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 컬러 : 주얼리와 예술을 넘나드는 여정
2021.7.20-9.15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전시포스터
지난 12일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불가리 컬러(BVGARI COLORS):주얼리와 예술을 넘나드는 여정》에 다녀왔다. 불가리 코리아가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불가리의 컬러 레드, 블루, 그린, 멀티컬러를 중심으로 한 불가리의 주얼리 컬렉션과 함께 숨(SUUM)의 아트프로젝트(ART PROJECT)에 선발된 7인의 국내 주요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김종원, 노상균, 이세현, 이수경, 오순경, 최정화, 빠키(VAKKI)는 불가리의 태생적, 문화적 근간인 '로마'와 이번 전시의 테마인 '색'을 주제로 각기 다른 색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는 7월 20일부터 진행하여 9월 5일에 막을 내린다.

(좌) 김종원, <신화 1>, 2018, 캔버스에 경면주사, 210 x 148cm
(우) 김종원, <신화 2>, 2018, 캔버스에 경면주사, 210 x 148cm

김종원, <천상유희(天上遊戲)>, 2021, 싱글 채널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전시장은 레드, 블루, 그린, 멀티 컬러 순으로 각각의 색과 연결되는 주얼리와 현대미술 작품으로 꾸며졌다. 가장 먼저 레드를 테마로 한 공간에서 김종원 작가와 이세현 작가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열정적이고 역동적인 컬러이며, 생동감 넘치는 색채인 레드는 보는 이의 감각을 깨우고 즐거움, 활력, 생기 넘치는 에너지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이러한 레드의 특성은 김종원 작가의 <신화 1>, <신화2>에서 사용된 경면주사(鏡面朱砂)에서 잘 나타난다. 불교문화에서 경면주사는 벽사(僻邪), 즉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효능이 있다고 보았으며, 동북아지역에서는 이러한 믿음에 기초해 약재로도 사용되기도 하였다. 한편 경면주사는 일반에서는 사용이 금기시된 황제들의 전용 물감이거나 매우 중요한 결재서류 사용하는 등 아주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김종원 작가의 <신화 1>, <신화2>에서 보이는 경면주사로 그려진 역동적인 모양의 신화적 생명체의 모습에서는 레드의 생동감이 느껴진다.

이세현, <골드 산수 – 021APR01>, 2021, 린넨에 유채, 금박
이세현 작가는 캔버스에 붉은 물감을 칠하고 흰색으로 지워내는 기법을 통해 한국의 산과 바다, 집과 정자를 그려내는 작업을 통해서 한국의 모습을 그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세현 작가가 그려내는 한국의 모습은 한국 전쟁과 민주화 운동, 무분별한 개발로 사라진 자연 등 다난한 한국의 근현대사의 사건들로, 전통적인 산수화가 유토피아적인 풍경을 담아내고자 하였다면, 이세현은 적나라한 현실과 역사를 고유의 상상력으로 아름답게 담아냄으로써 관객들에게 감성적 자극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불가리의 DNA가 되는 로마의 이미지에 대한 해석으로 금박(Golden leaf)을 사용한 <골드산수-021APR01>를 볼 수 있다.

이수경, <구슬할망>, 2021, 유리 부표, 청동, 쇠, 24K 금박, 나무,
3D 프린트 조각, 진주, 유리, 마더오브펄, 134.7 x 56.4 x 41.9cm

이수경, <번역된 도자기_2020 TVG 27>, 2020, 도자기 파편, 에폭시, 24K 금박, 73 x 50 x 54cm
블루를 테마로 한 공간에서는 이수경 작가의 작품과 노상균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블루 사파이어는 서로에 대한 충실함을 상징하며 다이아몬드 대신 약혼반지에 사용되기도 하였고, 문장학 및 일반적으로 사람들간의 긍정적인 관계와 소속감을 증진하는 상징물에도 자주 등장한다. 또 다른 블루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바다는 애정과 깊은 연관이 있고, 사랑과 헌신의 가장 중요한 근원인 여성의 자궁을 함축하기도 한다. 블루를 나타내는 또 다른 젬스톤인 터콰이즈의 아주르 컬러는 여름철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로마의 하늘을 연상시킨다. 이수경 작가는 지속적으로 조각, 설치, 영상, 회화, 드로잉, 퍼포먼스 등의 작품을 통해 전통과 현대, 동양성 및 미술을 통한 치유의 기능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구슬할망>은 이수경 작가의 첫 번째 여신 시리즈 작품으로 제주의 설화 속 인물 '구슬할망'을 소재로 한다. '구슬할망'은 '물질(해녀들이 잠수하여 성게나 조개류를 캐는 행위)을 해서 구슬(진주)를 따는 할머니'를 가리키는 말로 설화에서 구슬할망은 물질로 집안의 부와 자손을 번창시킨 존재였다. 이수경 작가는 '블루'에서 나타나는 여성성과 바다를 제주의 설화 속 인물로 표현하면서 '구슬할망'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재인식하게 하면서도 이를 탈피 시켜 블루의 상징적 의미와 연결하고 있다.

