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9일 목요일 오전 11시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제19회 송은미술대상전》의 기자간담회가 개최되었다. ‘송은미술대상’은 (재)송은문화재단의 설립자인 故 유성연 명예회장(1917-1999)이 생전에 애정을 가지고 추진했던 한국 미술문화 발전의 뜻을 기리기 위해 유상덕 이사장이 2001년에 제정한 상으로, 한국의 재능 있는 젊은 미술작가들을 육성하기 위해 매년 심사를 통해 수상자를 배출해왔다. 올해의 송은미술대상 공모에는 예선에 총 260명이 지원했으며 본선심사에서 총 29명의 작가가 선정되었다. 그 중 대상 후보자로 4인의 작가 곽이브, 권혜원, 이은실, 차지량이 선정되었며, 이들의 구작과 신작이 전시된 《제19회 송은미술대상전》을 통해 심사를 거쳐 2020년 1월 중에 최종 발표를 할 예정이다.

전시는 작가 각자의 작품세계를 더욱 부각시키고자 4개의 개인전 형식을 취하고 있다. 2층은 이은실 작가(5점), 3층은 곽이브 작가(7점), 4층은 권혜원 작가(2점), 차지량 작가(2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3층에는 대상 후보자들과 관련된 서적이 있는 아카이브룸이 마련되어 있다. 


2층에 전시된 이은실 작가의 작품들

전시가 시작되는 2층에는 이은실 작가의 작품 5점이 전시되어 있다. 이은실 작가는 “인간의 욕망 중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는 욕망에 대해 표현하고자 했다”고 본인의 작업을 설명했다. 이처럼 작가는 보수적 가치를 중시하는 전통 한국화의 범주에서 벗어나 권력에 대한 욕망이나 성적인 욕망, 억압과 혼돈, 그리고 이로부터 비롯된 에너지를 화폭에 담아냈다. 


이은실 작가가 자신의 작품 <concealed Ovulation>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이목을 집중시킨 작품인 <Concealed Ovulation>(2019)은 세로 길이 약 5m의 대형 작품으로, 전면에 설치된 미닫이문으로 인해 기존의 전시장과는 다른 공간을 구획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보다 내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중적인 공간 특성을 활용해 구성했다”고 밝혔다. 


3층 아카이브룸에서 본 이은실 작가의 <concealed Ovulation>

3층에 마련된 아카이브룸은 후보 작가들의 과거 전시 도록들을 열람할 수 있으며, 2층에 전시된 이은실 작가의 대형 작품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곽이브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아카이브룸을 지나면 곽이브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곽이브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인 <스몰과 라지 사이>(2019)는 전시장 공간 내에 위치한 벽, 창문의 위치, 가벽과 천장의 면적 등 기존에 존재하는 구조를 활용하여 일곱 가지 작업으로 구성한 설치작품이다. 작가는 “스몰과 자리 사이를 오가며 자기 사이즈를 가늠하고. 공간을 구축하는 삶의 순간들을 주제로 작업했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곽이브, <면대면6 (얼리버드_버드세이버)>, 디지털페인팅, 옵셋인쇄, 가변크기, 2019

이 외에도 곽이브 작가의 <면대면6 (얼리버드_버드세이버)>는 조류의 피해를 막기 위해 건축물의 유리벽에 붙이는 버드세이버를 디지털 프린트로 재현한 작품으로, 이에 대해 작가는 “사람들이 새들의 안전을 위해 만들었지만, 사람의 시선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새들의 시선에는 닿지 않는다는 아이러니함에 주목해 작업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권혜원, <다정하게, 더 다정하게>, 6채널 HD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 8분 34초, 2019

4층에서는 권혜원 작가의 영상 작업이 전시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서 권혜원 작가는 신작 영상 유령과 괴물들의 풍경>(2019)과 다채널 영상과 다양한 반사재질의 재료를 포함한 영상 설치 <다정하게, 더 다정하게>(2019) 두 점을 선보인다. <유령과 괴물들의 풍경>에 대해 작가는 “시각성과 시간성이 삭제된 동굴이라는 공간은 영상 작가에게 굉장히 도전적인 공간”이라 언급하며 이것이 작가 본인에게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켜 작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작가는 특정 장소의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영상을 통해 서사적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는 과거의 사소한 단서에서 시작하여 장소에 대한 흔적을 추적하는 리서치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다정하게, 더 다정하게>는 아크릴과 다이크로익 필름 등의 재료, 다양한 크기의 영상을 비정형 프레임과 비디오 프로젝션을 사용해 상영하는 영상 설치 작업이다. 영상들은 서로 겹쳐지거나 서로를 반영하면서 벽면과 바닥에 설치되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싱글 채널 작업으로 보여주고자 했으나, 이를 ‘인간의 감각으로 경험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이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작가의 설명처럼 영상들은 서로 겹치거나 서로를 반영하며 벽면과 바닥에 설치되어 있고, 이는 용암, 지구, 곰팡이 등 비인간적인 존재와 상호작용하는 퍼포머를 통해 자연의 역사 안에서 인간의 역사가 인식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한다. 영상들은 각 8분 정도 상영된다.


차지량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차지량 작가는 다채널 영상 설치 신작 <떠나려는 사람만이 모든 것을 본다.>(2012.12.20.-2019.12.29.)와 공간 연출 설치 작품 <개인의 장벽, 개인의 날개>(2019)를 함께 선보인다. 작가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떠나는 삶을 시도한 2012년 12월 20일을 시작으로 여러 시공간에 머무르며 갖게 되는 시점과 개인의 여정을 연주와 편지에 담아 전달한다. 이는 작가 스스로가 개인의 삶을 점검하는 행위이며, 작가는 전시를 통해 관객과 그 경험을 공유한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개인의 장벽, 개인의 날개>에 대해 작가는 “2012년부터 한국을 떠난 삶에 대해 생각해봤고, 이러한 생각들이 정리되면서 떠오른 문장이 ‘개인의 장벽, 개인의 날개’였으며, 이 작업은 그 문장에서 출발한 것”이라 설명했다.
 



차지량, <개인의 장벽, 개인의 날개>, 2019


차지량, <떠나려는 사람만이 모든 것을 본다>, 다채널 영상 설치, 40분, 2012.12.20-2019.12.20

<떠나려는 사람만이 모든 것을 본다>는 전시장 공간 내에 벽을 만들어 새롭게 형성된 공간 내에서 이루어지며, 관람객이 좌석에 앉아 좌석벨트를 매고 휴대전화의 전원을 끄는 등 체험하는 과정에서 기내 공간을 떠올릴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전시는 2019년 12월 21일부터 2020년 2월 15일까지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와 연계된 작가 강연의 경우 2020년 1월 10일 오후 2~4시에 송은아트스페이스 지하 2층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회화, 영상, 설치 등의 장르에서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이들의 실험정신과 가능성에 주목했으면 한다. 또한 3층에 마련된 아카이브룸에서 전시된 작품의 이면에 있는 작가들의 생각이나 작업 과정 등에 대해서도 고찰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원고작성 및 사진촬영 : 이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