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미래 : This is tomorrow

2021.7.15-8.21

오래된 집



전시장 입구


전시장 문을 열었다. 전시장의 지붕을 이루는 서까래는 예스러운 한옥의 느낌을 물씬 풍기며, 살면서 한 번쯤은 맡아본 적 있는 듯한 향기가 나를 반겼다. 향기로 저마다의 기억을 상기시킨다는 것은 신기하면서도 그리 낯설지 않은 일이라고 누군가는 말하겠지만 코로나19 같은 범유행 시대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겠다. 높아진 습도,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뜨거워진 햇살은 우리의 실제적인 접촉을 통해 동시대 자연의 감각을 온전히 느낀다. 요즘처럼 비대면 사회로의 진입과 비대면 활동이 고착되는 시기에서는 사이버 불멍, 랜선여행 등과 같이 직접적인 접촉의 감각 없이도 우리의 감각은 다양한 방법으로 발현되고 유지된다. 단, 그것은 경험으로 기억된 감각에 국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외부세계를 인지하는 수단인 감각은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삶을 강요한다. 이번 전시 <다가온 미래: This is tomorrow>는 대면활동이 제한된 인간의 감각에 대한 실험적 대안과 새로운 현대미술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다가온 미래: This is tomorrow>는 1956년 영국 화이트채플에서 건축가, 화가, 조각가 등의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모여 대중 소비사회의 도래와 현실에서의 영향을 비평적 시각으로 기획한 전시 제목에서 출발한다. 동일한 전시제목으로 1부와 2부에 나누어 진행되는 이번 전시의 첫 시작은 김지수 작가와 안솔지 작가이다.




김지수, 이 순간-시공향: 후덥지근하고 짭조름한 호흡의 말, 향, 가변설치, 2021



전시장 전경


김지수 작가의 ‘이 순간의 향’ 시리즈는 현 시대 비대면 기술로는 체험하기 어려운 후각감각을 이용한다. 후덥지근하고 짭조름한 호흡의 말, 날씨의 맛에 따라 변화하여 스며드는 내음 등의 이름이 붙여진 향들은 전시 기간 동안인 7월과 8월의 습도와 공기, 100년이 다 되어가는 오래된 집의 서까래와 개조된 벽면을 스치며 태초의 감각을 표현한다. 그들은 장소적 특정성과 시간성을 가진 채 전시장 안에서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는데 이는 대면으로의 전시만이 갖는 특징이자 다가온 미래사회에서 통제된 일상에서의 상실된 감각을 극복하는 것이다. 




전시장 전경



김지수, 이 순간-시공향: 대기 중에 스스로 움직이는 증기와 같은 향, 향, 가변설치, 2021


본 전시는 오프라인 전시 뿐 아니라 온라인VR 전시가 동시 진행된다. 온라인VR로 표현되는 또 다른 작품 ‘다가온 미래의 향’은 오프라인 전시장의 재현과 복제로서의 작품이 아닌 실제는 발현되지 않는 가상의 향을 전시한다. 이는 후각감각을 일컫고 있지만 경험의 감각이 발생시킬 수 없는 기억의 감각임과 동시에 언어를 이용한 시감각이다. 또한 무경험적 가상의 향이기에 저마다의 창작의 감각 표현이기도 하다.




김지수, 이 순간-시공향: 채집한 틈새, 향, 가변설치, 2021




김지수, 이 순간-시공향: 날씨의 맛에 따라 변화하여 스며드는 내음, 향, 가변설치, 2021




김지수, 이 순간-시공향: 채집한 지붕, 향, 가변설치, 2021




(좌) 안솔지, 유실1, 복층 폴리카보네이트, 색모래, 레진, 자작나무 합판, 101.6x101.6x4cm, 2021

(우) 안솔지, 유실3, 복층 폴리카보네이트, 색모래, 레진, 자작나무 합판, 101.6x101.6x4cm, 2021


안솔지 작가의 ‘유실 시리즈’는 이미지로 가득한 세상과는 대조되는 무(無)이미지의 세상을 나타낸다. 스크린을 상징하는 아크릴에 상징적 기호인 ‘이미지 없음’의 아이콘을 삽입해 이미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공업용 아크릴과 상반되는 모래의 중력에 의해 표현된 형상은 태초의 감각과 변이된 감각을 상징한다. 



(좌) 안솔지, 쥐어보면 한 줌 뿐인 그림, 아크릴에 UV인쇄, 타일, 아크릴, 전사지, 철사, 가변설치, 2021

(우) 안솔지, 유실2, 복층 폴리카보네이트, 색모래, 레진, 자작나무 합판, 101.6x101.6x4cm, 2021


안솔지 작가는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조건 속에서 시각과 촉각, 청각에 대응하는 신체적 반응을 작품 안에 담았다. 4개의 판넬 위에 각각의 감각을 표현하는 이미지들은 ‘변화를 피부로 체감하다’라는 언어적 감각 상태에 대한 표현으로, 만지거나 들을 수 없지만 경험해야 하는 시대를 바라본다. 그리고 앞으로도 다가올 다양한 감각의 시각적 단일화의 시대는 4개의 판넬을 지탱하는 타일박스처럼 파현화된 SNS상의 이미지 형태로 표현된다.  


막연했던 미래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예고 없이 성큼 다가왔다. 비대면과 대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살아가는 현재의 삶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해 작가들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 김 지수 작가 Jeesoo Kim

개인전으로 《풀 풀 풀- 향》(2019, 아트 스페이스 휴, 파주)와 《풀 풀 풀- 더듬어 가는 냄새》(2018, 통의동 보안여관)를 진행했으며, 《너랑나랑__》(2021, 국립현대미술관 어린이미술관, 과천), 《보존과학자 C의 하루》(2020,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 안 솔지 작가 Soljee Ahn

개인전으로 《담을 수 없어, 뿜어져 나오는》(2021, 아트 스페이스 보안 2)과 《진공-된 몸 PHASE 2》(2020, 쉬프트)를 진행했으며, 《다대포 X 윅 아트 페스티벌》(2020, 부산), 《4482 Voices of Korean Contemporary Artists: BUTTERFLY EFFECT》(2018, Bargehouse, OXO Tower, London, UK)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안채원 chaewon630@naver.com