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투어 후 열린 개막식 현장
2019년 11월 27일(수) 오후 2시에서, 2019년 마지막을 장식하는 두 전시인 ⟪강박: Compulsion to Repeat⟫展과⟪고향: gohyang:home⟫展 전시 기자간담회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지하 1층 세마홀에서 진행되었다.
식순은 교육홍보과장 유수기 사회진행, 서울시립미술관장 백지숙 인사말, ⟪강박 Compulsion to Repeat⟫展 큐레이터 송가연의 전시소개 및 참여작가의 작품소개, ⟪고향 gohyang:home⟫展 큐레이터 권진의 전시소개 및 참여작가의 작품소개 후, 전시실 1층부터 3층까지 프레스 투어를 가진 뒤, 오후 5시부터 개막식이 진행되었다. 특히 ⟪고향⟫展은 서울시립미술관 비서구권 전시 시리즈의 세 번째 프로젝트로서, 2015년 아프리카, 2017년 라틴아메리카의 현대미술전시가 앞서 열린 바 있다.
❏전시 취지
▶서울시립미술관 백지숙 관장
이날 서울시립미술관 백지숙 관장은 올 봄 전시된 데이비드 호크니展이 “현대미술의 파장이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를 보여 주는 전시였다면, 오늘 열리는 ⟪강박⟫展과⟪고향⟫展은 “정교하고 다각도로 구사된 미술언어을 통해 현대 미술의 진동이 깊어지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이어 1층의 ⟪강박⟫展에 대해, “미술 뿐 아니라 현대 예술에서 자주 등장하는 반복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익숙해져 버린 현상을 다루는 전시”라고 말하며, 2,3층의 ⟪고향⟫展는 “낯설게 느껴지는 중동이라는 지역 혹은 아라비안 민족, 이슬람 문화에 대한 상상과 실재가 현재 이 곳과 어떻게 공명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로를 제안하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강박 Compulsion to Repeat⟫展 1층 전시
큐레이터 송가현, 정연두 작가, 우정수 작가, 오메르 파스트 작가, 에밀리아 스카눌리터 작가, 박재웅 통역사
▶전시개요
전시명: 강박(Compulsion to Repeat)
전시기간:2019.11.27.(수) ~ 2020.03.08.(일) (총 103일 간)
전시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1층
참여작가: 김용관, 김인배, 뉴 미네랄 콜렉티브, 에밀리아 스카눌리터, 오메르 파스트, 우정수, 이재이, 정연두, 차재민(총 9명/팀)
*전시연계 프로그램: 학술심포지엄 (12.06(금)), 매 주 <작가와의 대화>강연
▶송가현 큐레이터
이번 전시는 개인의 문제로 다루어져 온 ‘강박’을 ‘반복’이라는 일상적 개념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 전제하의 동시대 사회구조문제와 그 관계 속에서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탐구하는 주제를 다룬다. 특히, 예술언어로서 반복은 강박이 지닌 반복적인 속성을 감각적으로 주목한 것으로, 이는 단순한 반복이 아닌 차이를 가져오는 반복을 통해 대상의 본질의 틈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해방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결과물들로 구성된다. 이러한 예술작품들은 강박행위로서의 예술이 되어, 실천적 모색을 하는 것으로 반복은 결국 어떻게 창조하는가에 관한 끊임없는 실험이자 탐구가 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강박⟫은 ‘강박의 강박’, ‘강박x강박’을 뜻하는 것으로, 단순히 강박의 외연에 대한 비판이나 대안을 찾는 것이 아닌, 강박의 내부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관통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안한다.

<피니어스1,2,3>, 캔버스에 아크릴과 잉크, 130.3x 62.2cm, 2019.
