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삼 : 나무의 초상 - 밤과 낮
2021.7.20–8.28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청담쇼룸 아틀리에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청담쇼룸 아틀리에에서는 나무의 물성을 기조로 다양한 방식의 작업을 이루어나가는 두 작가 이재삼, 이재효의 개인전을 각각 1부와 2부로 나누어 개최한다. 1부는 목탄을 매개로 작업하는 이재삼 작가의 개인전으로 진행된다.
이번 <나무의 초상: 밤과 낮>전시는 One piece work, One space 라는 아틀리에의 전시 모토 하에, 단 한 점의 거대한 작품이 주는 공간의 장악력과 이를 통한 공간의 해석을 특징으로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이재삼 작가의 20M가 넘는 대형 파노라마 작업은 관객들에게 작품이 갖고 있는 압도적 에너지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재삼 작가

전시 전경
망막을 지독히 메운 대상은 초월적 세계의 경험을 선사한다. 경건하고 고요하며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미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지성과 결부된 취미판단이 대상을 상상력으로 총괄하지만, 이러한 거대한 혹은 거대하다 느껴지는 대상은 우리의 감관을 좌초 시켜 객관적 척도를 무력화한다. 결국 아틀리에와 이재삼 작가가 계획한 M프로젝트는 이러한 경험을 ‘하나의 공간에서 하나의 작품’이라는 전시모토를 통하여 우리에게 숭고적 경험을 선사하고 이를 오롯하게 획득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마치 오랑주리의 수련과 같이, 로스코 예배당과 같이 말이다.
하나의 작품으로 공간을 해석하는 전시는 작품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한다. 대상이 주는 에너지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단일 작품이 거대한 공간에 스며들고 갖은 정신적 에너지를 발산하며 공간을 압도하는 일은 사실 녹록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을 한 까닭은 이재삼 작가의 작품이 주는 에너지와 경험에 대한 확신과 믿음 때문이라 생각된다.
또한 물리적 크기를 넘어서 작품이 주는 거대한 에너지는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의 디자인 철학인 삶이 예술이 되는 경험, 본질에서 출발한 위대함, 완벽함을 향한 끝없는 추구, 경험으로 완성될 위대한 디자인이라는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가 추구하는 가치의 방향과 같은 결을 이룬다. 삶과 예술의 유기적 작동으로 인해 파생되는 다양한 경험과 가치라는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와 이재삼 작가의 공통의 의도를 하나의 작품 그리고 하나의 공간에서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재삼, 달빛녹취록 Transcript of the Moonlight Vol.1, Charcoal on Canvas, 194x1813cm, 2020-2021
이재삼 작가는 목탄을 매개로 흑색의 공간에 집중한다. 작가는 나무, 물안개, 폭포 등 자연에서 기인한 다양한 대상에 방점을 두어왔다. 칠흑과 같은 어둠 속에서 달빛이 대상을 밝히듯, 검은 사각형 형질 속에 자연의 형상을 투과한다. 이때 사용되는 목탄, 즉 손의 궤적이라는 드로잉에 최적화된 재료를 회화의 주된 언어로 삼으며 드로잉이 아닌 색채로의 목탄으로 화면 전면을 장악한다. 목탄이란 것은 나무를 태워 만든 것으로, 화면에 보이는 대나무의 주변(윤곽)을 목탄으로 채움으로써 간접적으로 연소한 나무가 다시 생명력을 얻어 숨 쉬는 일종의 윤회적 사건일 수 있다.
캔버스라는 표피 위에 여타의 유화나 아크릴과 같은 회화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재료와 달리 매우 얇고 위태롭다 여겨지는 목탄이 올라가 있다. 물론 목탄을 이루는 미세한 입자들이 끊임없이 수행적으로 쌓여 올라가 있다. 이런 겹겹이 쌓인 목탄 위에 작가는 정착액을 바름으로써 유화나 아크릴이 주는 회화의 미감과는 다른 ‘맛’을 보여준다.

이재삼, 달빛녹취록 Transcript of the Moonlight Vol.1, Charcoal on Canvas, 194x1813cm, 2020-2021
재료를 뒤로하고, 화면은 사실 대상보다는 주변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명확한 대상이 없는(관념적) 회화라 생각할 수 있다. 대나무라는 명확한 대상을 그리기보다는 그 에너지, 기운을 그린다. 그러나 그 빈 공간은 또 하나의 대상으로 치환되며 주변과의 유기적 관계로 다시금 형상으로 태어난다. 무수히 많이 쌓아 올린 레이어드는 빛을 흡수하며 더욱 어두워진다. 목탄의 언어는 검은 공간으로 존재한다. 고요와 적막함의 우주와도 같으며 비의적 풍경을 뿜어낸다.

