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기 : 목탄 그림
2021.7.7-7.27
이화익갤러리

갤러리 전경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작업 활동을 전개해나가는 황인기 작가는 90년대 중반부터 선보인 ‘디지털 산수화’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작가는 레고, 비즈, 홀로그램 필름 등 아주 현대적인 물질들을 매개로 고전 산수화를 현대적 미감으로 전환한다. 작가의 작업은 현대적 물질들로 치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탈 전통, 탈 관습의 요소들을 보여주며, 동시에 물질화된 현대 사회에 대한 의문을 동시에 제기하는 작업들을 보여주었다.

전시 전경

무제, 종이 위에 목탄, charcoal on paper, 80x110cm, 2001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이전의 대형작업들과는 다른, 소박하지만(목탄이라는 재료에 있어서) 밀도 있는 그의 드로잉 작품에 집중한다. 그의 드로잉 작업들은 문인화적 인상을 준다. 그러나 엄격한 재료와 형식 그리고 준법 등이 지배하는 전통적 문인화와는 다른 결을 보인다. 재료에 있어서는 보다 가벼운 목탄을 선택하여 드로잉, 즉 손의 궤적을 조금 더 부각하는 재료의 선택부터 자연의 경치를 빌려오는 작가만의 차경의 모습 그리고 간결하고 개성적인 필치를 극대화하는 작가만의 화법을 보여준다. 특히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손의 궤적을 보여줌에 있어서 목탄을 사용한 까닭에 화면은 그의 흔적과 필치의 맛을 보다 직접적으로 목도할 수 있다.

무제, 광목 위에 먹 ink on cotton fabric, 166x370cm, 2020

전시 전경
더불어 화면 안에 자유롭지만 특정 운율을 이루어내는 글귀들은 그의 드로잉을 보다 내재적, 외재적 요소들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어 내는 효과를 보여준다. 동시에 화면에서 리듬을 형성하는 글귀들을 찬찬히 보다 보면, 자연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부터 일상에서 기인한 다양한 감정들까지 지극히 개인적 심상들을 화면 안에 녹여내었다. 이러한 텍스트와 작가의 자유분방한 필치는 대상의 결을 보다 극대화한다.
하지만 작가는 동어반복의 형태가 아닌, 실리콘 홀로그램과 같은 동시대의 산물들을 본인의 화법으로 첨가하여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라는 이분법적인 세계의 경계에 서 있는 새로운 혼합물을 생산한다.

나이 칠십, 홀로그램 필름 위에 실리콘 Silicon on hologram film, 2020

나이 칠십(세부), 홀로그램 필름 위에 실리콘 Silicon on hologram film, 2020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는 이러한 이분법적 세계를 극복하려는 유연함과 실험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일상에서 느낀 다양한 감정들을 담백하고 리듬감 있게 서술해나가는 모습이다. 자신의 감정과 삶을 자연스럽고 유하게 화면에 담아내었다. 결국 다양한 의미들이 응축된 이전의 작업들과는 달리, 비우고 내려놓은 조금 더 심적으로 가볍고 서정적인 작업들이다.

전시 전경
이렇듯 이번 전시는 작가의 개인적 감상과 정서에 대한 표현들로 가득 차 있다. 감정들은 드로잉의 힘으로 표현되었고, 글로도 표현되었으며, 홀로그램과 같은 동시대적 재료들로도 표현되었다. 이러한 작업들을 통하여 우리는 작가와 공명하게 되고, 작가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잠시나마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이화익갤러리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