▶우정수 작가
이번 전시의 출품작 중<피니어스1,2,3>연작은 고대 그리스 신화의 인물인 피니어스에 대한 모티브와 반복적인 패턴(바로크,르네상스 풍의 꽃무늬,아가일패턴)을 통한 조정과 변형으로부터 새로운 해석을 만들어낸 뉴트로적 작품이다. 90년대 초 한국호황기에 미디어에 노출되었던 부유한 집안의 세트장, 카페나 살롱의 벽지 혹은 의상에서 차용된 반복적인 패턴들로 과거 문화에 대한 현재의 지속적 소비와 지나친 환상간의 자기 성찰적 태도를 보여준다.특히,사람들에게 필요이상의 미래를 설명하여 신의 분노로 눈이 멀게 된 피니어스는 미래의 가난과 같은 공포와 불안에 주기적으로 노출되어 살아가는 작가 자신 또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반추한다.이러한 한정된 행위와 장치안에서 새로움에 대한 이미지의 한계를 반복과 변형을 통한 틈을 제공하고, 동시에, 서사의 무한한 변주 가능성에 대한 차이의 생성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는 100호 9점과 20호 11점, 8호 10점으로 총 29점이 전시된다.

<5,000 피트가 최적이다>, 단채널 영상, 30분 5초, 2011. 5,000 Feet is the Best. Single channel video 30min 5sec, 2011.
▶오메르 파스트(Omer Fast)
<5,000 피트가 최적이다>작품은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미국 프레데터 드론 조종사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상으로,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처음 선보였던 작업이다. 인터뷰 대상자인 드론 조종사는 미국의 중고나라인 craigslist에서 광고를 통해 모집하였고, 3일간 진행된 인터뷰에 대한 재연과 증언의 교차로 만들어졌다. 라스베이거스는 드론 기지가 위치한 곳으로, 이와 관련된 감시,폭력,범죄 기반의 인터뷰 내용이 인터뷰 대상자의 안전과 작가의 안위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중단되어, 반복적인 구조로 나타난다. 이러한 불안전한 기록과정에는 오프 카메라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플레쉬백으로 재작업하여, ‘드론 파일럿에 관한 내용’ 뿐아니라, ‘예술가와 드론파일럿’, 치료자와 내담자‘, ’기자와 인터뷰대상자‘의 관계로 다양한 변이와 진화를 거쳐 기록된다. 특히, 얼굴이 가려진 인터뷰 대상자가 반복적으로 불안을 표출한 ‘복도’는 공공과 사적 공간의 중간 영역인 ‘semi-public’, ‘liminal zone’으로 전유되어, 작가와 인터뷰 대상자간의 ‘입장과 퇴장’,이야기의 ‘멈춤과 시작’에 관한 일련의 움직임으로 생성한다. 이는 기억의 발화를 담당하는 장소로서, “복도”는 작가 혹은 작가의 기억을 맡은 사람의 내밀한 공간에서 변주된 인터뷰과정과 이에 반복적 탈출을 시도한 인터뷰 대상자의 과거의 흔적을 통해 존재의 조건을 탐색한다.


<DMZ극장시리즈-도라극장>솔벤트 프린트, LED 라이트 박스, 752x222cm, 2019
▶정연두 작가
이번 전시에는 DMZ극장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도라극장>으로, 강화에서 보성까지 이어지는 13개의 DMZ전망대를 2018년에서 2019년 초까지 사계절에 걸쳐 52번 방문촬영한 파노라마 형식의 작품이다. 작품촬영을 위해 한달여 시간을 기다려 얻은 30분정도 촬영시간과 반복된 편집으로 인해 짧아진 촬영분량으로 작품제작에 어려움을 겪었다.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부에 정식으로 13개 전망대에 대한 4계절 방문촬영을 위한 제안서를 보내서, 촬영을 시작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DMZ전망대는 한 쪽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북한이 내려다 보이며, 많은 안보관광객들을 위해 극장형식의 객석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도라극장>은 판문점과 개성공장이 보이는 위치에 있어, 6.25당시 남북의 포로교환이 있던 “돌아오지 않는 다리”가 보이는 장소로서, 관람객들이 방문하는 시간에 배우를 투입해 촬영한 작업이다. 특히, 키 큰 남자와 키 작은 남자를 이용해 관람객 사이사이로 줄을 묶거나 꼬아 당겨, 이어지는 두사람의 관계를 반복적으로 촬영한 것으로 이념에 대한 무게를 고유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는 같은 장소, 다른 시간에 연기하는 배우와 관람객들이 반복적으로 공존하는 화면, 혹은 퍼포먼스를 통해, ‘분단의 현실 혹은 통일’이라는 이 시대의 강박에 대한 새로운 장소를 제안한다.