이재삼, 달빛녹취록(세부) Transcript of the Moonlight Vol.1, Charcoal on Canvas, 194x1813cm, 2020-2021
작품 <달빛녹취록, Transcript of the monnlight Vo.1>은 후경이자 바탕이 되는 목탄 부분과 흐드러져 있는 대상(빈 공간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과 유기적 관계를 갖게 된다. 어둠 속에 존재하는 대상과 이면의 사이, 화면의 표현된 형상과 그 너머의 공간과 같이 일종의 초월의 공간을 대나무라는 대상을 매개로 이야기하고 있다. 대상은 극명한 대비보다는 자연스럽게 서로 침투하고 유기적 관계를 형성해 나가면서 직관적 대상의 표현이 아닌 공간감적 심상을 환기시킨다. 또한 작가의 시간이 응축된 작품은 그가 작품에 집중한 물리적 시간, 나아가 그가 지나온 삶이라는 시간의 궤적 또한 작품을 매개로 전이된다.
더불어 작가는 달빛이라는 도구를 통하여 화면의 형식적인 측면 또한 강조하고 있다. 발산하는 힘 이와는 대조적으로 흡수하는 칠흑의 배경 그리고 수직으로 올라 대각선으로 떨어지는 운동감 등은 화면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동시에 정신적 유희를 경험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이재삼, 달빛녹취록(세부) Transcript of the Moonlight Vol.1, Charcoal on Canvas, 194x1813cm, 2020-2021
달빛녹취록은 적막하고 고요하다. 먹 같기도 하고 찐득한 녹은 아스팔트 같기도 하다. 그런 대상들이 주는 색감이다. 후경 앞에는 미묘한 달빛에 반사되는, 바람에 흔들리지만 곧은 대나무 숲들이 빼곡하다. 화면에서 달의 구상(형체)은 찾아볼 수 없지만, 칠흑 같은 후경과 어스름의 달빛 대비는 달의 존재를 짐작하게 만든다. 대나무들은 그런 달빛의 존재를 거부 없이, 온전히,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 기원과 소원의 대상, 복과 길함, 바람의 대상, 혹은 달이라는 존재가 갖고 있는 보편적 상징으로 정화와 신비의 그림일 수도, 보는 대상들은 이를 염원의 그림이라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그림이다.
19일 오후 이재삼 작가와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이재삼 작가와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정나연 디렉터
Q. 달빛녹취록의 중심 소재로 '대나무'를 선택한 이유는?
A. 인물 작업 이후인 2000년대 초반 처음으로 대나무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으로 대나무를 선택했다. 이번 작품은 내 생각에는 그 초심을 소재로 한 내 작업의 감독판 같은 것이다. 이제는 대나무를 떠내 보내줘야 하지 않냐는 생각도 든다.
Q. 65세 즈음에 계획하고 있던 달빛녹취록 시리즈를 5년 정도 일찍 선보이게 되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사실 어느 정도 삶이 안정되면 시작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작가의 삶은 안정적일 수 없다는 걸 깨달았고 마음이 들었을 때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작가에게 최고의 권력은 작업실에 앉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년 초부터 올해 3월까지 작업한 결과물이 이번 작품이다.

Q. 작업 중에 음악을 즐겨 듣는다고 들었다. 전시장에 울리는 음악도 직접 선택하신 것인가?
A. 자연과 함께 영감을 받는 통로가 바로 소리, 음악이다. ECM(Edition of Contemporary Music)에서 나온 음악을 많이 듣는다. 그 창업자가 '침묵 다음으로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고 싶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 정신이 내 작업과도 통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참 좋아한다.
Q.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흔히 말하는 컨템포러리 아트, 30대까지 설치미술 작품을 했었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어 다시 회화로 돌아왔다. 그 동기 중의 하나는 왜 작품이 어려워야 하는가, 왜 작품을 읽어야 하는가에 관한 질문이 있었다. 내 그림을 통해 관람객이 자신의 지난날을 통해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게 되길 원한다. 그것뿐이다.

전시 전경
적막한 달빛 속에서 흐드러진 대나무 숲을 지나며 숭고적 경험을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는 8월 28일까지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청담쇼룸 아틀리에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