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6월, 박현주 작가님의 작업실에 방문했다. 작가는 빛을 '생명체의 생성과 소멸을 주관하는' 요소로서 인식하고 작품 세계의 중심 주제로 삼고 있다.
첫 연작 'Metamorphosis'(1995-1997)는 다수의 점이 생명체처럼 유기적인 형태를 띠고 있는 흑백 톤의 추상회화로 도판으로 볼 때는 빛이 전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실견하게 되면 연필심을 갈아 만든 흑연이라는 작품의 주재료가 금속과 같이 광택을 내며 빛을 반사하며 화면에 다양한 표정을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작품에 다양한 인상을 주는 요소로 작동하는데, 이를 작가는 "생명 내부에 잠재된 기운"으로 인식한다.

작가의 작업실에는 대학원 시절의 작업인 프라 안젤리코의 〈성모자상〉 모사화(오른편 상단)가 있다. 작가는 이 모사 과정 가운데 경험한 빛의 효과와 감흥으로 인해 금박기법이 주가 되는 지금 연작으로 들어선다.
작가는 초창기 작업을 시작하며 가졌던 형태에 대한 관심이 작업 활동을 이어오면서 차츰 사라지고 자신의 화면에서 무엇인가 불편한 것을 느꼈다고 한다. 이후, 그림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 물질에 주목하면서 재료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며 다양한 조형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박현주 작가하면, ‘빛’이라는 주제 하에 화려한 금빛을 발산하는 육면체의 금박나무패널박스, 수평과 수직의 기하학적 화면구성, 생기 있는 파스텔톤의 긴 바(Bar)와 점(Dot)이 이뤄내는 착시 효과 등을 선보이는 작업이 떠오른다. 평행선, 동심원과 같은 단순 조형요소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색채의 다중 조합과 배치를 통한 진동이나 동요를 일으키는 시각적 착시를 유발하는 작업을 통해 ‘빛’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왔다. 시각적 효과라는 측면에서는 옵티컬아트와 맥락적 유사함을 지녔지만,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작가가 추구해온 일관된 작품세계가 단순히 특정 미술사조에 국한되지 않은 차별화된 형식과 내용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이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박현주의 금박면은 ‘현실과 비현실, 물질과 정신, 입체와 평면, 수직과 수평, 사각과 원 등의 서로 모순되면서 대조되는 요소들이 한 화면 안에서 어우러질 수 있는 세계임을 보여주고 싶다’라는 그녀의 삶의 태도를 비추는 거울이다. … 박현주는 누구보다 자신의 창작과정을 철학적으로 사고하고 접근하는 것을 습관화한 작가이다. 이는 자신의 삶과 예술을 그림이 아닌 언어로 솔직히 토로한 작업의 단상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내가 꿈꾸는 빛의 세계는 물질과 비물질(정신, 영혼)의 경계 위에서 마치 공기 중을 부유하는 나비가 바라보는 세계와 닮아 있다. 우리는 어디에서부터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찌 보면 우리의 삶 자체가 미지의 세계를 쫓아가는 ‘빛의 시각적 환영’ 속에 있는 것인지 모른다’는 글이나 ‘작업이 삶의 에너지와 위로를 주고 생명의 빛으로 향하는 길을 인도하는 삶을 사랑하는 이유인지 모르겠다’라는 고백은 솔직한 자기고민의 흔적이다. …
박현주의 '빛의 모나드', 그 영원의 세계 中
_ 변종필 미술평론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빛은 희망을 주는 긍정적 의미로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었고, 또 어떤 예술가들에게는 그 자체를 궁극의 목표로 여기기도 했다. 빛이 의미하는 다양한 의미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속해서 연구하여 이를 자신의 조형 세계로 풀어내고 있는 작가가 앞으로는 어떤 작품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기대된다.

작품 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