뉴 미네랄 콜렉티브(에밀리아 스카눌리터&타냐부스), <공허한 지구>, 3채널 영상, 반복재생, 2013
▶에밀리아 스카눌리터(Emilija Skarnulyte)
<뉴 미네랄 콜렉티브>는 타냐 부스(Tanya Busse)와 함께 작업하는 협력 플랫폼으로, 관통, 통찰에 대한 최종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세계에서 효율이 가장 떨어지는 광산 채굴 회사다. 주로 ‘몸을 채굴하기(body mining)’와 ‘맞서서 탐사하기(counter prospecting)’와 같은 실천적 대안을 통해 자연과 예술간의 상호 교차적 실험을 진행한다. 특히, 실험적이고, 해석적인 방법론인 ‘맞서서 탐사하기(counter prospecting)’는 기존의 관점에 대항하는 것으로, 앞으로 가능한 대안적 미래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들로 구성되어 있다.
<공허한 지구>는 2013년 협업을 시작한 뉴 미네랄 콜렉티브의 첫 작품이다. 극지 부근에서 촬영된 이 작품은 지리적 조건에 대한 다양한 층위를 ‘맞서서 탐사하기’와 같은 다각도의 접근 방식을 통해 탐구한 것으로, 3채널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구표면을 사색하듯 탐사하는 카메라는 광물에 도달할 때까지 동일한 장면에 대해 공중, 지상, 땅 아래와 같은 서로 다른 시점에서 반복된 이미지간의 차이를 연속해서 보여준다. 이러한 지리적 풍경에 대한 독특한 실험을 하게 된 계기는 북극지역에서 연구를 시작 할 당시,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관련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정치적 관계들에 대한 존재를 알고부터 진행되었다.
에밀리아 스카눌리터, <T1/2>, 단체널 영상, 18분, 2019
▶에밀리아 스카눌리터
<T1/2>는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핀추크아트센터에서 주관하는 퓨처제너레이션 아트 프라이즈 2019대상을 수상한 에밀리아 스카눌리터의 단채널 영상 작품이다. 깊고 방대한 리서치를 토대로 한 작품으로, 자연현상, 이데올로기적 구축, 과학발전에 의한 지구의 상처와 같은 것들을 살펴본다. 특히, 냉전의 신화와 동서양의 보이지 않는 서로 다른 신념구조에 대한 지속적 관심은 에트루리아 묘지와 현재는 가동이 중단된 리투아니아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가공된 시각적 언어들로 재구성된다. 실제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와 같은 기종인 원자로에서 5년정도 작업을 했으며, 건축에 대한 3D 스캔이나 원거리 감지기술 활용과 이러한 방법론을 사용하는 인물의 시선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북극 해수면 아래 잠수함에서 1년간 훈련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특유의 화면에는 일본의 수퍼가미오칸데 중성미자 탐지기, 두가레이더, 북극권 한계선 위의 냉전시대 잠수함 기지 등을 볼 수 있다. 작품의 제목인⟪T1/2⟫는 핵물리학 분야에서 원자반감기(half-life)를 뜻하는 것으로, 어떤 계에 속해 있는 측정 방사성 물질의 양이 방사성 붕괴에 의해 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을 뜻하는 기호다.
▶차재민
<사운드 가든>, 단채널 영상 30분, 2019. <강박>전시 커미션 작품
<몽유병자>,단채널 영상 5분, 2009.
자본주의 체제에서 발생하는 사회적,정치적 문제를 다르는 작업을 통해 소외되고 배제되는 존재 앞의 무력함을 감지하는 것으로부터 예술실천의 가능성을 모색해왔다.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신작 <사운드 가든>은 나무를 이동시키는 과정과 심리상담가들의 인터뷰 내용이 포개지는 영상작품이다.
▶김용관
<미메시스의 폐허들, 폐허들의 미메시스>, 에니메이션, 9분 4초, 2019.