노상균, <별자리_14_(전갈자리)-#110201_(m-blue)>, 2011, 캔버스 위에 시퀸, 194 x 259cm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노상균 작가의 대표작인 '별자리(Constellation) 시리즈'를 관람할 수 있다. 별자리는 서양과 동양에서 언제나 공통으로 중요한 주제가 되었던 신비함과 끊임없이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 내는 주제이다. 특별히 본 전시에서는 블루 컬러의 별자리 작품을 통해 마치 새로운 동양의 음양을 표현하는 우주를 표현하였다. 평면작업이지만 시퀸(sequin)으로 작업하면서 매우 운율적, 입체적 조형성을 가지는 이 작품은 블루 시퀸의 빛의 반사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형태의 구축이라는 면에서, 동양의색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오순경, <청룡도>, 2021, 한지에 분채, 금니, 200 x 338cm

오순경, <주작도>, 2021, 한지에 분채, 금니, 200 x 338cm
계절의 변화에 따라 잎이 지고 새로운 싹을 틔우는 나무와 식물에서 볼 수 있는 그린 컬러는 끊임없이 재생하는 생명력을 의미한다. 동시에 그린은 끊임없는 부활하는 자연 세계와 영적으로 교감하는 인류를 상징하는 컬러이다. 그린을 테마로 한 공간에서는 오순경 작가의 '<신이 당신과 함께하길( 한국의 오방신도)>'시리즈를 만나 볼 수 있다. 동양의 사상에기반이 된 중앙과 동서남북의 다섯 수호신을 담은 작품으로 '그린'은 오방색 중에서도 청색과 결을 같이 한다. 초록은 만물이 생성하고, 새싹이 나는 봄의 색이다. 그러나 물(파랑)이 없으면 초록이 없으며,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초록을 ‘푸르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젊고 진취적인 상징을 가진 '그린'과 ‘오방신도’는 신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 모든 현대의 관객들에게 글이 아닌 상징을 통해 위로를 주고 있다.

전시 전경

최정화, <코스모스>, 2021. 혼합 재료, 가변크기

최정화, 최정화, <탑>, 2021. 혼합 재료, 275 x 80 x 80cm

최정화, 최정화, <탑>, 2020. 혼합 재료, 가변크기
멀티 컬러를 테마로 한 공간에서는 최정화 작가와 빠키(VAKKI)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멀티 컬러는 불가리의 대담한 컬러 조합이 제공하는 풍부한 색의 조화를 주제로 하는데 최정화 작가의 작품에서 보이는 다채로움과 연결되면서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최정화 작가는 플라스틱 바구니, 빗자루, 폐 전선 등 일상에서 소비되는 소재 혹은 버려진 소모품을 활용하여 설치작품을 선보이는 작가이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소비재를 예술로 재탄생시키는 그의 작업방식은 현대미술과 대중문화의 관계를 긴밀하게 엮어왔다. 또한 최정화 작가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고 독특한 경관 속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빠키(VAKKI), <규칙과 불규칙의 순환>, 2021, 멀티 채널 비디오, 키네틱 설치, 사운드; 혼합매체, 가변크기
그래픽 디자인을 기반으로 입체 설치, 공간 미술, 영상작업 등 다양한 시각적 매체를 탐하며 ‘빠빠빠 탐구소’를 운영하는 비주얼 아티스트 빠키(VAKKI)는 이번 전시에서 <규칙과 불규칙의 순환>을 선보인다. 그래픽 디자인, 키네틱 설치, 비디오,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와 밝고 다채로운 색으로 기하학적인 패턴의 반복과 확장은 자연의 기하와 순환을 떠올리게 하며, 색채의 화려함은다이나믹한 에너지의 흐름을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