, 김원의<서울전경>, 박상옥의<서울전경> 순으로 각기 다른 형식으로 서울을 보여준다. 파노라마처럼 긴 풍경을 천천히 따라가며 관람객은, 그 시절의 서울은 어떠했는지, 현재와 비교하며 사색에 잠길 수 있다.

윤중식, <봄>, 1975, 캔버스에 유화 물감, 41x53cm, 국립현대미술관

마지막 ‘망향(望鄕)-그리움의 땅’에서는 분단이 고착화되고 이산이 장기화 되면서 고향은 기억에서 점점 희미해져 버린다. 대신 그 자리에 향토의 서정을 환기하는 모티프들이 등장하며 저마다의 그리움과 고독 등 다양한 감정을 표출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윤중식은 6.25 전쟁 중 고향을 떠났고, 피난 과정에서 가족과 헤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작가에게 석양, 섬, 강 등은 떠나온 고향에 대한 기억을 상징하는 소재였다. <봄> 작품에서는 커다란 나뭇가지와 앉아 있는 두 마리의 비둘기를 볼 수 있다. 어린 시절 고향 집 처마 밑에서 비둘기집을 만들어주며 직접 새를 길렀던 작가에게 비둘기는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로 쓰이게 된다. 추억의 매개체이자 새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은 마음과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새에 담겨 있다. 관람객은 이런 소재들의 의미를 찾으며 윤중식의 작품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다. 

이중섭, <섶섬이 보이는 풍경>, 1951, 패널에 유화 물감, 32.3x58.6cm, 이중섭미술관

이중섭 또한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의 감정을 그림에 한껏 담아냈다. 그의 작품 <가족>, <길 떠나는 가족>, <현해탄>을 보며 그리움을 함께 느끼고, <섶섬이 보이는 풍경>을 통해 피난 중에도 비교적 안정되게 지낸 시기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간담회 전경

김미금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의 고향이라는 것이 시대를 관통하는 우리의 또 하나의 한국적 미감과 의식을 보여주는 동시에, 70년대에 지속적으로 이어졌던 반추상과 구상의 미술은 추상 미술 못지않게 한국적 특징을 보여주는 우리 화단의 중요한 흐름이었다”라는 것을 인식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전시를 관람할 때 산책자의 시선으로 풍경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살아간 역사를 화가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는지 생각하면서 마음의 고향을 찾길 바란다.”라고 관람 의도를 밝혔다. 

관람객들은 전시 동안 1920년에서 1980년대의 풍경화 210여 점과 아카이브 50여 점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고향’을 찾아보는 뜻깊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현서 atmanriver@naver.com
  동영상 : 김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