<시계방향으로의 향해>, 종이에 리소인쇄, 14.8x21cm,2019.
<신파>, 애니메이션,60분,2019.⟪강박⟫전시 커미션 작품
체계의 절대성이나 필연성에 의문을 품으며 기존의 가치를 수평으로 재배열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작업해왔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인 <시계방향으로의 항해>, <미메시스의 폐허들, 폐허들의 미메시스>, <신파>는 작가가 오랜 시간 다뤄온 주제인 ‘무한’에 관한 3부작이다. 이 작품들은 비주얼 노블 혹은 아트픽션(AF)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으로, 소재의 측면에서 예술, 죽음, 강박을 다루고 있다.
▶이재이
<한때 미래였던>, 3채널 영상, 7분 13초, 2019.
<다시 또 다시>, 단체널 영상, 3분 49초, 2019.
퍼포먼스 기반의 비디오에서 시작하여 영상, 사진, 설치 등으로 작업 매체를 넓혀가며 현실과 환상, 기억과 상상의 관계를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서 이재이는 일상의 소소한 반복으로부터 시작되는 서사와 이미지의 중첩을 통해 시간의 구조에 주목하는 영상 작품 <한때 미래였던>, <다시 또 다시>를 선보인다.
▶김인배

<2인 모각>, 레진, 가변크기,2018.
<뒷모습>,레진,알루미늄,80x30x199cm,2019.⟪강박⟫전시 커미션 작품
<건드리지 않은 면>, 아이소핑크,알루미늄,가변크기,2019
시간 속의 공간을 표현하는 조각, 시간을 거스르고 해체하는 조각을 통해 우리 시대의 시공간에 대한 인식에 저항하는 예술을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 <건드리지 않은 면>은 반복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작가 고유의 방식을 감각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이날 김인배 작가는 <2인 모각>과 <뒷모습>에 대해, “물리적으로 결합된 한 쌍의 다리와 비대칭 얼굴형상을 통해 왼쪽과 오른쪽의 끌어당기는 구조 속에서 위아래로 멀어지는 심리적 거리를 실험한 작품”이라 설명했고, <건드리지 않은 면 >은 “납작하게 잘라진 단면의 형태에 대한 각인에서 통째의 연근을 구상한 것으로 강박에 대해 감각적으로 탐구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리메인더 라운지(Remainder Lounge)
리메인더 라운지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작가들이 영감을 받았지만, 전시에는 실현되지 못한 그런 부분들을 관객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 ⟪고향 gohyang:home⟫展 2,3층 전시
큐레이터 권진, 와엘 샤키 작가, 아흘람 시블리 작가, 아델 아비딘 작가, 박재웅 통역사
▶전시개요
전시명: 고향 gohyang:home
전시기간: 2019.11.27.(수) ~ 2020.03.08.(일) (총 103일 간)
전시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3층
전시작가: 라이드 이브라힘, 모나 하툼, 무니라 알 솔, 박민하, 아델 아비딘, 아메르 쇼말리, 아흘람 시블리, 와엘 샤키, 주마나 에밀 아부드, 김진주, 최원준, 하딤 알리, 하젬 하브, 조지 M. 알 아마 컬렉션, 할리드 쇼만 컬렉션(다랏 알 푸눈), ACC필름앤비디오 아카이브 컬렉션. 총 16명(팀)
전시연계 프로그램: 작가와의 프로그램 29일 오후 2시, 30일 오후 4시 진행예정
▶전시 주제
I.기억의 구조
아흘람 시블리, 하딤 알리, 아델 아비딘, 박민하, 하젬 하브, 라이드 아브라힘의 작품들은 상실, 폭력, 충돌, 억압의 기억과 이 기억들을 기억하기 위한 새로운 구조를 세우고자 하는 예술적 시도
II.감각으로서의 우리
조지 M. 알 아마 컬렉션, 아메르 쇼말리, 무니라 알 솔, 주마나 에밀 아부드, 하딤 알리, 최원준의 작품들은 ‘우리’라는 유대감을 바탕으로 형성된 여러 가지 교환과 교류의 기록과 감각에 대한 질문
III.침묵의 서사
중앙 홀에서부터 시작해서 이 전시장까지 소개하는 아델 아비딘, 와엘 샤키, 주마나 에밀 아부드의 작품들은 미술을 통해 지워지고, 감추어지고, 왜곡된 역사를 새롭게 쓰는 기술에 대한 서사
IV. 고향
모나 하툼, 아흘람 시블리, 김진주 그리고 이어서 프로젝트 룸에서 소개하는 일련의 비디오 작품들은 고향을 실질적인 영토와 얽힌 기억이나 축적된 문화적 감각인 동시에 상실된 어떤 것을 되찾기 위한 소망 자체에 대한 성찰
권진 큐레이터
앞서 열렸던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 이어 올해 열린 비서구권 전시는 중동지역 현대미술을 초청해 살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고민했고, ‘고향’ 외에는 다른 옵션이 없었던 것 같다. ‘고향’은 지리적 실재이면서 상실과 소외가 극복되는 가상의 세계이고, 안주하려는 충동이면서 그리움이나 동경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주체적으로 고향을 잃고, 고향을 빼앗기고, 고향이 없거나, 고향을 모르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에 대한 중첩을 통해 ‘민족’이라는 환영적이고, 관념적 존재 대해 예술언어로 어떻게 표현되고, 해석 될 수 있는지 살펴본다. 낯설게 느끼기 보다는 함께 나눌 수 있는 전시로서, 2,3층에 걸쳐 59점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고, 3명의 한국작가가 참여해 새로 나눌 수 있는 주제에 대한 새로운 작업 방식을 선보인다. 그 외에 조지 M. 알 아마 개인 컬렉션, 요르단에 위치한 다랏 알 푸눈 기관의 할리드 쇼만 컬렉션, ACC 필름앤비디오 아카이브 컬렉션을 초청해 하나의 주제에 대한 다양하고 풍부한 접근방식들을 살펴본다.

아델 아비딘,<청소>,2018, 단체널 비디오, 4분 30초
아델 아비딘,<청소>,2018, 캔버스, 400 x 800cm
아델 아비딘,<청소>,2018, 옷, 가변크기, 작가 및 타닛갤러리 제공
▶아델 아비딘(Adel Abidin)_ 이라크 출신, 핀란드 헬싱키와 요르단 암만에서 활동
⟪청소⟫연작은 단채널 비디오, 캔버스, 옷으로 구성된 설치 작품으로, ‘청소’는 인종청소,편견,억압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씻어내는 작업 자체가 또 다른 폭력이 되는 풍자적인 작업이다. 2015년이래 유럽에서 일어난 난민이주에 대한 차별을 배경으로 한 것으로, 좌파 세력의 득세로 더욱 심해진 외모나 옷차림에 대한 순전한 인종차별의 기저에는 주된 인종색깔이 하얀색이라는 편견에 근거한다. 이에 대한 작업 구도의 영감은 고야의 ⟪1808년 5월 3일의 학살⟫을 참조하여, 구도의 시작과 끝부분을 정확히 차용한 뒤, 백인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서 그렸다. 특히, 하얀쪽과 어두운 쪽으로 구별된 그룹은 좀 더 어둡게 그려진 쪽이 다시 하얗게 수정되어 가는 풍자적 접근이 담겨있다. 또한 휴대전화를 통해 기록된 퍼포먼스는 이미지의 질이나 소리의 차이 뿐아니라 현실에 일어나고 있는 것을 모방하고자 한 것으로, 오늘날 폭력에 대해 쉽게 방관하며, 인스타나 유튜브에 올리기 급급한 어리석은 행동들에 대한 실질적 사고의 문제들을 살펴본다.
아델 아비딘,⟪인생은 짧으니, 일이나 치자⟫, 2014
7채널 사운드 설치(반복), 단체널 비디오(반복), 법정 서류에 드로잉 15점, 사운드 10분 46초, 영상 58초, 드로잉 각 50x40cm
▶아델 아비딘(Adel Abidin)_ 이라크 출신, 핀란드 헬싱키와 요르단 암만에서 활동
⟪인생은 짧으니, 일이나 치자⟫ 차별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바탕을 둔 작품으로, 한 요르단 남자가 작가(아델 아비딘)와 자신의 아내를 간통죄로 ‘거짓’ 고소하여 벌어진 재판 관련 법정에서의 대화와 문서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 당시 헬싱키에 머무르고 있었고, 변호사가 요르단 재판과 관련된 서류들을 보내주는 과정이 컴퓨터 비디오 게임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때 사용되었던 서류들을 노트북처럼 사용하면서 개인적이면서도 역사적인 기억에 근거한 트라우마를 비전형적 태도로 드러낸 작업이다.
이 방에 전시된 32점의 작품은 ⟪점거⟫작품 속 세세한 부분들을 찍은 사진으로 구성된다.
아흘람 시블리,<점거>, 알칼릴/헤브론, 팔레스타인, 2016-2017
32점의 사진 시리즈, 크로모제닉 프린트, 26.7x40cm; 40x26.7cm; 40x60cm; 60x40cm;100x150cm
<점거>연작은 연구과정에서 헤브론복원위원회의 도움을 받았으며, 도큐멘타 14와 팔레스타인 카탄재단의 지원으로 제작되었다.
▶아흘람 시블리(Ahlam Shibli)_팔레스타인 출신, 이스라엘 하이파와 독일 베를린 활동
2016년 부산비엔날레에서 작품을 선보인 후 참여한 두 번째 전시로, 전시 자체가 고향처럼 느껴진다. 그 이유는 각 작가들의 작업들을 통해서 서로 다른 시선들을 발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랍작가들은 자신의 작업에 대한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물다. 팔레스타인에 살고 있지만, 레바논이나 시리아, 이집트 같은 곳에서 전시를 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팔레스타인 작가들과도 팔레스타인 밖에서만 교류가 가능한 현실이다. 팔레스타인으로서 고향인 팔레스타인은 도둑맞은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시인 ‘고향’의 흥미로운 점은 고향이라는 개념에 대한 서로다른 접근 방식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것으로, 어떻게 고향을 위해 투쟁하는지, 그리고 진보를 가로 막는 경로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된다.
<점거>연작은 개인의 트라우마가 어떤 사회적 경험으로 형성되는 지를 실험하는 것으로 사진매체를 통해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동시에 거주하는 알칼릴(헤브론)지역의 내밀함과 거리감을 다룬 작품이다. 이 올드 타운의 제한 된 공간안에 이스라엘의 식민주의에 대한 반응과 그 곳의 건축적 표현 양식, 그리고 이스라엘 군이 현존하는 상태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물질성에 대한 적응방식을 여러 각도로 실험한 작품이다. 특히, 시각예술작가로서 발견한 이론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본인의 집 안에 이스라엘 정복자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물건들을 그대로 가져가서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군에 의해 여러 지역을 관통하는 주요 도로 주변에 검문소를 설치하여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동의 자유를 빼앗고, 이들은 생존을 위해 지배자가 가진 물질성에 적응하며, 트라우마 방지를 위해 행해졌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적 행위들이 또 다른 강제적 벽으로 내재화되는 방식을 시사한다.
아흘람 시블리,<이스턴 LGBT>, 국외 촬영, 2004/06, 24장의 사진 시리즈, 젤라틴 실버 프린트, 크로모제닉 프린트, 각 37.8x57.6cm: 57.6x37.8cm: 70x100cm: 100x70cm
▶아흘람 시블리(Ahlam Shibli)
<이스턴 LGBT>은 고향이라고 느끼는 신체와 비행기안이라는 두 장소 중 신체를 이용해 작업한 작품이다. 특히, 이슬람지역과 아랍지역에서 성적 정체성이나 젠더 정체성 때문에 집단이나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개인이 자신의 몸을 고향으로서 지키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되는데, 이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작업했다.
와엘 샤키<십자군 카바레: 5번 벽>, 2019
혼합재료, 가변크기, 작가, 리손갤러리 및 바라캇컨템포러리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제작지원 현지 제작 프로덕션:조르지오 베노토, 부업들
와엘 샤키,<십자군 카바레:1299년 자크 드 몰레 대주교의 예루살렘 함락(클로드 자캉의 1846년 회화를 따라)>, 2018
리손갤러리 및 바라캇컨템포러리 제공
와엘 샤키,<십자군 카바레 1: 호러쇼 파일>, 2010
HD비디오, 32분. 작가, 리손갤러리 및 스파이어 젬러 갤러리 베이루트/함부르크 제공
▶와엘 샤키(Wael Shawky)_이집트
이집트에서 왔지만, 유년기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겨울을 보냈고, 여름에는 알렉산드리아에서 지낸 시간이 지금 돌아보면 작품활동에 큰 영향을 줬다. 전반적으로는 종교적 측면에 대한 작업이 많고, 개인적으로는 진화하거나, 발전하려는 욕구가 있는 사회에 관심이 있다. 그 예로, 1970년대의 사우디아라비아는 부족사회였지만 미국적인 모더니티가 도입된 상태로 서로 다른 두 체제가 대립이 아닌 공존상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십자군 카바레 1: 호러쇼 파일>은 레바논계 프랑스 역사가의 책을 참조하여 시간순으로 역사를 재구성하였고, 이 작품의 스크립트를 쓰는 단계에서는 역사가의 단어를 차용한 것이 아닌, 십자군 전쟁이 있던 당시와 그 직후에 살아 있었던 아라비아의 역사가들 특히 세사람의 역사가들의 자료에 기초해서 스크립트를 작성했다. 이 작업은 프랑스 교황 우르바노 2세의 연설을 토대로 시작하게 되었고, 흥미로운 점은 연설의 기록이 연설이 끝난 후에 작성되어 인터넷에서 적어도 네 개의 서로다른 버전의 스크립트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역사를 단순히 아카이빙하는 것이 아닌 역사가 어떻게 쓰여지는지를 분석하는 역사서술 방식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특히, 작품에 실제 배우가 아닌 마리오네뜨를 활용한 이유는 실제 배우들이 하는 연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내용 전달에 있어서도 배우의 연기기술 보다는 대본이나 나레이션을 통한 소통을 선호한다. 또한 특정한 역사의 순간을 잘 전달하기 위해 젠더적인 요소를 배제하기 위함이다.
라이드 아브라힘,<하늘로 가는 아이들>외 8점, 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80x80cm, 시울시립미술관 제작지원
▶라이드 이브라힘_요르단 암만
라디드 아브라힘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일련의 캔버스 작품들은 2011년 이집트에서 있었던 반독재 정부 혁명이 일어나기 2년 전인 2009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했던 공공미술 프로젝트 <멈춤>을 미술관 버전으로 새롭게 구성한 작업이다. 멈춤의 표식 안에 새로운 상징을 넣어 사회에서 남용되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풍자하고 있다.
▶박민하_서울
박민하,<이중거울 논고>, 2019, 3채널 영상, 스테레오 사운드, 11분 30초. 서울시립미술관 제작지원
고향에 대한 주제를 적극적으로 공명하기 위해서 초정한 3명의 한국작가 중 한 명으로 박민하 작가는 3채널 영상 작품을 통해 ‘실재를 보기’에 관해 질문한다. 특히, 영상 중앙에는 이집트의 11세기의 광학에 대한 연구와 이집트의 광학자가 우리 눈이 어떻게 사물을 보는지 과학적으로 증명해낸 자료를 근거로 보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상이다. 이와 달리 양쪽 채널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바그다드 시를 재현한 세트장으로 우리가 사실상 접하는 뉴스보도의 이미지라던지, 중동과 아랍에 대한 정보들과 이미지들은 실제와는 거리가 먼 것일 수도있고, 그것이 우리가 무엇을 믿는지, 혹은 무엇을 보는지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을 제공한다.
▶최원준_서울
최원준,<얼굴의 역사>, 2019, 디지털 c-print 약 16점, 가변크기
1970년대 고속도록 건설, 원전 등과 같은 인프라를 짓기 위해 중동과 아랍으로 이주하면서 맺은 관계와 그에 대한 기억을 그 당시 이주 노동자들의 개인적인 자료와 원전사업을 떠나기전 문화교육을 위해 설립되기 시작한 전국의 60여곳의 이슬람 사원에 대한 아카이브 전시이다.
하딤 알리,<이단자를 위한 ‘o’, 지하드를 위한 ‘ㅈ’>, 2019, 단채널 비디오, 포스터, 인쇄물, 16분 13초(영상), 가변크기. 협력: 하디 라나와드(그래픽), 아지즈 하자라(비디오). 작가 및 밀라니 갤러리 제공 현지 제작 프로덕션:이상욱, 윤하민, 홍민희
▶하딤 알리
파키스탄의 퀘타에서 아프가니스탄의 난민으로 태어난 작가가 1970년대 소련이 침공할 당시 아프가니스탄 교육자료 안에 이슬람 프로파간다를 넣어 폭력을 조장하는 교육 커리큘럼을 고발한 작품이다. 제목과 설치작품은 아프카니스탄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교과서에 있는 단어를 사용하였고, 실제 학교교사의 인터뷰 비디오를 통해 교육커리큘럼에 삽입된 프로파간다로 인해 조장된 폭력성이 여전히 현재사회에 큰 문제로 존재하고 있으며, 일상생활 안에서 부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긴밀히 고발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하딤 알리,<무제13>(‘악의 꽃’ 중에서), 2019. 천에 자수, 염색, 662x153cm. 작가 및 밀라니 갤러리 제공
▶하딤 알리 _파키스탄 출생, 시드니와 카불에서 활동)
아프가니스탄 하자라(Hazara)족 출신인 작가가 페르시안-이슬람 전통에 스며있는 영웅주의(Heroism)에서 비롯된 광기와 이로 인한 대량 살상 문화를 고발하는 작품이다. 페르시안 고전 시문학 왕서(Shahnameh)를 근거로 한 시각 이미지로, 고전문학 부터 2002년 연합군 침공, 현재 텔레반의 폭력성 등을 위에서부터 역사의 타임라인을 볼 수 있다. 특히 2017년 고양 레시던시의 박찬경 작가와 전통의 상징적 이미지를 현대의 서사와 대조하거나 은유하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이후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젬 하브<땅의 지도1,2,3,4>,2019,나무 판 위에 사진 콜라주, 120x200cm, 컨템포러리아트플랫폼,쿠웨이트 소장
▶하젬 하브_팔레스타인 출생, 로마에서 활동
<땅의 지도>시리즈는 예루살렘의 옛날 사진, 나무 둥치의 단며, 기하학적 도형등을 콜라주로 조합하여 ‘현재’라는 시간 안에서 작가의 고향-장소가 겪어낸 시간 혹은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지속적인 기록보관 작업이다. 작품의 시초는 제대로 보관되지 않은 팔레스타인의 예전사진이나 기록을 찾아나서는 것으로, 주로 아카이브에 있는 이미지 자료나, 자료를 근거로 시작하였는데, 최근 팔레스타인 의회에서 이런 자료가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오픈되면서 자료 사용이 예전보다는 용이해졌다고한다. 이에 대해, 아카이브 자료를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 작가 자신이 가진 태도나 마음가짐은 어떤 노스텔지아가 아니라 이런 것들을 새롭게 구성해서 어떤 다른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게 주요 주제라고 설명했다.
조지 M. 알 아마 컬렉션
조지 M 알 아마 컬렉션/George M. AI A’ma Collection/술리만만수르 외 4점
조지 M. 알 아마는 베들레헴의 리서처이자 팔레스타인 뱅크의 컨설턴트로 근무하는 동시에 개인 컬렉터로서, 정식국가로 인정되지 않은 팔레스타인의 개개인의 재능이나 노력에 대해 팔레스타인 전통문화 보존과 그에 대한 역사적 기록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전통 문화재나 예술 작품에 대해 자료를 수집 및 소장 뿐 아니라 현대미술 작가를 지원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전시된 작품은 근대에서 현대미술로 넘어가는 민중미술에 중요한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원고 : 이수현
사진 : 이수현, 서울시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